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7-27

일기

오후 6시 반 좀 넘어서 사무실에서 시청으로 출발했다. 그럼 약 7시쯤 도착. 본집회는 8시에 시작이고, 그 전에 7.27 정전협정체결 60주년 행사를 하고있었다...-.-;; 매우 괴로웠음... N* 의 판(..) 민족~~아리랑~~~으아아앜. 그리고 그 옆에선 본집회 끝날 때까지 계속 극우들의 함성을 냅다 지르는 맞불시위가...orz 여튼 원래 본집회 자체가 모 대학생 연합을 시작으로 한거였으니 어쩔 수 없다고 생각. 여튼 우파들의 집회는 괴로웠음.

그리고 8시 좀 넘어서 본집회 시작. 10시를 넘겨서 끝났다. 3시간 동안 다리와 허리가 아팠음. 게다가 비는 오고 기침은 계속나고...ㅠㅠ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고 내내 뭔가 이건 아니다싶으면서 드는 의문들이 있어서 같이 갔던 언니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일단 그 전에 몇몇 집회들을 다녔을 때랑은 전혀 다르게 별다른 공감이 안 갔다. 언니의 말로는 근본적인 문제를 지적하지 못하고 여기서 하는 요구도란 것도 넘 모호하다는 것. 사실 지금 민주당이 이 문제에 대해 말을 하는 것도 그들이 야당이기 때문이고. 국정원으로 민주/반민주를 나누지만 사실 자본/반자본 아닐까. 국정원은 어차피 새누리나 민주당이나 할 것 없는 자본의 도구일 뿐이고. 그걸 개혁하자는 건 정말 답이 없고(..) 이번 사건이나 역사적으로 봤을 때나 해체가 옳지만 그 과정이 어떻게 될 지가 중요한 것 같기도 하다. 뭐 근데 문제는 현실적으로 해체는 안 될 것 같다는 거고..;; 해체가 된다고 해도, 심지어 정권이 퇴진한다고 딱히 우리의 삶이 크게 달라지고 실질적 권리들을 되찾을 수 있을 것 같진 않아서 말이지... 사실 해체나 퇴진은 우리의 실질적 힘이 커지고 난 뒤의 결과라서 앞의 말이 모순되긴 하지만. 여튼 내 말은 대통령이 1번에서 나오든 2번에서 나오든 사람들과는 크게 관계없는 말이란거. 뭐 그래서 결선투표 하자는 것도 그거다. 그래야지 사람들이 좀 더 다른 민주나 노동 등의 세력들에 관심을 쏟을 여력이 생기니까.

집회에 사람들이 그렇게 엄청나게 모인 것도 아니지만, 횡단보도를 건너 대한문 앞으로 갔을 때 넘 슬펐다. 시청광장이나 대한문이나 민주주의를 외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더 중요한 건 대한문 앞에서의 민주주의라고도 생각한다. 사람들은 최소한의 형식적·절차적 민주주의가 훼손되었을 때 자발적으로 나와서 '착한' 시위를 하지만, 대한문 앞의 진짜 민주주의를 지지하면 몹쓸 사회악으로 몰아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도 사람들이 그 자리에 모인 건 충분히 긍정적이고 의미있는 일이라고 본다. 또한 국정원 문제때문만에 모인 것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더 이상의 주제로 나아가지 못하는 것처럼 보인다. 다 비슷비슷하고 별로 내용 없는 발언들 중에 모 대학 재학생 언니가 나와서 했던 발언이 눈에 띄었는데, 전달력도 쩔었지만 내용 자체도 좋았었다. 잘 기억은 안 나지만 얼마 전의 희망버스 등의 노동 이야기를 했다. 그 자리에 모인 사람들에게 더 크게 멀리 내다볼 수 있도록 제안을 하고 계속 말해야 하는 것 같다. 그러지 못한 건 아직 우리(?)가 정치세력화되지 못했기 때문이겠지만, 또 어려운 일이겠지만 그만큼 중요한 일이라고 본다.

끝나고 얘기를 돌아가면서 했는데 같이 갔던 사람들 대부분 비슷한 답답함을 느낀 것 같다. 그리고 더 열심히 하기로 결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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