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3-01

역시 제대로 된 연애를 해야한다. 그리고 약도 잘 먹고 운동도 잘 해야.. ㅎ


주말부터 계속 울음이 나왔고 생일 하루 전인 월요일에는 상담 후 운전하면서 공황이 올 것 같았다. 계속 울었고 구급차를 불러야하나 했다. 

다행히 집 와서 괜찮아졌고, 큰 싸움에서 간신히 이기고 돌아온 기분이었다. 한 발자국만 더 밀리면 공황인 상황이었는데 잘 버틴 스스로를 칭찬해주고 싶다.

생일날엔 점심에 치과를 다녀왔다. 그리고 집 앞에 도착한 애인이 밖에서 담배를 피고 있는데 전에 없이 멋있어보였다. 살짝 어두운 주황빛의 코트가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아마 그때 처음 반했을지도 모르겠다. 내가 생일에 어디 나가서 먹는 것보다 니가 만든 음식을 먹고 싶다고 했고, 장까지 봐온 애인은 양손 가득 우리집에 왔다. 생리까지 시작해서 그저 피곤하고 졸린 내가 낮잠을 두어시간 자는 동안 애인은 내내 요리를 했다. 잠에서 깨니 맛있고 정겨운 냄새, 마늘 냄새와 간장 냄새 등이 집 안을 가득 채웠다. 그렇게까지 해주는 친구가 고마웠다. 케익까지 맛있게 먹고 아껴둔 재밌는 일본 영화를 봤다. 그리고 애인이 가져온 블루레이 씨디로 두 번째 영화를 보면서 두런두런 얘기를 나눴다. 사랑한다는 말 빼고 다 했다. 그 애는 그 말은 아껴두고싶다고 했다. 내가 점점 더 좋아진다고 했다. 나도 같은 마음이었다.

오늘은 늦잠을 자고, 커피를 마시며 공원을 걸었다. 생각보다 추운 날씨였지만 덕분에 맞잡은 손이 더 따듯하게 느껴졌다. 내가 3월에 해외 밴드의 공연을 간다는 말에 애인은 같이 그 밴드의 음악을 듣자고 했다. 거의 10년 만에 나눠낀 줄이어폰에서 나오는 노래에 마음이 또 움직였다. 수도 없이 온 공원이었지만 이런 적은 또 처음이었다. 전애인과의 기억 때문에 더 이상 여기에 못 오나 싶었는데, 새로운 감정이 덮어씌어질 수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 그 애도 신기한 힘을 가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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