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12-21

어제, 결혼식을 4일 남겨두고

 

남자친구한테 결혼하지 말자고 했다. 그리고 오늘 헤어지자고 했다. 침대에 누워 서로 껴안고 울었다. 애인이 나를 많이 사랑하는 마음을 알지만 내가 거기에 부합할 수 없다는게 슬펐다. 슬퍼서 죄책감이 들고 책임감이 들고 부담감이 들었다. 점점 쌓여왔다. 안정적이고 성실한 사람이라 결혼하면 좋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반대였던 것 같다. 애인일 때 적당히 거리가 있는게 더 좋았던 것 같다. 결혼은 남들 앞에서 맹세할 수 있을 만큼의 애정이 필요한 것 같다고 이번에 크게 느꼈다. 그 정도의 애정은 이 사람과는 전에도 앞으로도 어려울 것 같았다. 엄마가 연애의 끝은 결혼이 아니면 이별이랬다. 그런 어중간함은 없다고 했다. 어중간한 지점을 찾아보려고 했지만 찾지 못했다. 시간을 둔다고 해결되는게 아니란걸 느꼈다. 결혼이라는 ‘끝’까지 한 번 갔다가 돌아오니 남은 선택지는 이별이었다. 우리는 이제 다시 그 어중간한 길에 서있을 수 없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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