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10-08

기생수를 봤다. 어제 저녁 7시쯤부터 새벽 2시까지 꼬박 봄ㅋㅋ 이번 4분기에 애니화가 된대서 하이큐처럼 애니를 먼저 보고 나중에 원작을 볼까하다가 1권을 봤는데, 한 번 보기 시작하니 멈출 수가 없어서ㅋㅋ끝까지 다 봤다



제일 기억에 남는 장면은 이거. 뭐 물론 신이치의 엄마가 어린 신이치를 화상으로부터 구한다던가 료우코가 인간 아이를 신이치에게 넘긴다던가 등등 기억에 남는 장면은 많지만 이건 좀 다른 의미로 기억에 남아서ㅋㅋ한마디로 넘 충격적이랔ㅋㅋㅋㅋㅋㅋ아직 이 만화에 익숙해지지 않았을 때 나온 첫 식인장면. 완전 놀랬다 진짜.. 앞으로 기생수하면 이 장면부터 떠오를 듯

결말에서부터 올라가면서 적어보자면 읽고 먼저 든 느낌은 기독교적이란거. 작품 내내 기생수는 왜 존재하는지, 나아가 인간은 왜 존재하는지를 물었고 마지막의 마지막에 후기에 작가는 "무언가가 '살도록 해 주기' 때문에" 인간이 존재하는게 아니냐고 한다. 작가 스스로 '종교 타령을 하는 건 아니'라고 하지만 이런 물음 자체는 사실 종교의 영역에 가깝고 무언가가 살도록 해준다는 저 답 역시 매우 종교적이다. 이거가지고 기독교적이라고 하기엔 충분하지 않지만 생물에 대한 생각이나 환경에 대한 문제의식 등 작중 여러 중요한 개념들이 서구의 근대성에서 많이 영향을 받은 것 같았음. 좀 비약하자면 한마디로 도킨스를 기독교로 극복하려는 느낌(?). 기계적 합리성(이성)을 기독교적인 인간애로 극복,이라고도 표현할 수 있을 듯. 사실 기독교에서 말하는게 뭔지 잘 모르겠어서 이 이상은 뭐라할 처지가 안 되지만ㅋㅋ걍 그런 인상을 받았다. 뭐랄까 기독교 이론보다는 미국이나 이탈리아 시골의 어른들이 실제로 저런 마인드일 것 같잖아..??!!

작가 자신도 첨에는 별 생각없이 시작했지만(아마추어때부터 묵혀뒀던 소재라고) 점점 회차를 진행해가면서 고민이 깊어진 듯 하다. 확실히 첨에는 흔한 90년대의 세기말적 감성이었는데 점점 인간성 회복! 이라는 신자유주의이후...라고 하기엔 넘 거창하고 째뜬 요즘 잘 보이는 주제가 된 듯. 애초에 작가가 소재 생각할 때 가장 스스로도 의문을 품고 있던 건 아마 '먹이사슬'인 것 같다. 5살때 과학책 보면서 무섭기도하고 이해 안 가기도 했던 그런거. 그리고 나아가 '기생'이란 것에 대해 생각하면서 인간도 결국엔 지구에 기생하는 생물이 아닌가, 하는 고민. 말해놓고나니 되게 과학책스럽네...ㅋㅋㅋ

레이코랑 신이치랑 대학에서 만날 때, 레이코가 수업듣는 장면이 나오는데 노교수가 '동물의 이타행동과 그 의문점'에 대해 강의한다. 이걸 관심있다며 굳이 들으러가는 레이코..ㅋㅋ
째뜬 이 교수는 '이타행동'이 결국엔 종의 보존을 위한거라는, '모든 동물의 육체는 유전자의 꼭두각시'라는 설을 설명하고 이후에 이 설에 대한 의문점들, 특히 복잡한 인간의 의식 등을 예로 들면서 인간의 환경보호 등이 '이기'인지 '이타'인지 생각해보라고 한다.
작가는 이에 대해 '이기'라고 생각하며, 실제로는 이기적이면서 이타적인 척하는 자들을 혐오하는 것 같다. 하지만 동시에 이 '이기'가 나쁘다는건 결코 아니며, 지구나 인간 전체(종)을위하는(이타) 행동이 아니라 나 자신을 위하는(이기) 행동이 결과적으로 '이타'로 향하게 된다고 얘기한다. 뭐 뒤에는 내가 추론한 결론이지만 그 앞까지는 신이치의 입을 빌려 작품에 상당히 직접적으로 나온다. 인간을 사랑하지 않고는 지구를 사랑할 수 없다고까지 하는데, 작가가 어딘가에서 이해할 수 없는 환경운동이라도 본 거신지..ㅋㅋ 육식(돼지나 소 등을 죽이는 것)에 대해서도 이상할만큼의 차가운 표현을 하는데에...
그리고 이 강의 에피소드에서 한가지 더 얘기할 점은, 위에서 말했던 기독교적인 극복인데. 저 강의는 나중에 마치 성모마리아와 같은 모습을 하고 아이를 안은 채 죽는 레이코 본인 스스로에 대한 이야기일 수 있다. 레이코가 아이를 기르는게 처음에는 호기심에서 시작되는 실험이었고, 아이를 보호하는 것 자체도 유전자에 의한 본능일 뿐이었지만 어느새 그게 정말로 '모성'이라는 인간적인 감정이 된다. 그러니까 이 구조(유전자(기계)를 모성이라는 것으로 덮으려는 것) 자체가 서구의 기독교적인 거라고 느껴짐.

