28 March 2020

쌍둥이 동생의 죽음을 목격한 주인공의 현실도피 헛소리를 보면서ㅡ프랑크푸르트 병원에서 그리고 줄곧 며칠 간 정신을 놓고 헛소리를 하던 엄마가 떠올랐다. 어떻게 그렇게 미칠 수 있는 거지? 그 모든, 눈 앞에 놓인 시신과도 비슷한, 그렇지만 아직은 따듯한 인간과 마구 헛소리를 늘어놓는 인간을 바라보아야만 했던 나는 왜 미치지 않은 거지. 분명 내 마음도 무너져내리는 것 같았는데 나는 왜 온전히 제정신으로 그 상황을 견뎌야 했을까. 눈 앞에 놓인 죽음의 슬픔보다도 산 사람에 대한 두려움이 더 컸었는데도, 그 장면은 정말 끔찍히도 괴로웠는데도.

20 March 2020

-어제 킹덤을 보고 자서 그런가 괴물인지 귀신인지에 쫓기는 꿈을 꿨다. 편의점까지 달려가서 숨 쉬기도 벅찬 나름 생생한 꿈이었다. 웃긴 건, 그 편의점에서 손을 덜덜 떨며 츄러스를 사서 쫓아오는 그것들에 줬더니 만족하고 돌아갔다는거다. 지금 생각해보니 길냥이같기도 하고 이건 대체 먼 꿈임.. 근데 꿈 속의 꿈이었다.
-두 번째 꿈은 여자친구가 미용사였는데 나한테 커플반지를 선물했다. 열어는 봤는데 껴보지는 못하고 깼다. 여친.. 꿈으로 사라진 여친 구합니다... ㅠ
-내가 이 말을 여기다가도 썼던 것 같은데 한 번 더 쓴다. 프리스트 작가의 공들은 스스로를 불결하고 자격없다고 느낀다는 점이 좋다. 살파랑의 장경도, 진혼의 션웨이도 그러하고 다른 작품들은 잘 모르지만 오늘 읽어본 작가 인터뷰를 보니 잔차품 역시 마찬가지인 것 같다. 나도 스스로를 자격없는 인간이라 생각하기에 읽는 재미가 더해지는 요소이다. 근데 걔네는 잘생기고 능력짱인 집착광공인데 난 머냐....... orz

15 March 2020

藍色大門, 2002
지인의 추천으로 봤는데 생각보다 재밌었고 이런저런 생각이 들게 해서 좋았다. 몽크루, 장시호, 위에쩐의 삼각관계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는데 몽크루의 혼란스러움이 잘 묻어나와서 좋았다. 몽크루의 혼란은 아마 자신을 규정하려고 하는데서 온다. 자기는 친구인 위에쩐을 좋아하고 남자인 장시호를 좋아할 수 없는 레즈인데 장시호가 가져다주는 두근거림 역시 부정하기 어렵다. 몽크루는 사회가 자신을 규정하는 방식 그대로 자신을 규정하려고 한다. 위에쩐이 자신의 고백을 받고 그를 피하는 것처럼 자기는 그런 존재라고 규정하지만, 자신의 감정은 그에 딱 들어맞지도 않는다. 청소년기는 처음으로 타인에 대한 자신의 감정을 깨닫는 시기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그 이전에 이미 사회가 규정해놓은 관계와 정체성의 정의를 배우는 시기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 둘 사이엔 당연히 간극이 존재한다. 그래서 혼란스럽고 불안하지만 또 그만큼 정직하고, 뭐랄까 자연스럽달까. 사회적 언어의 개입이 덜한, 아직은 더 주관적인 감정인 것이다. 그리고 감정 역시 학습되는 것이기에 점점 이미 만들어져있는 사회에 젖어들수록 자신이 맺는 관계의 형태 역시 깔끔하게 언어로서 정리가 된다. 그렇지만 어떻게 인간의 감정을 그저 칼 같이 단호한 언어들에 묶어둘 수 있겠는가. 그러나 이런 어불성설의 일들은 절대적인 정상의 위상을 차지한다. 이성애자를 정상으로 동성애자를 비정상으로 나누는 칼 같은 이분법은 그 자체로 '정상'인 것이다. 그리고 이제 막 자신의 감정을 배워나가는 청소년들의 경험은 그저 아직 '미성숙한' 시기로 치부되고 일탈로 잊혀지기 쉽상이다. 그러나 아직 완전히 사회화되기 이전의 경험이 더 본질에 가깝지 않을까. 감정과 관계의 다채로움은 사회의 '편의'와 들어맞지 않는다. 전자를 고수하며 살아가기도 힘들다. 굳이 자신을 규정하지 않고 가능성을 열어놓고 사는 삶은 '비정상'으로 취급받는 동성애보다도 더 이해받기 어렵다. 언어가 단호할 수록 규범에 가까워지지만 그 반대 방향으로 나아갈 경우 언어를 찾기 조차 어렵기 때문이다. 현대 사회에서 퀴어들의 노력으로 (여전히 대다수는 관심조차 없지만)섹슈얼과 로맨틱의 분리가 눈에 보이게 되었고 유성애와 무성애라는 축이 생겨났지만 인간의 관계맺기는 그 사이에서조차 딱 맞아떨어지지 않는다. 친구와 연인의 관계는 그토록 명확한가? 그렇다기엔 대부분 청소년 시기에 연인처럼 친구를 사귄 경험이 있지 않은가? 그렇다고 그 친구와 연인이 되는 걸 원했던가? 세상의 모든 연인은 모두다 같은 방식으로 동일하게 사랑하는가? 감정을 더 발견하기 위해서는 앞으로도 무수한 노력들이 필요하겠지만 그렇다고해서 모든 감정들이 말로써 표현될 것 같지는 않다. 그래서 각각의 장면들이 보여주는 감정의 단편들은 소중하다. 남색대문은 나에게 그런 영화였다.
장례가 몇 달 되지도 않았는데 태어나서 한 번도 '아빠'란 단어를 입 밖에 내본 적 없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너무 빠르게 내 삶에서 자취를 감추는 것 같아서 기분이 이상하다. 애도에 대해서 여전히 잘 모르겠다. 그저 잊지 않는 걸까

