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7-03

The Dig, 2021

넷플릭스로 공개된 고고학 영화. 2차 세계대전 직전의 영국이 배경이다.
나오는 배우들의 연기도 너무 좋고 고고학을 통해서, 과거를 통해서 미래를 생각한다는 점이 특히나 전쟁 시기를 겪는 주인공들에게 의미가 깊었을 것 같다.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는데, 결국 프리티(주인공)의 발굴이 대영박물관에 기증되는걸로 결정이 되어 바실이랑 같이 차를 타고 마을로 돌아오는데, 기쁜 결정을 마주하고 프리티가 너무 슬프게 우는 것이었다. 결국 우리는 다 죽지 않느냐고 고통스럽게 말하는 프리티에게서 내가 보이는 것만 같았다. 그에 대해서 바실이 뭔가 현자 같은 대답을 해주는데 기억이 잘 안 난다... 
전반적으로 좋은 영화였지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등장인물들의 비중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바실과 프리티가 워낙 강한 캐릭터성과 서사를 가져서 둘을 중심으로 극을 이끌어가면 좋았을텐데, 후반으로 갈수록 이사람저사람의 이야기를 다 하고싶은 욕심을 버리지 못한 것 같은 감독의 망설임이 그대로 드러난 느낌이었다. 아님 애초부터 둘의 무게를 좀 줄이던가... 아무튼 잔잔하고 좋은, 간만에 취향인 영화였다.
Luca, 2021
코코 제작진이 만들었대서 개봉하자마자 혼자 보러갔다. 
기본적으로 어린이들을 위한 영화여서 인간의 악함이 그렇게까지는(..) 드러나지 않아서 힐링되는 느낌이었다. 마지막에 주인공들이 노력한 것과 마주한 갈등상황의 무게에 비해서 좀 얼레벌레 끝난 것 같지만... 
어린이들이 주인공인, 그리고 어린이들을 위한 만화영화는 언제나 좋다. 지브리를 좋아하는 것처럼 루카도 좋았다. 3종 레이스를 준비하는것 역시 그 지역의 특징이 드러나는 것 같았고, 단지 비슷한 문화권이라는 이유로 붉은돼지가 떠오르기도 했고. 또, 루카의 어머니가 전형적인 남미 어머니상(?)을 하고있어서 원데이앳어타임이 생각났다. 
제작진들 돈 많이 벌어서 더 열일하셨으면...




Revolutionary Road, 2008
1950년대 미국의 교외도시(suburb)가 배경이자 핵심 갈등요소인 영화. 당시 교외 중산층 정상가족의 디테일을 하나하나 다 보여주는 것만큼 디카프리오와 케이트 윈슬렛의 실망시키지 않는 연기가 또 매력적이었다.
이들 부부에게는 아이가 둘 있는데, 자녀들이 베이비붐 세대란 점이 또 재밌는 요소 중 하나였다. 지금의 베이비부머들을 생각해보면...ㅋ...ㅋㅋㅋ그 자녀세대가 미국으로 이민가는 영화 미나리가왠지 연결되기도 하고.
전쟁을 겪고 이제는 안정을 찾는 자유로운 엘리트들이지만, 당시 시대가 요구하는 가족의 모습과는 달라서 갈등은 끊이질 않는다.그렇지만 그렇게 살지 않으면 그들은 지금 누리는 물질적 풍요로움을 포기해야한다. 그리고, 그들은 이미 아이가 둘이나 있다. 
영화에는 감독의 페르소나 같은 캐릭터가 정신병원에 감금된 (말그대로)'미치광이'로 나온다.이 사람, 그러니까 존은 집을 떠나기 싫은 남편이 아내를 일부러 임신시켜 셋째를 낳게 하려고 했다고 말한다. 당시 여성에게 아이는 족쇄 그 자체였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마지막 결말은 예상치 못해서 좀 충격적이었다. 그리고 제목을 다시 한 번 곱씹게 만들었다. 혁명의 길, 혁명으로 가는 길. 언뜻 봤을 때 제목은 틀린 것 같고 그저 역설적임을 표현한 것 같지만 혁명 그 자체의 성격을 생각하면 제대로 붙인게 맞다. 그저 웃으며 건네는 대화로만 이루어지는 혁명은 없다. 혁명의 가장 큰 적은 '일상'을 유지하려는, 안정적인 삶을 바라는 유약함이다. 그리고 혁명 대신 일상을 택하는 지극히 상식적인 배신이 희생자를 만든다.
Notting Hill, 1999
편하게 누워서 볼 수 있는 로코가 보고싶어졌고, 레트로가 유행이니까(?)노팅힐을 선택했다. 마침 넷플릭스에 있기도 했고.
줄리아 로버츠가 나오는 영화는 거의 처음 보는 것 같은데 그녀의 입밖에 보이지 않았다. 와.. 입.. 크다.. 이러면 안 되는데 암튼 정말 외모의 특징적인 부분이 계속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휴 그랜트.... 솔직히 줄리아 로버츠보다 휴 그랜트가 더 슈퍼스타 같았다. 아니 이런 서점 주인이 세상에 어딨어요...!!
아직 영국의 90년대 분위기가 가시지 않은 영화라 그런지 이 둘 말고도 휴 그랜트의 친구들로 나오는 등장인물들이 나름의 역할을하고 영화의 독특한 분위기를 만들어서 좋았다. 뭔가 하나씩 어떤 그룹을 대표하고 있는 것 같았는데, 그들이 만들어내는 인간적인 유머가 주인공들의 로맨스보다 더 좋았다. ㅎㅎ..
 
