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와의 일상적인 다툼을 상담사에게 이야기했다. 엄마 이외의 사람에게 아빠와의 일을 이야기하는 건 처음이다. 상담사도 엄마와 같은 반응을 보였다. 연장자가 그거 하나 못 해주냐고.
다툰 후에 스스로에 대한 감정이 어땠냐고, 스스로를 비난하진 않냐고, 부모와의 관계에서 자책한 적이 있느냐고 물었다.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는 몰라도 부모와의 관계에서 스스로를 비난한 적은 없다고 했다. 애초에 부모와의 관계에서의 ‘나’는 ‘내’가 아니니까. 상담사는 나중에 언젠가 부모와의 관계를 자책하는 생각이 들더라도 그 당시의 나는 그런 선택지밖에 없었음을 기억하고 자책하지 말라고 했다. 30년 후에 이 말이 부디 기억이 나기를.
오늘은 좀 슬픈 것 같다. 이것저것. 이 집에서 나와 가장 말이 잘 통하는 고양이와 이별할 날이 다가온다는 점이 특히.
서로를 이해하는 내 가족을 상상해본 적이 없다. 그런건 생각할 수 조차 없는 사치였다. 그냥 나 혼자 모든걸 묻어둔 채 도망칠 날만 기다리고 있었다. 어쩌면 나는 그런 서로 좋아하는 가족을 바랬을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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