12 March 2020

07 March 2020

《临江仙·送钱穆父》 - 苏轼
임강선, 송전목부 - 소식(1037〜1101년). (북송 시기 유명한 문학가로 당송팔대가(唐宋八大家)의 한 사람)

一别都门三改火,天涯踏尽红尘。

依然一笑作春温。

无波真古井,有节是秋筠。

惆怅孤帆连夜发,送行淡月微云。

樽前不用翠眉颦。

人生如逆旅,我亦是行人。

월약류금과 동도차도귀에도 인용된 유명한 시구 人生如逆旅,我亦是行人。가 있는 시. 북송 시대의 시인인 소식이 썼다고 한다. 인생의 덧없음을 이야기하면서도 술잔 앞에서 짙푸른 눈썹을 찌푸릴 필요 없다고 하는 정취가 맘에 든다.

+아니 잠만 소식=소동파=동파육 창시자..? ㅅㅂㅋㅋ


그리고 고윤..!!난 좀 더 건장하면서도 방약무인한 장군을 떠올리며 읽었는데 공식 일러스트가 저렇게 생겨서 팬들도 다 저렇게 그리고 있다. 이건 아마 팬이 그린 것. 그 중에서도 젤 빼어나서 이거 하나 저장했당.. 좀 더 어 우락부락까지는 아니더라도 허리는 얇지만 선은 굵은 그런거 상상했단말임..ㅋㅋㅠㅠ
卧虎藏龙, 2000
'웅크린 호랑이와 숨은 용'. 이안 감독의 썩 최근 영화인데 벌써 20년 전이다 이게.. 요즘 무슨 말만 하면 헉 이게 20년 전이라니~ 15년 전이라니~ 따위의 수사만 하는 것 같음. 세월은 원래 이렇게 빠르게 가는 것임??ㅠㅠㅠ
양자경, 주윤발, 장첸, 장쯔이라는 초대박 캐스팅도 캐스팅이지만 이안 감독 특징인 영상미가 빼어났다. 나야 뭐 영상미가 뭐냐에 대해 할 말은 없지만 보면서 장면 장면이 아름답다고 생각했다. 장첸은 연기를 잘하는 것인지 내뱉는 말, 아니 소리 하나마저 바보같이 하찮아서 웃겼고 무술하는 양자경은 멋졌지만 그에 비해 캐릭터가 너무 수동적이지 않았나 싶다. 넷플릭스에서 양자경 주연으로 와호장룡 드라마 만들었던데 관심 있으면 언제 한 번 볼 지도.. 중국 무협영화에서 변발은 이 때 이후로 이제 안 하는건지 요즘 드라마들은 다 미남들이 장발하고있어서 변발이 감회가 새로웠다. 물론 장발의 미남이 짱임..!!



