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2-26


19일부터 26일까지 7일간 중국 여행을 다녀왔다. 상하이와 상하이 근교 도시들 그리고 난징을 여행했는데 가기 직전까지 귀찮아서 망설여졌던게 무색해질 정도로 너무나 재밌는 여행이 되었다.






인천에서 상하이 공항에 내려서 상하이와 항저우, 쑤저우를 구경하고 난징에서 친구를 만났다가 난징공항에서 다시 인천으로 돌아오는 여정이었다. 떠나기 전까지 여전히 상속 문제로 너무 정신없고 바빠서 환전도 간신히 하고 루트를 알아보는게 최대였다. 영어가 잘 통하지 않는댔는데 그렇다고 중국어는 커녕 한자도 까막눈이어서 잘 다닐 수 있을지 걱정했다. 그런데 막상 도착하니 모든게 모바일화 되어있어서(..) 중국어 지도 어플이 나를 목적지로 너무나 잘 안내했다.

우선은 뭐랄까, 여행자 신분이긴한데 아무도 나를 외국인이라 생각하지 않아서 특이한 경험이었다. 처음 독일여행을 갔을 때가 생각나는데 그 때도 두근거리긴했지만 백인들 사이에 끼어있는 동양인으로서의 체험은 결코 유쾌하지 않다. 처음 프랑크푸르트 공항에 내렸을 때 백남 두명에게서 들은 니하오는 차치하고서라도, 너무나 당연하게 나에게 영어로 대화를 거는 그러한 장면들. 그러한 감정은 비단 여행에서 뿐만이 아니라 올 한해 동안 베를린에 살면서 계속 마주했던 감정이다. 백인의 나라에서 느낀 내 감정은 동양인으로서의 정체성, 여성으로서의 정체성 두 가지가 물리적 결합이 아닌 화학적 결합(동양인여성)이라는 복잡하게도 우중충한 감정이었다.
그렇다면 일본 여행도 마찬가지이지 않느냐 한다면, 일단 일본은 세 번이나 갔지만 모두 일행이 있었기에 계속 한국어를 사용해서 누가봐도 외국인이었단게 일 번. 그리고 일본인들은 말을 잘 안 건다는 사실이 이 번이다(???) 뭐냐면, 중국사람들 되게 말을 잘 걸고 한 번 얘기하면 바로 끝나는게 아니라 뭔가 예상보다 길게 이어지고 암튼 그 대화문화가 있는 것 같았다. 그런 점들이 외국인여행자로서 친절하다고 느꼈는데 하나도 못알아들어서 같이 대화하지 못해서 아쉬웠다. 그렇게 친절했던 사람들도 내가 영어를 하는 순간 걍 입 닫고 만다. 왜냐면 그들은 영어를 정말 하나도 못하기에... 내가 중국어를 못하는 것처럼... ㅠㅠ
암튼 여행지에서의 이러한 경험은 신선했고 다음달에 동북지역 가는 것도 그래서 더 기대가 된다.

다만 여행자로서는 좋았지만 내가 그곳의 주민이라고 가정했을 때 받아들이기 힘든 부분도 많이 존재했다. 일단 보안검색이 너무 빡세다. 친구 말로는 베이징 올림픽 이후로 모든 기차역과 지하철역에 보안검색대가 생겼다고 한다. 그리고 점점 더 많은 곳에 생기고있어서 최근에는 대학교 출입문에도 설치되고 있는 것 같다. 시외버스를 탔는데 나한테 가방에 꼽아져 있는 물을 마셔보라는 운전기사의 말이 넘 충격이었다. 존나 개빡셈.. 그리고 두 번째는 오토바이. 진짜 오토바이랑 자전거가 법 없이 다닌다... 보행자로서 존나 공포고 내 생각에 독일인들은 중국 오자마자 첫날에 다 교통사고 나서 병원에 실려갈 듯. 택시나 버스가 무섭다고 하는 건 운전자들의 몫이고 보행자는 그저 오토바이 앞에서 한낱 몫숨일 뿐. ㅠㅠ 글고 당연하게도 여행하는 내내 미세먼지가 심했다. 겨울이라 그런지. 근데 그동안 서울은 미세먼지 수치가 더 나빴던 것 같다. 이놈의 동북아시아....ㅎㅎ....ㅠㅠ

