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11-14

어제 오늘 진짜... 정신없기 1위한 듯. 넘 바쁘고 정신없고 일정은 꼬이고 피곤하고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ㅠㅠ그리고 무슨 재판 증인이라니;;; 내가 잘하는 짓일까 모르겠다아...


아래는 멍때리다가 든 생각들. 내가 왜 이러고 살고있는지에 대하여 ㅋㅋㅋㅋ




그리고 앉아서 게임 설치를 기다리면서 멍때리며 든 생각은 내가 왜 운동을 시작하게 되었나-. 어제 수능이기도 하고해서 아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아마도 결정적인 건 그거일거다. 더 이상, 앞으로 평생을 고등학생처럼 살 수는 없다는 것. 학교를 다니는 게 너무 버거웠던 나에게 평생 그렇게 입시하듯이 살라는 건 삶을 무의미 속에서 그저 허비하라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뭐 그래서 선택은 여럿 있었다. 일단 취업을 하지 않는 것이 기조였고, 그리고 외국으로 뜨던가 평생 공부를 하던가 등등.
공부-. 여기서도 한 가지의 중요한 고민이 있었다. 분명 내가 읽는 책들 속에는 다른 세상이 그려져있고, 급진적인 목소리가 담겨있었다. 그런데 그건 어디까지나 텍스트 속에서일 뿐이고 책을 덮고 고개를 들었을 때 펼쳐지는 풍경은 철학이나 정치와는 전혀 무관해보이는 세상이었다. 그 갭이 너무 컸고, 오로지 더 많은 돈을 버는 문제만이 남은 세상은 너무나 버거웠다. 그런 세상이기에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조금의 틈도 없었다. 혹여나 있더라도 나의 이야기는 실재와는 무관하게 작동했다. 실재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하는데 정작 그것과는 무관한 방식으로 소비되고 끝난다는 것, 이보다 더한 무력감이 있었을까. 아직 고등학교의 울타리 안에 있던 나에게 나의 이야기를 시작하게 해 줄 어떠한 창구도 보이지 않았고, 그래서 현실은 무언가를 시작도 할 수 없는 좌절이었다.
뭐 그러다가 트위터를 통해 이렇고저런 사람들과 단체들을 알게 된 것이다. 물론 여태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누가 먼저 손내밀어주지는 않았다. 그래서 혼자서 되게 오랜 기간 망설였고 마지막의 마지막에서야 새내기 행사에 신청했다. 사실 고등학교 때 이곳저곳 기울여봤지만 별다른 소득이 없었다. 강연 행사는 강연만 하고 끝났었고 그렇다고 내가 투쟁 현장에 바로 나갈 수도 없는 처지였다. 그래서 이번에는 제발 나를 붙잡아줬으면 하는 마음에서,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내가 손내밀었다.
운동에 대한 아무런 이해는 없었지만 점차 배워나갔고 무엇보다 정말 기뻤다. 여태까지 그저 들리지 않는 소음에 불과했던 나의 이야기들은 운동 속에서 쓸모있는 무언가가, 말해져야만 하는 것이 되었다. 혼자만 했던 생각과 고민들을 여러 사람과 풀 수 있어서 기뻤다. 그래서 1학년 한 해 동안 정말 다양한 방향으로 고민들을 많이 했던 것 같고, 집회나 투쟁 현장에서도 여럿 배울 수 있었던 것 같다. 또, 시기상 우리 운동을 다시 쌓을 때였어서, ㅇㅂㄴㅈ도 그렇고 뭐랄까 함께 만들어나간다는 마음으로 동물옷도 열심히 입고 그랬다..ㅎㅎ
그러면서도 나는 1학년 4월부터 다음해를 생각했고, 선배들처럼 건강한 사람이 되어 운동이든 인간관계든 잘 해낼 수 있을까 걱정했다. 걱정은 그 다음 학기부터 바로 현실이 되었고 그때부터 힘들었던게 쌓인 것 같은데, 제대로 말하지 못했다. 말하는 방법도 몰랐고 그리고 그게 말한다고 해결되는 거였을까 싶기도 하다. 관념상의 문제가 아니라 물리적으로 문제가 되는 부분들에 대해... 그러니까 나는 여전히 막 수능이 끝난 외로운 상태의 스무살 새내기 정도의 결의였고, 그 너머의 결의로 가기에는 어떤 결단 혹은 단절이 필요했다. 그냥 쭉 하다보면 자연스럽게 다른 차원의 결의가 될거라고 생각했는데, 꼭 그렇지는 않았다. 그리고 그 속에서 나 자체가 무너지고 있었다. 이건 올해 초부터 내내 들었던 생각이다.
그렇게 멘탈이 깨진 채로 꽤 오래 지내다가 지방선거 선거운동 시작 직전에 운동을 잠시 쉬겠다고 했다. 잠시가 될지 영영이 될지는 여름방학 끝나기 전에 알리겠다고도 했다. 하나 더 내 몫의 책임을 져야하는 상황에서 모든 책임을 임시로 내려놓았다. 이미 아무것도 책임질 수 없는 상황이란 걸 알고있었다. 그리고 운좋게도 기회가 되어 여름을 독일에서 보내고 왔다. 운동을 하지 않으면 독일로 유학갈 생각이었기 때문이다. 독일이든 어디든간에 크게 상관은 없었지만. 가서 확실히 깨닫고 왔다. 이곳을 떠나서 나는 절대로 주체가 될 수 없고 그건 내가 오래 전에 폐기한 삶의 방식이다.
마지막 의심까지 버린 뒤에 다시 동지들과 만났을 때의 모습은 떠날 때와 사뭇 달랐다. 새로운 사람도 많았고 무엇보다 가장 가까운 사람들이 곁을 잠시 떠나있었다. 그래도 다양한 일들을 해보는 새로운 기회가 된 것 같다.
그리고 이제 다시 새내기분들과 만나게 될 것이다. 과연 이번의 나는 어떤 모습일지 궁금하기도 하면서 어떤 사람들과 또 새로이 만나게 될 지 궁금하다. 부디 그들이 건강한 운동 속에서 함께 고민을 나눌 수 있길 바란다.



...아마 이건 겨울마다 하게 될 생각인 것 같다. 수능이 끝난 겨울엔 외로웠지.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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