 
 

The Dressmaker, 2015
애인의 적극 추천으로 같이 본 영화. (케이트 윈슬렛은 진짜 짱이다..)
얼마 전에 본 크루엘라가 떠오르기도하고 친절한 금자씨가 떠오르기도 했다. 친절한 금자씨는 아직 직접 본 건 아니지만. 애인은 도그빌과 비슷하지만 좀 더 밝다고 했다. 도그빌은 볼 계획조차 없지만.. 암튼, 그런 장르의 영화인 것이다. 복수하는 여성. 그렇지만 공공은 그들을 돕지 않고 오히려 장애물이 될 뿐이니 자신의 능력으로, 오랜 준비로 복수하는 영화. 
굉장히 폐쇄적인 마을공동체를 배경으로 한다는 점에서 문근영이 주인공인 드라마 마을-아치아라의 비밀-이 떠오르기도 한다. 심지어 이 영화에선 20가구도 채 안되는 것 같았다. 
주인공의 어머니는 주인공이 어릴 때 마을에서 추방당하고 성인이 되어 돌아올 때까지 미친척을 하며 집에서 나오지 않고 지낸다. 힘없는 여성이 홀로 마을에서 안전하게 살아가려면 더럽고 냄새나는 것 밖에는 길이 없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어머니에게 먹을 것을 가져다준 사람은 마을의 구성원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역시 더러운 존재들이다. 뭐랄까, 굉장히 아감벤이 떠오르는 영화였다. 캠핑카와 판잣집에서 살아가며 변소 치우는 일을 하는 그들 가족은 조에 그 자체다.
호주 영화였는데 호주의 광활하고 황량한 자연의 느낌이 잘 드러나는 특색있는 영화였다. 그리고 코스튬 보는 재미가 굉장했다..!
Clueless, 1995
구글에 클루리스를 검색하면 clueless aesthetic이 자동검색어 일순위를 차지할 정도로 패셔너블한 영화였다. 지금의 레트로 유행이 딱 이런 감성이라 영상이나 연출면에서 촌스럽다과 생각되는게 하나도 없었다.
다만, 아무리 하이틴 영화라도 그렇지 스토리가 심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제인 오스틴의 '엠마'를 90년대식으로 재해석한 것이라는데, 엠마를 읽어보진 않았지만 이런식으로 쉽게 쓰여지진 않았을 것 같다....
주인공처럼 내가 제일 귀엽고 짱이라는 마음으로 살아가야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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