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10-29

애매하게 할 일은 많은데 엄청엄청 하기느 ㄴ싫은 상태다. 그 중 제일은 시험공부..^^ 나 왜 아직도 시험이지 믿기지가 않음...ㅋㅋㅋ 요즘 드는 생각이 많아서 글로 옮겨볼까 한다.



 얼마 전에 고1때 블로그에 쓴 글을 읽고 내가 왜 운동에 발들이겠다고 마음먹었는지 대충 알 수 있게 되었다. 당시 나는 너무나 삶이 지루하고 억압 그 자체였다. 그래서 매일 졸업하고싶다~고 노래를 불렀고. 어서 입시에서 해방되어 좀 더 재밌고 유익한 걸 하고싶었다. 책도 많이 읽고싶고 영화도 마음껏 보고싶고 그런 것들.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다시는 그 이전과 같이 살고싶지 않았고, 해외로 떠나든 어떻든간에 다른 삶을 살고 싶었다. 너무나 조용하고 지루하고 아무런 진전없는 삶은 미쳐버릴 것 같이 암울했다.
 그런데 얼마 전 직접 그렇게 몇 년 동안 얘기하던 곳, 그러니까 독일-유럽에 다녀와서 어렴풋이 짐작했던 걸 확실히 경험했다. 환경이 바뀐다고 인간은 바뀌지 않는다. 얼마 전에 유물론을 다룬 수업에서도 나왔던 얘기다. 개인에게 있어서의 토대환원론적 환상을 갖고 있던거나 마찬가지다. 가서 새 사람이 되어 새 삶을 살겠다고 다짐했던게 선명히 떠오르지만, 그러기에 '나'라는 자아는 너무나 확고하다. 고등학교 시절의 나는 내 성격이 너무나 싫었고 새로운 곳에 가면 이런 성격은 저절로 사라질 거라 생각했다.
 그런 일이 일어나는 대신 나는 지금의 나를 긍정하기에 이르렀다. 지금 여기에서의 지금의 내가 좋다고 해야하나. 남부럽던 시절을 뼈아프게 겪고나서야 지금에 이른 것 같다. 항상 어딘가에 끼어들고 싶어 불안해하던 모습이었을거라고 생각한다. 물론 막상 들어가보면 아무것도 아니란 걸 알게되고 허무해져 다시 다른 곳을 찾는 일의 반복. 그렇게 찾고 찾아서 들어간 곳이 지금 몸담은 곳이었다. ㅋㅋ처음에는 그랬다. 그게 아마 작년 가을까지 그랬을 거다.  작년 여름에 '건강'함이 옳다는걸 알면서도 그 반대의 것에 마음이 갔다고 자각했던 걸 기억한다. 알면서도 거절해온 것이다. 내가 모르는, 어딘가 좀 가볍고 힙해보이는 사람들에 대한 부러움과 동경. 타고나길 무겁게 타고난 나에게는 부러움의 대상이 되기에 적합했지. 그렇게 멋모르고-이 표현으로 밖에는 설명할 수 없다ㅋㅋ- 술마시러 다니다가 연애를 하게되고 인생의 저점을 찍고 다시 지금.
 그 길고 힘들던 (연애의) 시간 동안 무엇을 잃고 무엇을 얻었나. 딱 한가지 확실히 알 수 있는 건 모든 가벼움과 불안에 대한 거부가 대단해졌다는 것이다. 안 그래도 진지하던 녀석이 더 진지해졌다. 그래도 이게 앞으로, 당분간의 내 삶의 기조가 될 것이다. 1년 넘도록 내가 보고 배운 사람-비록 지금은 곁에 없으나-과 비슷해진 것 같기도 하다. 가벼움에 대한 부러움이 일체 사라짐과 동시에 나에 대해 스스로 완전히 받아들일 수 있게 된 것 같다. 이제서야! 이제서야 나는 내가 막연히 거절해왔던 것들을 좋아하게 되고...  이런 상황에서 나한테 해외로 가라니. 마음은 알겠지만 지금으로서는 불가능이다. 좀 더 일찍, 고등학교 때, 아니면 작년에 말했으면 몰라도. 이미 충분히 앞으로에 대한 각오가 되어버렸다.
 뭐 요즘 내가 주변 후배들을 보고 투덜거리는 것도 이때문이다. 거부감만이 너무 대단해져서. 그걸 포용하고 조언해줄 능력은 아직 부족하다.

 지긋지긋하던 올해도 벌써 끝나간다. 두 달 정도 남았나. 올해 과연 행복한 사람이 있었을까 싶을 정도로 내 상황도 나라꼴도 말이 아니다. 참으로 힘든 시기다. 자칫 잘못하면 땅속으로 꺼질 것만 같은 불안함 가운데 홀로 평행봉을 걷는 기분이다. 감정에 무너지지 않도록 세심한 신경이 필요하다. 이럴때야말로 서로를 믿고 의지하게해주는 감정들이 가장 빛나는 것 같다. "연대를 구하여 고립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종종 보던 말인데 전공투 슬로건이었다는 걸 어제야 알게되었다. 자기부정의 철학 어쩌고 하던데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저 문장만은 엄청나게 맘에든다.
 힘들었던 시간만큼 회복하는 시간도 똑같이, 아니 그보다 더 걸릴 거라고 생각한다. 금방 아무 일 없듯이 괜찮아보이는 건 외상후증후군에 지나지 않는다. 그걸 알면서도 제정신을 부여잡기 위해 노력 중이다. 남은 두 달 동안 반듯하게 살아낼 것이다. 살아남고 살아남아서 지난날따위가 나를 규정짓지 못하게 할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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