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3-02

중간점검

독일에 와서 무언가 기록을 남기려고 했는데, 벌써 마지막으로 글 쓴 게 25일이고 지난 일주일 동안 정말 엄청났다. 엄청나게 메일을 많이 보냈다.. 부동산에...

일단 순서대로 기억을 되짚어보면 월요일, 그러니까 25일에 오후 4시쯤에 아는 언니를 만나서 심카드를 사고(이때 길치 모드 또 발동해서 이상한데 가있다가 겨우 만났다..) 베트남 음식점에서 저녁을 먹었다. 심카드 사면서 처음으로 아 존나 독일이다! 매우 독일스럽다! 를 느꼈다. O2에서 선불유심을 샀는데 총 4군데를 갔는데 매장마다 취급하는 상품이 달랐고 마지막 매장에서는 자기네들 프로모션이라며 한 달 데이터 150G 짜리 유심을 샀다. 뭐지 이 통일된 것 하나 없고 가는데마다 다 다른ㅋㅋㅋㅋㅋㅋO2 매장 가기 전에 드럭스토어에서 심카드 파는 줄 알았는데 그냥 상품권이었고 크리스 콜퍼 닮은 부치 직원한테 윙크받았다??(근데 나중에 집주인 아저씨도 나한테 윙크하는거 보면 걍 다 하는 듯)

그리고 다음날 독일스러운 거 두번째거를 했다. 역시 아는 언니의 도움으로 시청에 가서 거주지등록을 했는데, 원래 인터넷으로 예약을 해야하지만 당일날 기다려서 줄서서 번호표 받고 등록하는걸로 했다. 이것도 되는데 있고 안 되는데 있다는데 독일 왜 모든것이 케바인 것임?? 공공기관마저... 어쨌든 이 날 안멜둥하고 덕분에 계좌도 만들고 너무 많은 업무들을 처리했다 너무 좋다 흑흑흑 아는 사람 1도 없으면 독일 오기 정말 힘든 듯. 도움받아본 결과 이렇게 간단하고 쉬운 것을 돌아돌아 고생해야하는게 너무 많다.

아 그리고보니 어학원 등록도 화요일에 했다. 원래 가려고 했던 데가 반이 다 차서 두 번째로 알아본 곳으로감. 1시간 동안 레벨테스트도 봤는데 쓰기에 비해 말하기가 딸린다며 B2를 수강할 것을 권했고 나는 오꼐이라고 했따. 내가 생각해도 B2 이상의 반을 듣는 것은 말이 안되기 땜애.. 수동적인 언어활동(읽기나 듣기)에는 좀 낫지만 적극적인 언어활동(쓰기나말하기)는 정말 못하기때문에 다시 배우고 싶었는데 시험 결과 역시 그렇다고 말해주니. 다시 복습한다는 생각으로 잘 해봐야겠다. 특이한 점은 3월 반이 3월 11일에 시작해서 한 주 동안의 시간이 더 주어졌다. 등록해주는 직원이 한 주 휴가내요^^라고 해줬지만 나는 한 주 동안 집 알아봐야겠다는 생각밖에 머리에 없었고,,, 그러고보니 리셉션 직원이 고스트버스터즈의 홀츠먼을 닮았다. 특히 헤어스타일과 시원시원한 어투가 닮았다. 홀츠먼보다는 덜 너드한 듯 그래서 더 조아..(???)

그리고 그 날 이후로 지옥의 방구하기가 시작되었다. 아직 지금 살고있는 에어비엔비 wg.... 첫날부터 몬가 좀 별로였음 방은 넓고 환하고 좋지만 첫날 낮부터 집주인 부부가 아이스크림 가지고 싸웠으며... 첫날밤에 역시 티비 겁나 크게 보고 말도 시끄럽게하고 아니 사실 가족이 대화하는 건 잘못이 아니지만 오래된 건물이라 그런가 방음이 정말 하나도 안 됨 그리고 딸이 하나 같이 사는데 흠흠거리고(!!!!!!제일싫음) 노래 부르고 전화하고... 또 하루이틀 지나니까 한밤중에(정말 밤 12시였다) 딸이랑 집주인 아주머니랑 싸우는데 딸 진짜 너무 이상하게 말함... 둘이 말하는게 아님 서로 뭔가 말하긴하는데 무슨 교회 부흥회같이 대화함 존나 무서웠음... 그렇게 잠에서 깨어서 1시간 동안 있다가 겨우 다시 잠들었는데(요즘 피곤해서 잠 자체는 매우 잘 잔다. 거의 눕자마자 잠듬) 다음날 집주인이 밤에 시끄러워서 미안하다고는 했다. 자기가 일하고 밤늦게 돌아왔는데 딸이 3시간 동안 컴퓨터 하고있어서 그랬다고.. 그렇지만 저는 이미 집을 나가길 결심했고.. 그리고 한동안 딸이 있는지 없는지 조용하다가 오늘 새벽에 또 집주인 부부가 다툼.. 막 소리지르는 건 아니었지만 누가 새벽 4시에 그렇게 싸워요 아아악

