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혼자만의 시간이고 오랜만에 음악을 듣는다. 듣는 즐거움은 대체로 못알아듣는다는데서 오는 것 같다.
어제 병원에서 아빠의 의료진단서를 받아봤는데 그 외의 질병 목록에 HIV와 Hepatitis-B가 적혀있었다. 무지하기에 검색해봤는데 HIV 환자에게 만성비형간염이 합병증 중에 하나인 것 같고 HIV/HBV라고 줄여 부르는 것 같다. 아빠는 본인이 오래 못 살 걸 알았을까, 알고도 그렇게 틈만 나면 담배를 피고 늦도록 술을 마셨던 걸까, 그냥 그렇게 하고싶은거 다 하고 일찍 죽을 생각이었던건지. 사실 어느정도 예정된 죽음이 아니었던가. 예상 가능한 범위가 아니었는지. 그렇게 일찍 죽을 생각이었으면 적어도 나한테는 말이라도 하던가. 아빠의 컴퓨터와 방에서 이반업소 흔적들이 나올 때 나는 왜 전혀 그의 질병을 상상도 못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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