좀 더 베이직한 얘기를 해보자면, 기생수들이 계속 진화하고 성장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지능도 꽤 높고. 이런 탓에 시간이 지나면 얘네도 무리를 만들어 기생수 사회를 형성한다. 애초에는 '기계'뿐인 녀석들이었지만 점점 의식(?)을 갖춘다고 해야할까.. 아이를 낳은 레이코는 인간을 부러워하면서(자신을 기생수와 동일시하는 이상한 놈도 나오지만ㅋ) 마지막엔 자살(혹은 희생)과도 비슷하게 죽고, 오른쪽이는 어쩔때는 신이치보다 더 인간적으로 사고하며 우정을 소중히한다. 사회를 이뤘으니 그 안에서 갈등도 발생하고 서로 죽이기도..ㅇㅇ 기생수들이 처음의 '기계'뿐인 상태에서 성장하여 감정을 갖게되는 거 자체가 놀라운 변화라고 생각한다.

레이코는 아이에게 모성이 생기기도 했지만 가장 철저하게 기생수적이다. 모성이 생겼다고 인간적인 건 아님. '고토'의 몸을 갑옷처럼 경질화시킨다던가 기생수 사회를 형성하고 어느 시를 아예 식민화시키려고 하는 등 여러 실험을 하는데 모두 기생수라는 종으로서 더욱 잘 살아남기 위한 것. 레이코가 느끼는 모성은 기생수 부모가 자신이 키운 인간 아이에게 느끼는 감정일 것이다. 종이 다르니 아이에게 완전히 감정이입하여 이해할 순 없을 터. 그래서 인간의 감정을 부러워하는거 아닐까..;ㅁ; 인간 부모가 인간 아이에게 느끼는 모성이라면 (아이에게 위협이 되는) 기생수들을 다 죽이려고 하지 않았을까 싶다. 그치만 레이코에게는 완전히 불가능.

신이치가 고토를 죽이는 건 완전히 이해갈 뿐만아니라 당연히 죽여야한다고 생각한다ㅋㅋ이건 뭐 사회계약론 수준.. 미치광이 연쇄살인범이나 군인 장교나 (풍자적일 정도로) 똑같이 그려낸 거야 뭐 당연한(비판적인 시각)거고.
근데 신이치가 레이코의 죽음을 보면서 다시 눈물을 흘릴 수 있게된 건 잘 이해가 안 간다. 왜죠... 설마 '진짜 엄마(?)'의 모습을 봐서 그런가. 그러니까 얘가 자기 엄마의 모습을 하고 자기의 심장을 찌른 기생수 이후로 애가 충격받고 눈물도 안 나오는 지경이 되었는데, 신이치 엄마의 얼굴을 하고 아이를 안고 있는 레이코의 모습을 보니 '아 우리 엄마가 저랬지..!'라는 생각이라도 한 건가.. 잘 모르겠음;

처음 읽을 때부터 작가가 어떤 인식 배경에서 그려냈는지 보려고 거리를 둬가면서 봤는데, 뭐 굳이 의식적으로 그러지 않았더라도 이걸 읽으면서 다들 고민하게 되었을 것 같다.
그리고 작가가 말하는게 내가 위에서 이상하게 표현한(..) 기계적 이성의 기독교적 극복(;;)인 것과 작가의 다분히 자유주의적인 시각이 반영되어서 좀 계속 미심쩍은(?) 것 같다. 결국 결론은 내 이웃을 보살피고 쓰레기 수거를 열심히 하자 정도라서..;;; 작가가 후기같은 데에서 거창한(?) 환경운동보다는 걍 생활에서 환경보호를 하자고 하여...ㅎ.ㅎ 어린이용 과학책+기독교+새마을운동.. 엄청 까는 것 같이 리뷰가 끝나버렸는데 그래도 기생수 되게 재밌게 읽었다ㅋㅋㅋㅋㅋㅋ오른쪽이...! 아메바같이 생겼지만 스릉흔드...!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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