대도시 위주로 다녀서 그런 것이겠지만 곳곳이 공사 중이었고 관광지는 새로 개발되어서 깔끔하고 호화스러웠다. 그리고 그에 비해 가격은 저렴하고. 쑤저우 같은 경우는 지하철이 3호선까지인가 있는데 7호선까지 개발계획이라고 써져있는 걸 봤다. 또 좋은 점은 사람이 많아서 그런지 몰겠지만 하루에 한 두 명씩은 꼭 잘생남들을 본다는 것이다...!!!! 한국에선 몇 년에 잘생남을 한 번씩 볼까말까여서 존나 감격했다.

오랜만에, 약 1년 만에 난징으로 돌아온 친구 말로는 최근 홍콩의 일 때문에 점점 도시에 빨간색 프로파간다 문구들이 걸리게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모든 걸 모바일페이로 결제하면서 인스타나 구글처럼 국제적인 어플들은 사용이 불가능하고, 외국인이 큐큐 같은 국내 서비스를 사용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내국인이 해외의 정보를 접하는 것도 외국인이 중국의 정보를 접하는 것도 점점 폐쇄적으로 바꾸고 있는 것 같다. 전에는 한국 번호로 큐큐 가입이나 위챗페이 가입도 되고 단수여권으로 우리은행 중국계좌도 만들 수 있다고 그랬는데. 그러고보니 그 모든게 반 년 전까지 가능했던 듯. 중국 여행에서 느낀 점은 경찰국가의 풍경은 이렇구나란 것이고, 변화의 가능성 없이 꽉꽉 막혀있는게 무서웠다. 매일 저녁 호텔 티비로 보는 후난티비의 예능은 재밌었지만 그 국가의 국민으로서 살아가는 것은 어떠한 무기력함일지.

쓰다보니 이게 여행 후기인지 뭔지 모르게 되었지만...;;;; 좋았던 만큼 아쉬운 부분들이 세세하게 들어와서 그런 것 같다.  그리고 난징에 있을 때는 이틀 동안 친구가 이곳저곳 데려가주고 본인이 다녔던 초등학교도 보여주고 먹을 것도 다 사주고 심지어 택시비까지 내줌. 정말 너~~~무너무 고마웠다. 이런 말하면 존나 이상한 꼰대 한국인 같지만 그 마음에 감덩햇음..ㅋㅋㅠㅠㅠㅠ 난징 왔다고 지역특색요리(??)도 잔뜩 시켜주고 나만 먹게하고(!!!! 다이어트한다고 친구는 조금만 먹음ㅋㅋㅋㅋ) 훠궈도 넘 먹고싶었는데 혼자서는 주문할 수가 없어서 못 먹고 가나 싶었는데 친구덕분에 훠궈도 먹을 수 있었다.
여러모로 넘 고마웠고 또 이런저런 이야기 하다보니 친구는 독일로의 이민을 결정한 이유를 십분 이해할 수 있었다. 중국 정부의 통치 상황이 점점 악화되고 있고 또 친구는 결혼을 했으니까 둘이 있으니 어떻게든 잘 살고 있는 것이었다. 콜롬비아에서 온 친구가 본국으로 돌아가고 또 내가 돌아온 이후에 내가 독일어를 사용하지 않은 만큼 그 친구도 독일에서 독일어를 사용할 일이 거의 없었다고 한다. 남편이랑만 주로 대화하는 것이다... 뭐, 그 친구 뿐만이 아니겠지. 타국에서의 삶은, 타국으로의 이민은 결국 가족을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는 것이다. 가족이라는 동기가 가장 크게 작용하고 또 실제로 가장 잘 먹히는 요소니까. 직업, 교육, 흥미 이런 건 어떤 뿌리가 되기에 어려운 것 같다. 마음을 흔드는 요소들이 너무 많아서.

중국은 뭐랄까 여행하기에 너무 좋았고 사람들도 좋았지만 거기서 평생 살라고 한다면 아마 난 아니라고 대답할 것이다, 내 친구처럼. 그럼에도 넘 재밌어서 좋다고 생각하는 건 왜일까, 단순한 변덕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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