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2-07

-2박3일의 일정을 마치고 집엘 도착했는데, 현관을 열고 들어가니 거실에 정신없이 흐트러져있는 짐들과 울고있는 엄마가 있었다. 당황한 순간, 나를 두고 제주도로 갈 생각을 하니 눈물이 나온다고 카톡메시지를 작성하던 중이라고 한다. 나는 또 아무렇지 않은 듯 그래봤자 2년이니 괜찮다고 위로 아닌 위로를 했다. 항상 이런 식이었지만 이제 이게 옳다는 확신은 없다. 그 상황에서 나도 함께 울고싶었지만 그럴 용기가 없었다. 그래서 나는 또 위로를 하며 넘어갔다. 요즘 종종 엄마 생각을하며 너무 감정이 훅하고 올라올 때가 있다. 그러니까 한편으론, 엄마의 눈물이 나만 힘든 건 아니라는 위로가 되었다. 내가 독일로 갔을 땐, 그리고 갈거라고 생각했을 때는 깊게 생각하지 않아서일지 몰라도 그런 마음아픔은 거의 없었는데 지금은 완전히 다르다. 자식이 부모를 떠나는 것과 부모가 자식을 떠나는 것의 차이일까. 그래봤자 2년이란 말이 맞긴 하지만, 사실 엄마도 나도 힘든 건 많은 시간이 흐른 뒤에 서로가 없는 삶이 펼쳐질 거란 믿기 싫은 예측과 두려움 때문일 것이다. 엄마차를 타고 목욕을 가고 가끔 엄마가 산책 나갔다가 빵을 사오고 아침에 차려진 반찬에 밥을 떠서 먹는 사소한 일상이 이제는, 당분간은 없을 생각을 하면 눈물부터 나오지만 그런 감상에 빠지지 않도록 참고 견디는 수밖에.


-행사에서 친해진 어떤 사람이 있는데, 참 애매하다. 모 단체 20대 초반의 남성들의 정형화된 모습이랄까. 심지어 이제 중반에 들어선 사람이지만..; 그리고 거기에 외로움 더하기. 헤어지기 전에 몇몇 여성들에게 번호를 따고 다니는 모습이란 참...ㅎㅎㅎ 말이 잘 통하긴 했는데, 확실히 정치철학 좋아하는 남자는 말이 많다는 걸 또 한 번 느끼게 되었다(...). 내내 거의 붙어다니며 대화를 많이 했고 나는 그 사람에 대해 많이 알게되었지만 그 사람은 나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다. 내 이야기를 하지 않았으니...ㅎ 말을(만) 잘 하는 사람은 경계해야하지만, 자기 말만 하는 사람도 참 별로다. 뭐 그 사람도 여태까지 자기 이야기를 사람들이 듣지 않아서 듣는 많은 사람들을 만나니 반가웠다던가, 본인의 이야기가 있겠지만 술먹고 밤새는 내내 어떻게 자기 말만 그것도 똑같은 걸 그렇게 오래도록 지속할 수 있다니 놀라울 따름.
생각보다 세상에는 내 이야기를 제대로 듣는 사람이 얼마 없다. 그런 사람을 만나서 연애를 하고싶다, 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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