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3-28
어린시절 작은 섬에서의 기억은, 지금 깨달았는데 항상 어딘가 슬프다. 습하고 햇볕도 쨍하고 눈이 아플정도로 파랗게 맑은 바다를 좋아하게되었지만 그 때의 기억을 자주 떠올리지 않는 건 어쨌든 이유가 있지 않을까? 언제부터 그 때의 기억이 슬펐는지는 모르겠다. 그게 그냥 더 이상 돌아갈 수 없는 아름다운 추억이라서 슬퍼진 건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구체적인 기억들이, 예를 들면 밤바다 방파제에서 엄마와의 경보 대결이라던가 엄마가 불러주던 섬집아기라던가 엄마가 차려준 볶음밥을 친구들과 먹던 기억들, 이런 것들이 어딘가 우울하게 남아있다. 시끄럽게 깔깔거리고 소리치던 어린 나는 그 기억들 속에서 이상하리만큼 밝았다. 동시에 어린 내가 섬에서 봤던 엄마의 표정을 떠올려보면 울면서 웃고있다. 그러니까, 옅은 미소를 띄우며 웃고있는데 슬퍼보였다. 엄마는 아마 그때 지금보다 더 심한 우울증이지 않았을까? 어린 내가 엄마와 단 둘이 보냈던 시간들은 어쩌면 다 그랬을지도 모르겠다. 점점 커가면서 나는 나대로 엄마의 얼굴을 잘 보지 않게 되고 엄마도 좀 더 단단한 사람이 되었을테지만. 그런 의심들이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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