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16

자존감 관련 책을 읽어봐도 소용이 없다. 자존감 이전에 ‘나’ 자체가 없는 기분이다. 생각해보니 요즘 정말로 그랬던 것 같다.

3월에 네가 다시 연락을 줘서 오랜만에 보던 날, 그래서 처음 우리집으로 가던 날. 옆좌석에서 너는 나에게 ‘부모님 뭐하시냐’고 물어봤지. 사실 우리집에 가자고 할 때부터, 부모님 뭐하시냐고 물을 때부터 네가 날 뜯어먹을 생각이란 건 눈치챘지만 아빠 돌아가신 것조차 네가 까먹었을 줄이야. 그정도로 관심없었을 줄이야. 그리고 마지막에도 너는 아빠 돌아가신 후에 공황이 생겼다고 말하는 나에게 네 어릴적 트라우마를 얘기했다가 나중엔 내 공황은 가짜라고 했지. 

세상에 너보다 불쌍한 사람은 존재해선 안 되는 거야, 맞지?

나도 아직 아빠를 잃은 충격과 슬픔, 누군가 위로해줬으면 하는 마음이 올라오지만, 너랑은 다를 거야. 다르고 싶어, 달라야해. 

온몸이 늪에 빠져들고 있는데 눈 앞에 놓인 덩굴에 가시가 있다고 해서 그걸 안 잡을 수는 없다. 그런 상황이었다.

자기 삶을 실제로 망가뜨리는 상황까지 만들어가며 동정심을 이용해서 네가 타인을 착취했다면 나는 자해를 했다. 네가 나에게 만들어주는 지옥을 다른 사람들이 알아줬으면, 그래서 나를 구해줬으면 했다. 그렇게해서 과거에 남에게 상처를 준 나란 인간을 불쌍히 여기고 용서해줬으면 했다. 

정말로 용서를 바란건 네가 아니라 내 친구와 동료들로부터였다. 이 정도 죗값이면 됐겠지,

2024-05-13

밤이 되서 그런가 또 너무 보고싶다
하지만 보고 싶다는 건, 과거의 반복이 아니라, 네가 나에게 사과하고 위로해주고 사랑한다고 말해주는 그런 날들이 이뤄졌으면 좋겠다는 거다. 화내고, 가스라이팅하고 테이밍하려는 너가 아니라. 존재하지 않는 널 그리워한다

사실 어제 아침에 울면서 사과했던 게 진심은 아니었다 그치만 너한테 미움 받기 싫은 건 진짜였어 그래서 그렇게까지 했던 건데

그 장면을 다시 생각해보니 문득 고등학생땐가, 엄마아빠가 싸울 때 아빠한테 울면서 소리쳤던 기억이 난다. 그때도 진심으로 울었다기 보다는, 그 상황이 싫어서, 모면하기 위해서, 혹은 나에게 정당성과 우위를 부여하기 위해서 울었었지. 그 뒤로 그런 큰 부부싸움은 없었고. 하지만 아빠 때문에 화나서 손목을 긋고 싶었던 적은 있었어.

10년 남짓 전의 일인데 그때랑 닮아있지 않나 생각이 들었어. 울고 사과하면 해결될 줄 알았는데 너는 오히려 나한테 화를 내고 나무랐지. 네 가스라이팅이 안 먹힌 이유는 네가 나를 몰라서 그랬던걸거야. 너는 정말, 나에 대해 관심이 없으니까. 

기나긴 자해 행위의 끝이네. 헛웃음과 눈물이 동시에 난다. 선배가 알려주기 전까지 몰랐는데, 이제야 깨달아버렸네. 아빠가 고양이 치료따위에 쓸 돈 없다고 했을 때, 손목을 긋고 싶었던 것처럼. 나도 뭔가.. 내 인생이 괴롭다고 소리치고 있었나봐. 결국 주변인들의 도움으로 빠져나왔고. 

사랑이었을까? 근데 내가 너를 전부 사랑하진 못했는데. 그럼에도 너한테 사랑받고 싶다는 욕망의 자해였을까. 어이가 없네.. 

너무 보고싶다, 그냥 네 품에 폭 안겨서 네가 내 머리를 쓰다듬어주면 다 해결될 것 같다

물론, 너는 그마저도 거절했었다

2024-05-12

네가 날 사랑한다고 생각하는 건 세상에 나 하나 뿐이더라

너도 아니고 나 혼자더라

많은 사람의 도움으로 겨우 집에서 내보냈다

다시는 안 마주쳤으면 좋겠다

내 사랑을 착취만 하는 사람은, 그건 선배 말대로 자해다

"지금 밖에 나가서 지나가는 사람들 5명만 붙잡고 물어봐봐 누가 잘못했다고 하는지”

“너 그거 공황 아니야 손목은 그어야 공황이지”

“내가 갈 데 없어서 여기 있는 줄 알아? 네가 내 사정 알고있고 여기 오면 멘탈케어가 되니까 나도 와있는 거지”

2024-05-08

그 노트북에 있는 ‘새 폴더’는 무덤이었다

그 인간이 죽을 때 관에 같이 넣어줘야 하는 부장품 같은 썩은 냄새가 난다

거기에, 부장품 컬렉션에 절대 끼고 싶지 않다는 게 내 직관이었다

나는 나로서 존재하고 싶다, 누군가(특히 남자)의 거대한 자아의 가지가 되고 싶지 않다

그건 너무 끔찍하고.. 볼품없다

나는 나의 세계를 원한다

2024-05-07

내가 나로서 존재하고 싶다는 욕구

특히 상대방에게

그저 그의 지나가는 사람이 아니라 나로서 인정받고 싶다는 깊은 열망


,,

그새끼한테나는뭘까

보다는차라리

나한테그새끼는뭘까 라고 생각하기

2024-05-05

어제 꿈에 아빠 고향에 가는 배를 탔다. A도 잠깐 나왔던 것 같지만, 20살에 만났던 걔가 나왔다. 걔랑 나는 꿈에서 처음으로 밝게 웃으며 이야기를 나눴다. 기분이 조금은 묘한, 나쁘지 않은 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