미스터 주: 사라진 VIP, 2020
코로나의 여파인지 2주만에 극장에서 사라진 비운의 영화.. 라고 생각하고 컴터로 봤다. 김서형이 나온대서 보고싶었는데 보고싶다고 하니 과장해서 뜯어말리는 이모의 말을 들었어야 했다.. 초딩용 영화라고 욕해서 뭐 아무리 유치해도 그렇게까지??라고 생각했는데 그렇게까지였다. 레전드히어로삼국지가 더 나을 판국이다. 영화 본 시간이 아까운 것 역시 오랜만이었다. 1년 묵었다가 나온 데에는 어쩐지 이유가 있었다...








정직한 후보, 2020
코로나 아니었으면 천만 찍었어야하는데 간신히 손익분기점 넘었다는 사실이 안타까웠다. 역병을 뚫고(!) 친구들과 극장에서 봤는데 정말 상쾌한 한국영화 오랜만이었다. 영화 속 난잡한 감독의 시선에 피곤해져 영화 보기 자체가 피곤해진 인간도 편하게 볼 수 있는 깔끔한 영화였다. 김무열 배우 나온 건 진심 처음봤는데 저런 노예남..아 아니 집사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싶었음









What the health, 2017
cowspiracy, 2014
두 명의 같은 감독이 만든 다큐들을 봤다. 왓더헬스는 아 채식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면 카우스피러시는 간신히 잊고 있던 지구에 대한 생각이 들면서 걍 좀 다시 암담해짐... 축산업과 기후위기에 대해 처음 알게된 게 2011년도고 그 이후로 종종 이 연결고리를 이야기하면 어떻게 그런 걸 알고있냐는 질문이 들어온다. 좀만 관심 있으면 알 수 있는 걸 기어코 모르고 사는게 더 이상하지 않나요. 인간으로 태어난 죄를 어떻게 씻을 수 있을지.. 까지는 아니더라도 지속가능성을 최전선의 의제로 끌고가야하지 않나. 그러면서도 나는 이미 이런 이야기를 하기에 너무 피곤하고 어리석게도 인간들은 서로 이권 다툼이나 한다는 것에 신물이 나는 것이다.. 암튼 왓더헬스 보고 놀란 건 단백질이 애초에 식물만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이고 제발 할머니가 집으로 돌아가고 냉장고에 있는 것들을 하나하나 다 비워내면 정말로 비건 실천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借りぐらしのアリエッティ, 2010
원제는 '남의 것을 빌려서 사는 아리에티'라고 한다. 영국 동화작가의 'The Borrowers'라는 작품을 원작으로 한다고 하는데, 아마 나같은 한국인들은 엄지공주가 먼저 생각날 것 같다. 90분이라서 대충 보고있으면 어느새 엔딩 노래가 나오고 있다.. 작화만 보면 미야자키 하야오인데 서사는 전혀 그렇지가 않아 아쉬웠다. 선주민 어쩌구하지만 그래서 뭐가 남는데? 생각을 해보면... 너무 안일하고 안전한 길을 택한 작품이지 않나.

05 March 2020

속세를 잊은 중이 되긴 어렵고 속세를 잊은 돈많은 한량이고 싶다. 요 며칠 머리 속에 그 생각 밖에 없다. 할머니가 집에 머무른지 2~3주 정도 됐는데 이제 정말 너무 답답해서 마당이라도 쓸고 싶은 심정이다. 그냥 혼자서 여행하듯 살다가 늙어 죽는다는 것을 받아들여야 한다.

04 March 2020

한 가지를 깨달음. 나는 어느 시대에 태어나도 놀고 먹을 팔자라는 것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자신의 재능을 갈고 닦아 세상에 보탬이 될 생각은 전혀 않고 난세에도 잠이나 많이 자고 세상일에 얽매이기 싫어하면서 마당의 개나 쓰다듬는 팔자있잖아.. 그런 것임... 현대에 태어나서 정병오타쿠가 되었을 뿐(.. 남들처럼 뭐 주야로 열심히 일하면서 돈 많이 벌고 살려고 해봤자 스트레스만 받고 정병만 걸리는 것임.... 걍.. 생긴대로 살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