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12-06

비보. 결국 오늘 새벽 밀양 송전탑 건설에 낙담하셔 음독 자살을 시도하신 밀양 주민분이 돌아가셨다. 아침부터 마음이 너무 무거웠다. 밀양에 더 이상의 죽음은 없길 바랐는데, 또 한 삶이 그렇게 사라져버렸다. 그리고 그 소식을 들은 애인님의 반응때문에 또 마음아팠다. 어떻게 위로해줘야 할지 아직까지 모르겠다.

당사자의 말로는 '쓸데없는 논쟁'이 한 차례 있었다. 잠깐 활동을 그만 둔 적이 있던 친군데, 그 직전에 일어났던 일이다. '운동이 재미있어야 한다.' '그러면 안 된다.'라는 내용으로 선배랑 벌인 논쟁이다. 친구는 운동이 우리가 하는 것이니 즐거워야 한다고 했고, 그 선배는 철탑 위에서 고공농성 하시는 분들 등을 생각하면 어떻게 우리가 운동을 즐길 수 있느냐고 말했다고 한다. 그리고 얼마 전에 다시 이 논쟁이 언급이 되었는데, 친구는 우리들끼리는 그래도 즐겁고 보듬어줘야 하지 않겠느냐는 의미였다고 말했고 선배도 동의하는 듯해 보였다.

이 얘길 하는 이유는 지금 내 기분이 선배의 말과 더 가깝기 때문이다. 아니, 운동 뿐만이 아니라 모든 것이 전부 다. 밤바다를 보러 가고 싶다는 낭만도 한 해를 되돌아보는 성찰의 글도 전부 다, 어떻게 그렇게 할 수 있느냐고 묻고 싶을 정도다. 어떻게 일상을 유지하고 즐거운 채로 살아가는지 이해하기 싫달까. 그런데 오히려 그래서 더욱 그 선배의 말이 틀렸다는 생각이 든다. 상황이 어떻고 할 것 없이 결국 자기 자신의 문제다. 그런 상태로는 살아갈 수 없고 그렇게 살아서도 안 된다. 자신이 투사로 살아가는 것을 외부 탓으로 돌리면 글쎄 핑계에 지나는 거 아닐까. 물론 항상 운동이 즐거울 수만은 없다. 지금처럼 너무 힘들고 무너질 때도 있고, 또 사랑하고 즐거울 때도 있는 법이다. '~는 ~이어야만 한다' 혹은 '~는 ~이다'라는 규정 자체가 운동과 들어맞지 않다고 느낀다. 운동은 결코 삶과 분리된 어떤 것이 아니며, 그래서도 안 될 뿐더러, 그저 삶을 이루는 하나의 (큰) 축일 뿐이다. 그건 삶을 규정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내가 멀리보지 못한 걸수도 있지만, 삶은 순간의 연속이 만들어 낼 뿐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순간들을 틀에 가둬버리려고 한다면 오류가 발생하는 것이다.

결론은 슬플 때도 있고 즐거울 때도 있다, 라는 존나 쓸데없는 글이 되어버렸는데(…) 그렇게 말을 한 선배의 '심정'도 이해는 간다. 도의적으로 그렇게 생각해야 맞는다고 생각하고, 그렇게 말을 한 것이겠지만 항상 그럴 수 없다는 건 본인도 알고있겠지. 아니면 진짜 '투사'거나. 근데 그건 넘 슬프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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