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7-25

-하고싶은 말은 잔뜩이지만, 집이다, 라는 말부터 쓰는 수밖에 없다. 정말로 한 달의 반을 밖에서 보내고 오니 시간이 금방 지나있다. 집을 기준으로 시간이 흐르는 것 같다. 다음 달에 또 비슷하게 집을 나가게 된다. 집으로 표현되는 일상은 항상 애증의 대상인 것 같다. 있으면 지루하고 없으면 아쉽고 보고싶고.




-지하철역에서 내리자마자 건너편 상가의 가게가 바뀌어 있는 모습이 눈에 띈다. 집을 떠날 때 동네 철물점이 없어지고 공사를 하길래 여기는 어떤 모습으로 바뀌어 있을지 궁금해졌다. 그래서 마을버스에서 내려 확인하려고 하는 찰나 후두둑 소나기가 내린다. 유난히 습고 덥했는데, 이렇게 본격적인 소나기가 올 줄은 몰랐다. 묵직한 빗방울의 감촉이 점점 빨라지는게 피부로도 소리로도 느껴졌다. 소나기의 시작을 겪는 건 처음인 여름밤이라는 생각을 하며 집으로 발걸음을 빨리 했다. 철물점은 꽃집으로 바뀌어있었다.

-습한데다가 비를 맞아 젖어서 화장실로 직행, 샤워를 했다. 오랜만에 노래를 들으며 주저 앉아 샤워기의 물을 맞으니 살 것 같았다. 왜냐면 또 미묘한 감정들이 잔뜩 생겨버렸다.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학습능력이 없는 걸까라고 진지하게 자조하며 따듯한 몸을 둥글게 말았다. 샤워를 마치고 나오니 집안의 흔적들이 눈에 들어왔다. 빨래 건조대도 그대로고 쓰레기통에도 내가 새로 봉투를 넣은 그대로, 쓰레기 하나 없다. 아빠는 집에 들어오지 않은 것 같다. 엄마는 잘 지내고 있는 걸까.

-좋아했지만 이제는 그 누구보다 싫은 사람과 비슷한 사람을 발견했다. 정확히는 주변에 있었는데 최근 나와 관계 맺게 되었다. 물론 그 인간보다야 훨씬 낫지만 자꾸 미묘한 감정이 든다. 걔를 보면서 좋으면서도 싫은 감정을 내내 느껴야 하는 걸까. 애초에 왜 좋냐고! 아아.. 그 웃는 표정만큼은 부정할 수가 없다. 가끔 이럴 때 정말 무력하다.

-가끔 슬픈 일은 믿기지 않는 않는다. 상상도 못한 일일수록, 가까우면서도 먼 일일수록 더욱 그러한 것 같다. 몇 년 전 꽤 좋아했던, 지금은 마음 속으로 소소하게 응원하고 있는 스포츠 선수가 유명을 달리했다. 무엇이 적절한 애도인지 모르겠지만, 마음 깊이 안타깝게 생각한다. 부디 편히 잠들었기를.

-누군가 나에게 힐링은 잘 하고 왔냐고 했는데, 나름 힐링 아닌 힐링(?)을 하고 온 것 같다. 좋은 이야기들을 많이 듣고 나누고 왔지만, 특히 모범생같은 점을 버려야 한다는 충고가 가장 와닿는다. 부딪히고 깨지지 않으면 남은 길은 관료밖에 없지 않을까. 좀 더 스스로의 목줄을 허물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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