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0-31

아빠가 없어지고나서 가장 생경하게 드는 감각은 세상을 혼자 마주하게 됐다는 그 느낌이다. 다들 이랬을까

2019-10-29

나는 뭘까, 란 생각을 꽤 자주 하며 산다. 나는 뭘까.

2019-10-24

아 진짜 너무하다 아빠의 죽음마저 온전히 슬퍼할 수 없다 주변 사람들이 그렇게 위로해주는데도, 그 마음을 온전히 받을 수 없다. 슬픔보다는 너무나도 혼란스럽다. 마치 자신의 죽음을 어느 정도 예상했던 것 같은 모습이 점점 나타나고 있다. 내가 알았던 아빠는 정말 아무것도 아니었다. 진짜 아빠의 모습을 나에게 알려줄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정상가족 이데올로기 속의 그 정상가족이 부러울 지경이다. 엄마든 아빠든 안타까운 삶들이다. 이 이야기를 아무에게도 할 수도 들을 수도 없는 나도 안타깝다. 답답해 미쳐버릴 것 같다

2019-10-23

머리아프고 환멸나는 것 투성이다 어른들 대체 왜 이러고 사는 걸까

2019-10-22

언젠가는 죽어야 한다는 생각에, 그 사실에 살아감이 고통이다 죽음 앞에 인간이란 너무나 덧없다
아빠의 죽음과 장례'식'과 그 모든 것들에 대한 지불과 엄마쪽 가정사의 비밀이라는 큰 폭풍이 지나갔고 또 상속이라는 지긋지긋한 절차가 남아있고 나는 이제 뭘까싶다. 엄마 몰래 변호사 상담도 받고 왔다. 여전히 모두가 내 곁에 그대로 있음에도 홀로 살아남아야한다고 결심했다. 혼자 살 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한다. 남들 말대로 공부를 더 하고 돈을 벌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2019-10-16

오랜만에 혼자만의 시간이고 오랜만에 음악을 듣는다. 듣는 즐거움은 대체로 못알아듣는다는데서 오는 것 같다.
어제 병원에서 아빠의 의료진단서를 받아봤는데 그 외의 질병 목록에 HIV와 Hepatitis-B가 적혀있었다. 무지하기에 검색해봤는데 HIV 환자에게 만성비형간염이 합병증 중에 하나인 것 같고 HIV/HBV라고 줄여 부르는 것 같다. 아빠는 본인이 오래 못 살 걸 알았을까, 알고도 그렇게 틈만 나면 담배를 피고 늦도록 술을 마셨던 걸까, 그냥 그렇게 하고싶은거 다 하고 일찍 죽을 생각이었던건지. 사실 어느정도 예정된 죽음이 아니었던가. 예상 가능한 범위가 아니었는지. 그렇게 일찍 죽을 생각이었으면 적어도 나한테는 말이라도 하던가. 아빠의 컴퓨터와 방에서 이반업소 흔적들이 나올 때 나는 왜 전혀 그의 질병을 상상도 못했는지.

2019-10-15

상담쌤은 일단은 글로 쭉 생각을 적어보라고 하는데 내가 뭘 적을 수 있을까. 오늘은 할 일들이, 서류업무통화가 몰아쳐서 옆에 있는 사람을 다그치는 하루를 보냈다. 모든걸 마치고 씻는 중에 그가 너무 바보같이 느껴지면서도 하고싶은 일은 다 해서 행복했을 거라고 생각했다. 아버지와 나의 관계는 그간의 삶이 쌓아온 나름의 방식이 있었다. 그 방식이 서로에게 최선이었지만 그의 내리막길 정도는 우리와 나눠도 되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 정리 없이 떠나는 사람을 보낸다는 건 그에 대한 아쉬움과 안타까움이 크게 남는 것 같다. 부디 평안하기를, 그렇게 맨날 술먹고 떠들던 부모 곁에서 행복하기를 바라는 수밖에 없다 이제는

2019-10-11

엄마도 상태 안 좋은게 미쳐버리겠다 비행기 타는걸로 힘들어했던게 지지난달인데 이렇게 금방..ㅠㅠ
믿기지가 않는다 진짜. 그저께까지 빨리 한국으로 보내고 싶었던 아부지가 뇌사라니.. 이런 소식을 혼자서 이렇게 듣게 될 줄은 몰랐다

2019-10-02

되는 일은 없지만 나름대로 하루를 채우고 있다. 바삐 외출도 하고 포폴도 만들고 처리해야하는 일들도 있고. 어제부터 요리를 해먹는데 생각보다 성취감 있는 행위다

2019-10-01

아.. 나는 내가 예민한게 너무 싫다 그래서 자꾸만 감각을 마비시키는데도 약해지면 외로움이 뚫고 나온다 정말 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