암튼 오늘이 토요일이니까 아마 화요일 저녁부터 계속 이메일 보내고 화수목금을 집 찾느라 바삐 보냈다. 부동산 사이트에 지금 확인해보니 메일을 126통 보냈다. 근데 여기 플랫폼 말고 개별 부동산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보낸 것까지 합치면 진짜 한 150통은 될 것 같다. 내가 생각해도 나 좀 뭐 하나에 꽂히면 무섭도록 그것만 하는 듯.
아침에 일어나서 씻고 밥먹고 이메일보내고 낮에 나갔다 오고(수욜에 바이센제미대랑 훔볼트대학 멘자 게시판 볼 겸 방문한 것 빼고는 담날부터는 계속 부동산 매물 방문이었음) 들어와서 다시 메일 온 거 확인하고 답장하고 방문 일정 잡고 새롭게 올라온거 메일보내고 자고 아침되면 또 반복의 생활이었다... 한 이삼일 하고나니까 몸과 마음이 축나는 것 같았는데 다행히 방문 이틀째인 금요일에 집을 구하게 되었다. 존나 비싸고 좋은 집..흑흑..... 사실 아직 계약서 받은 상태고 월요일에 계약서랑 월세 건네주고 키 받는다. 아직 100%는 아니라서 좀 쫄리지만 제발 아무 문제없이 집에 들어갈 수 있길ㅠㅠㅠㅠ 아저씨가 당일에 계약하는 줄 알았다는데 제가 지금 돈이 다 은행에 묶여있어서요....... 그리고 덕분에 계약서를 확인할 시간도 생겼다. 물론 그건 아저씨한테 말 안 했지만...
독일에서 방 구하기..... 돈이 많으면 해결........ 빨리 살고 나가야지 진짜 대학을 붙어서 베를린 탈출이든 월세방 탈출이든 해야한다 학생 기숙사 들어가고 싶다 정말루 ㅋㅋㅋㅋㅋ ㅠㅠㅠ 침실이 하나라서 하우스쉐어도 못함 흑흑 침실 내주고 거실에서 잘까 생각해봤는데 온갖 짐 때문에 무리다 그냥 좀 살다가 어서 나가는 것 밖에는,,,
집주인 아저씨는 크로아티아 사람이고 내가 부동산 사이트를 통해서 처음으로 메일 보낸 사람이라고 한다. 운이 좋았던 것 같다. 준비(된 돈)와 운이 따르면 뭐라도 되긴 되는 듯. 집주인 아주머니는 Jurist라고 하는데 원래 그 분이 영어로 계약서 나랑 쓰기로했는데 내가 어케어케 독일어가 되니까 걍 아저씨랑 계약서 쓰게 된 듯. 전에 살던 세입자 가족도 크로아티아 사람 같았음. 둘이 독일어가 아닌 크로아티아어라고 짐작되는 걸로 대화했음. 엌케 알았냐면 '크로아티아' 한 단어만 알아들었기땜에... 근데 아저씨가 나중에 자기 크로아티아 사람이고 바닷가에 집들 있고 거기서 손님들 받는다고 알려줬다. 작년에 한국인 손님들 있었대 나한테 거기 집 사진 보여줄 수도 있다고 ㅋㅋㅋㅋㅋ뭐가 됐든 독일에 있는 크로아티아인들은 다 엄청난 부유층일거라는 편견이 생겼다.. 기껏해야 이번이 두 번째로 만난 크로아티아인이지만. 원래 편견은 경험없음에서 생겨나는 것이기에.......ㅎ 첫번째 만난 크로아티아 언니도 집이 엄청엄청난 부자였는데. Ivana 오겡끼데스까~!~!~~~

사실 목요일에 생일이어서 극장에서 영화도 보고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할까싶었는데 그럴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하루 빨리 집을 구해서 이 가족을 탈출해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결과적으로 나쁘지 않았던 것 같다. 원래 내 생일은... 이메일과 캘린더만 기억해주는 걸..^^.... 이번에는 그래도 독일에 있는 친구 2명이 기억해주고 연락을 줬다. 엄마아빠는 또 까먹었나보다. ㄲㄲㄲ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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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건 생활과 관련 없는 다른 말인데. 뭔가 지나번에 여행 같이 갔던 친구가 내 시야 왤케 좁냐고 경주마같다고 해서 ㅋㅋㅋㅋㅋㅋ사실 누가 말해주기 전까지 스스로는 잘 느끼지 못하는 지점이라 좀 생각을 해보게 되었다. 나는 내가 너무 내 생각에 갇혀있고 그래서 더 많은 실제 경험이 필요하다고 깨닫고 있는데 그 지점이랑도 맞닿아있는 것 같고. 시야가 좁고 가끔 집중력이 엄청 좁고 누가 뭐라해도 별로 신경 안 쓰는 건 약간 자폐적인 성향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드는 것이다. 혼자서 책읽고 영화보고 이런 것도 엄청 좋아하고. 항상 나는 내가 F1 레이서였으면 잘했을거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런 생각이 드니까 뭔가 편해진 것도 이상하다. 인간은 누구나 어떤 성향을 다 다른 수준으로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고 나 역시도 자폐 성향과 그런 관계가 아닐까한다. 사회생활에 문제가 없을 정도라서 어디까지나 성향으로 지니고 있는 것 같다. 그리고 그게 어느 정도가 넘어가면 장애로 분류되고. 물론 청소년기와 20대 초반에는 지금보다 관계맺기에 많은 껄끄러움이 있었지만 나름 학습을 잘 했다고 생각한다. 워낙 타고난게 있어서 지금도 타인과의 관계가 편하지만은 않지만. 아마 나는 아주 미세한 정도일 것이다. 그래도 뭔가 내가 스스로를 이해하는데에 도움이 되는 언어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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