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달만에 고등학교 친구들을 다시 만났다. 그 때보다 내 친구들은 더 세상에 예민해져 있었다. 그 중 한 친구는 호신술을 알아봤고 칼자루 두 개를 가지고 다니며 주민센터에서든 버스 안에서든 억울할 때 항의하게 되었다. 그 전까지 자기 목소리를 내는 일이 잘 없던 친구였다.
-그런 자신이 너무 예민한 게 아닐까 걱정하는 친구한테 너가 예민한게 아니라고, 당연한거라고 얘기해줬지만 잘 닿지 않는 것 같았다. 뭐라도 하나 응원과 도움이 되고 싶었다. 그래서 어제 아빠한테 논리적으로 따지고 친구한테 너 덕분에 나도 할 수 있었다고 얘기해줬다. 모르겠다 나도 그 순간 너무 심장이 뛰었다. 집 바깥에서의 태도를 그대로 집 안에서 재현한 건 아마 이번이 처음인 것 같다. 완전히는 아니더라도, 다분히 친구 덕분이다.
-엄마는 남자의 쓸모를 곰곰이 생각해보더니 정자 제공이라는 결론을 내렸다.나이 든 문인들은 자신들만의 성적 판타지를 그려내며 자기들끼리 상을 주고 받는다, 그것과 현실과의 관계는 전혀 문제시되지 않는다. 내 친구들을 보며 젊은 여성들과 젊은 남성들 사이에는 정말로, 진짜로 큰 강이 생겼다고 생각했다. 이제 웬만해서 남자들은 여성들과 '대화'할 수 없다.
-오늘 오전 A대위에 대한 징역 선고가 내려졌다. 너무나 부당한 것들 뿐이라 어디서부터 생각해야할 지 모를 정도로 말도 안 되는 일이 일어나고 있다. 무엇보다 걱정인 것은 A대위 본인의 건강이다. 트라우마 치료 받으면서 인권이 보장된 서쪽 어느 나라에서 잘 먹고 잘 살아갈 수 있길 부디 바란다. 성소수자 인권은 '나중에'라고? 이미 너무 늦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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