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4-17

사실 4월 이맘때쯤이면 5년 전 세월호사고 이후 잠 못 자고 사람들을 거리로 이끌었던 사람들부터 떠오른다. 구체적으로는 너무 피곤해서 가사가 있는 음악을 못 듣겠어서 클래식을 찾아듣게 되었다는 언니의 말들. 그리고 그 상황 속에서 어떤 결단을 내리지 못했던 나. 

생각해보면 그 때 잠깐 운동을 뛰쳐나왔던게 이제는 좀 이해가 된다. 그 때는 스스로도 잘 몰랐는데. 상황은 정말 심각하고 진지하고 나도 거리에서 서명받느라 힘들고 주변 선배들은 더 힘들어하는데, 이런 삶에 대한 결심은 또 하지 못하고, 이게 정말 내가 원해서 하는 것인지 아니면 그저 주변의 인정을 받기 위해 하는 것인지 고민하게 되고. 그래서 ‘그 이전에 내가 원했던’ 독일이라는 선택지를 (여행으로서) 다녀와봤지만 운동에 대한 고민이 더 크고, 그래서 선택지-독일에 대해서는 그다지 생각 안 하고, 운동 안에서 맺은 관계들이 소중해서 다시 돌아오게 된. 그 관계들만큼은 내가 진짜로 원한 부분이었으니까. 
ㅡ하지만 머리가 더 크고 그 관계들을 벗어나서 한 단계 더 나아가는 시기가 닥쳐오니 다시금 선택을 고민하게 되었고, 생각보다 간단히 나는 운동을 결심할 수 없다고 결단한 것 같았다. 나는 좀 더 스스로 채울 줄 아는 사람이 되었고, 상담은 선배가 아니라 정신과에서 받아야 한다는 것을 깨달은 것인지도 모른다. 
더 이상 그 관계들에 아쉬워하지 않고 매달리지 않고도 충분히 온전하게 살아갈 수 있게 된 거라고 생각한다. 4년의 시간 동안 그 관계들을, 그 사람들을 통해 그만큼 성장한 것일 테다. 일정 부분 나는 그게 필연적인 과정이었다고 생각한다. 만족할만큼, 오히려 과잉되서 숨막힐 만큼 가져보고 질려보지 않으면 계속해서 찾게 될 테니. 수면 위로 나오니 이제 뭘 해야 할 지 잘 모르겠지만 당분간은 숨 쉬는 데에 적응하는게 맞는 것 같다. 내가 나를 기다리기. 원래 이렇게 길게 쓰려던 글이 아닌데(원래는 첫 문단까지만) 쓸데없이 주절거리다보니 말이 넘 횡설수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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