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09

요 며칠 알게된 A는 생각보다 더

최악인 사람이다. 차라리 얼른 빨리 그의 평상시 모습들에 내가 실망하고 마음을 접길 바라는 게 낫겠다 싶을 정도로. 원래 사람은 디테일한 부분에 감정이 가 있으니까. 

지난 토요일에 연락이 와서 어언 일주일 째. 퇴사 직전 마지막 당직 출근일에 나한테 연락을 한 듯하고, 원래 월요일 퇴사 예정이었다. 어찌저찌 내가 좀 도와서 유예시켜줬지만. A는 돈 문제도 돈 문제지만 그것보다 그의 생각해먹는 꼴 자체가 글러먹었다 사람이.. 

짧은 시간 동안 레전드 발언들(예시: 퇴직금으로 도박하는 사람들 대상으로 돈 벌어먹을 궁리하는 것부터 시작해서 먹고 살 걱정 없으면 마약할 것 같다는 발언까지^^....)에 충격먹었는데 어제는 또 그의 위생관념에.. 살짝 마음이 식음.. 양치는.. 하루 5번 이상 해야한다고...~~ㅠㅠ~~ 칫솔 없다고 안 하니까 아침에 냄새나지 이 인간아 아휴

나랑 이렇게까지 안 어울리는 사람을 대체 내가 왜 뭐가 아쉬워서 붙잡고있나 생각해본다. 

A의 표현을 빌리면 A는 '힐링하러' 필리핀에 종종 가는데, 딱 내렸을 때 가슴이 뛰며 설레지 않으면 두렵다고 한다. 이것마저 본인에게 '힐링'이 되지 못하는 것 같아서. 정말 그는 최악의 우울증환자라고 생각된다. 감흥이 떨어지는 건 나이가 들면 어느 정도는 받아들여야 한다. 나도 아직 새파란 30대 초반이지만 그 빌어먹을 느낌이 뭔지 아니까. 그래도 부던히 노력해서 뭐라도 삶에서 흥미로운 걸 잡아내야 한다.

심지어 A는 당분간 집도 없이 떠돌이 신세다. 보증금을 뺐기 때문이다. 5월에 희망퇴직을 해서 돈이 생겨도 문제고, 지방으로 내려가서 연봉 1억을 받아도 문제고, 승진해서 서울에 남아도 문제다. 이놈은 돈이 생기면 그걸로 또 부동산 투자를 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저점에서 사서 고점에 판댄다. 미친놈인가 진짜 그렇게 당하고도

냄새나는 아저씨 뭐가 이쁘다고 연락 오면 받아주는 걸까. 내 문제라고 생각하지만 애초에 어디서 어떻게 잘못된 건지 모르겠다.

A는 나한테 그러면 너는 먹고 살 걱정이 없으면 뭘 할거냐 물었다. 먹고 살 걱정이 없어서 내가 지금 이 꼴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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