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11-27

페미니즘 책을 읽다 보면, 그리고 다른 여성들의 차별적 과거사를 듣고 있으면 자꾸 어린시절에 대해서 떠올리게 된다. 한 인격이 만들어지고 사회화 되는 모든 과정을 이야기하는 것이 페미니즘이라 그런걸까. 여튼 나는 정말 운이 좋은 케이스였음을 계속해서 깨닫고 있다.한쪽 집안에선 막내였고 다른 한쪽 집안에선 10년 가까이 외동이었다. 가족 친척들로부터 아낌없는 사랑을 받았음은 물론이고 어떤 성 규범적인 취급?을 받은 기억이 거의 없는 것 같다. 심지어 그 흔하다는 여자애는 인형, 남자애는 자동차의 이분법도 천식 때문에 피해갔다.. 이거 생각하면 넘 어이없어서 웃김ㅋㅋㅋ어렸을 때 천식이 너무 심해서 집안에 있는 모든 털로된 것(커텐, 담요, 인형 등)을 치웠고, 특히 인형은 인형뽑기로 뽑은거 엄청 많았는데 다 갖다버렸다고한다ㅋㅋㅋㅋㅋ내가 생각해도 어릴때 맨날 레고 갖고 기차놀이하면서 놀았음. 지금 생각해보면 엄마의 덕분이었는지 '넌 여자애니까'라는 소리보다 '넌 외동이니까 (소중해)'라는 말을 훨씬 많이 들었던 것 같다. 그리고 여중여고다니면 별로 스스로가 '여성''여학생'이라는 생각도 별로 안 든다. 그냥 하나의 학생일 뿐이었다.
그리고 나는 음악을 특히 좋아했는데, 거기서도 어떤 깨달음을 크게 얻은 기억이 남아있다. 음악에서 장르를 말할 때 정확하게 칼로 자르듯이 정확하게 장르가 구분될 수 없다는 누군가의 말을 듣고 생각해보지 못했던 사고방식이라서 되게 새로웠다. 장르는 그냥 어떤 영향을 받은 걸 나타내는 것일 뿐이고, 그냥 편의상 그렇게 나누는 거라고. 어떤 도식 속에서 있는게 아니라 어떤 흐름 속에서 있는 거라는 발상. 또, 비슷한 시기에 중학교 반친구의 블로그에서 젠더퀴어에 대해서도 처음 접했다. 그리고 비슷한 시기에 나는 바이섹슈얼로 정체화했다. 다 비슷한 사고방식이었던 것 같다. 딱 떨어질 수 없는 것들. 지금은 섹스-젠더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리처드 오브라이언의 말처럼 몇 퍼센트는 남자, 몇 퍼센트는 여자, 그 연속체 어딘가의 삶이라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스스로를 젠더퀴어라고 정체화하기는 어려운 것 같다고도 생각한다. 왜냐면 나는 생물학적 성이 어떻든 중요하지 않다고 느끼는데, 이게 내가 시스젠더라서 그렇게 받아들일 수 있는게 아닌가 싶다. 근데 그렇다고 디스포리아를 겪어야만 젠더퀴어인가?? 잘 몰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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