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5-10

Demian


quote

p.66
 누구나 이런 어려움을 겪는다. 평범한 사람들에게 있어서 이것은 인생의 분기점이다. 자기 삶의 요구가 가장 혹심하게 주변 세계와 갈등에 빠지는 점, 앞을 향하는 길이 가장 혹독하게 투쟁으로 쟁취도어야 하는 점이다. 많은 사람들이 우리들의 운명인 이 죽음과 새로운 탄생을 경험한다. 삶에서 오로지 한 번, 유년이 삭아가며 서서히 와해될 때, 우리의 사랑을 얻었던 모든 것이 우리를 떠나가려고 하고 우리가 갑자기 고독과 우주의 치명적인 추위에 에워싸여 있음을 느낄 때 경험하는 것이다.  그리고 아주 많은 사람들이 영원히 이 절벽에 매달려 있다. 돌이킬 수 없는 지나간 것에, 잃어버린 낙원의 꿈에, 모든 꿈 중에서 가장 나쁘고 가장 살인적인 그 꿈에 한평생 고통스럽게 들러붙어 있다.


p.77
그러나 그걸 수행하거나 충분히 강하게 원할 수 있는 것은 오로지, 소망이 내 자신의 마음속에 온전히 들어있을 때, 정말로 내 본질이 완전히 그것으로 채워져 있을 때뿐이야. 그런 경우가 되기만 하면, 내면으로부터 너에게 명령되는 무엇인가를 네가 해보기만 하면, 그럴 때는 좋은 말에 마구를 매듯 네 온 의지를 팽팽히 펼 수 있어.

p.129
 단 한 가지만 나는 할 수 없었다. 내 안에 어둡게 숨겨진 목표를 끌어내어 내 앞 어딘가에 그려내는 일, 교수나 판사, 의사나 예술가가 될 것이며, 그러자면 얼마나 걸리고, 그것이 어떤 장점들을 가질 것인지 정확하게 아는 다른 사람들처럼 그려내는 일, 그것은 할 수 없었다. 어쩌면 나도 언젠가 그런 무엇이 될지도 모르겠지만, 어떻게 내가 그걸 안단 말인가.

p.140
 불을 들여다보고 있는 것이 나는 기분 좋았다. 불을 들여다보고 있는 것은, 내 안에 잠재되어 있었지만 사실 한 번도 보살핀 적 없었던 내면의 성향들을 강화하고 확인시켜 주었다.

p.169
그의 이상에서는 <골동품 냄새가 났다.> 그는 과거를 향한 구도자였다. 그는 낭만주의자였다. 그리고 갑자기 나는 깊이 느끼게 되었다. 피스토리우스는, 그가 나에게 준 것을 그 자신에게는 줄 수 없었으며 내 눈에 비쳤던 그의 모습도 그의 실체는 아니었다는 사실을. 그는 길잡이인 자신도 넘어서지 못하고 떠나야 했던 길로 나를 인도했던 것이다.
 어떻게 그런 말이 나오게 되었는지는 신이나 아실 일! 나는 전혀 나쁜 뜻이 아니었고 파국의 예감도 없었다. 말을 입 밖에 내는 순간에도 무엇을 말하고 있는 것인지 전혀 의식하지 못했던 그 무엇인가를 입 밖에 내어버린 것이었다. 약간 위트 있고 약간 악의 있는 소소한 착상 하나에 굴복해 버린 것이었다. 그것이 운명이 되어버렸다. 나는 부주의한 작은 횡포를 저질렀는데 그에게는 그것이 심판이 되어버렸던 것이다.

p.172
 모든 사람에게 있어서 진실한 직분이란 다만 한가지였다. 즉 자기 자센에게로 가는 것. 시인으로 혹은 광인으로, 예언가로 혹은 범죄자로 끝장날 수도 있었다. 그것은 관심 가질 일이 아니었다. 그런 건 궁극적으로 중요한 게 아니었다. 누구나 관심 가질 일은, 아무래도 좋은 운명 하나가 아니라, 자신의 운명을 찾아내는 것이며, 운명을 자신 속에서 완전히 그리고 굴절 없이 다 살아내는 일이었다. 다른 모든 것은 반쪽의 얼치기였다. 시도를 벗어남이고, 패거리의 이상으로의 재도피이고, 무비판적 적응이자 자기 자신에 대한 두려움이었다. 새로운 영상이 무섭고도 성스럽게 눈앞에서 솟았다. 수백번 예감했고 어쩌면 자주 입 밖에 내었지만 이제 비로소 체험한 것이었다. 나는 자연이 던진 돌이었다. 불확실함 속으로, 어쩌면 새로운 것에로, 어쩌면 무(無)에로 던져졌다. 그리고 측량할 길 없는 깊은 곳으로부터의 이 던져짐이 남김없이 이루어지게 하고, 그 뜻을 마음속에서 느끼고 그것을 완전히 내 것으로 만드는 것, 그것만이 나의 직분이었다. 오직 그것만이!

p.200
「사랑은 간청해서는 안 돼요」그녀가 말했다「강요해서도 안 됩니다 .사랑은, 그 자체 안에서 확신에 이르는 힘을 가져야 합니다. 그러면 사랑은 더 이상 끌림을 당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끕니다. 싱클레어, 당신의 사랑은 나에게 끌리고 있어요. 언젠가 내가 아니라 당신의 사랑이 나를 끌면, 그러면 내가 갈 겁니다. 나는 선물을 주지는 않겠어요. 쟁취되겠습니다」
 그러나 다음번에 그녀는 다른 동화를 들려주었다. 희망 없이 사랑하는 연인이 하나 있었다. 그는 완전히 그 자신의 영혼 속으로 되돌아가 사랑에 다 타버리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에게는 세상이 없어져 버렸다. 그는 푸른 하늘도 초록 숲도 더는 보지 않았다. 개울물도 그에게는 소리를 내지 않았고, 하프도 그에게는 울리지 않았다. 모든 것이 가라앉았으며 그는 가엾고 비참하게 되었다. 그러나 그의 사랑은 커갔다. 사랑하는 그 아름다운 여인을 소유하지 못하느니 차라리 죽어 썩어버렸으면 했다. 그때 그는 자신의 사랑이 그의 마음속의 다른 모든 것을 불태워 버렸음을 감지했다. 사랑은 힘차게 되어 당기고 당겼으며 그 아름다운 여인은 따를 수밖에 없었다. 그녀가 왔다. 그는 두 팔을 활짝 벌리고 서서 그녀를 자기에게로 끌어당겼다. 그러나 그녀가 그 앞에 서자, 그녀의 모습은 완전히 달라져 잇었다. 자기가 잃어버린 모든 세계를 자기에게로 끌어당겨 놓았음을 그는 전율하며 느꼈고 보았다. 그녀가 그 앞에 서서 그에게 자신을 헌신했다. 하늘과 숲 그리고 개울, 모든 것이 새로운 색깔로 신선하고 찬란하게 그를 마주해 오고 있었다. 그의 것이었고 그의 언어로 말했다. 그리고 그저 여자 하나를 얻는 대신 그는 마음속에 온 세계를 소우했다. 하늘의 별 하나하나가 그의 안에서 불탔고 그의 영혼을 통해 기쁨의 빛을 뿜어냈다. 그는 사랑했고 그러면서 자신을 발견한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사랑하면서 자신을 잃어 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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