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조금씩 멘탈을 갉아먹다가 또 때로는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기도 한다. 혼자 그냥 그렇게 살고있다. 스스로 회복하는 길을 닦으면서. 딱히 거창한 게 있는 건 아니고 그냥 살면서 내 인생에 도움이 됐던 것들을, 좋았던 것들을 떠올려본다. 반복학습이다. 스스로 혹은 남이 나에게 했던 것을 다시 혼자 되뇌여본다. 그건 상담사와의 1시간 남짓 대화이기도 하고 나보다 10년은 더 살았을 언니와의 술자리 회상이기도 하고 최애의 중국어 라디오기도 하고 모르는 아이돌의 팬픽이기도 하다. 비자가 끝나고 한국에 가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을 하면서도 디자인 말고 마케팅에 지원해보는 건 어떨까하고 생각해본다. 오히려 내 적성에 맞을 수도 있잖아, 하면서. 지금은 그냥 일단 한국, 서울에 가서 맛있는 것들을 많이 먹고 싶다. 일단은 분식과 마라샹궈를 조지고 싶다. 그냥 내 인생이 그렇다. 한낱 눈앞의 욕구들이 소중하다.
잘 모르는 아이돌의 팬픽은 잘 아는 아이돌의 팬픽과는 또 다르다. 거의 그냥 1차 벨소설과 다름없다. 그 사람들 얼굴도 잘 모르고 캐해같은건 없이 시작하니까. 문학을 많이 읽었냐하면 절대 아니지만(초등학생 이후로 읽은 적이 없다) 흔히 생각하는 로맨스소설도 한 번도 안 읽어봤지만 벨만화랑 벨소설은 생각해보면 주구장창 읽어왔다. 근데 사람들이 장르로 안 쳐주니까 나도 걍 안 읽었구나싶은거지. 그래도 문학(그게 무엇이 됐든)과의 만남은 그게 수능지문이라하더라도 능동적 읽기이고 나는 그 속에서 나의 과거를 반추해본다. 부족한 사람이 만나면 더 부족해지지 않냐는 어떤 태국인의 말처럼 그 부족함들이 좋았던 시기가 있었다. 지금은 스스로를 부족하다고 느끼는가? 잘 모르겠다. 나에 대해서도 타인에 대해서도 마치 하얀 백지 상태같다. 주변에서 누가 나를 끊임없이 들쑤시지 않는 이상 나는 그냥 그렇게 흘러가는 것 같다. 마치 세월처럼. 채워넣을 수 있다는 건 그 시작이 그만큼 어렵다는 말이기도 하다. 시작이 반인 인생이다. 언제나 그게 어려우면서도 막상 해보면 끝내 흐지부지된다. 소설이나 영화의 완결 후는 어떻게 되는 걸까. 지금 내가 서 있는 곳은 그 완결 이후의 지점같다. 도착지점까지 그 선 하나만 보고 걸어왔는데, 그 후는 어떻게 되는 걸까. 새로운 점들이 나타났으면 좋겠다. 수동적인 자세긴하지만 내가 그것까지 다 만들 순 없잖아. 도착지점이 죽음일 순 없잖아. 인생에 있어서 정해진 게 그거 하나말고는 없다는게, 막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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