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일기에 종이에 감정을 써내려 간다고 썼던데 아직 그래보지는 않았다. 계속 바쁘게 지냈다. 친구들을 만나 하소연을 하고 일을 많이하고 저녁까지 밥과 술을 먹었다.
그럼에도 어제는 너무 힘들었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하루하루 너무 과잉된 정신으로 살았는지 한 주가 너무나 길게 느껴졌다. 정말로 긴 한 주를 견뎌냈다. 일과 사람들로 채웠지만 그럼에도 시간은 뎌디게 흘러갔다. 그리고나서 퇴근길에 남자친구와 대화를 하는데 막판에는 눈물이 났다. 바로 옆의 남자친구의 별로인 점과 그새끼와 대화하던 좋은 기억이 겹쳐져서 마음이 너무 힘들어졌다.
그새끼와 버스에서 처음 대화한 날이 20일 일요일이었고, 그 전에도 나한테 좀 집적댔으니까 벌써 2주 정도 된 일이다. 귀국으로부터는 딱 일주일이 지났다. 그새끼가 갑자기 '좀 무섭다'라고 지 감정을 통보한게 월요일이니까 그로부터는 5일이 지났다. 상담선생님 말대로 너무 짧은 기간 동안 너무 많은 일이 일어났으니 일단 무얼 하기보다는 내 감정을 잘 들여다보라고 했다.
사실 아는 감정이다. 그리고 사실, 이렇게 될 줄 알고 있었다. 그냥 경험에 의해 혹은 감각에 의해 알고 있었다. 처음부터 그새끼가 진지하지 않았다는 것, 말과 태도에서부터 알 수 있었고 관계가 급속히 가까워진 이후에는 더 쓰레기처럼 굴었다. 알고 있었다. 그래도 저새끼랑 나는 대화 한 번 해보고싶었다. 또 예전 처럼, 17살과 21살 때처럼, 대화 한 번 못 해보고 끝날까봐 그게 불안했다. 그리고 정말 그렇게 되었다. 나는 대화를 차단당했다.
다들 그렇게 도망갔다. 회피형 인간들이 싫다. 웃긴 건 그 셋 다, 17살, 21살 그리고 이새끼 까지 셋 다 나랑 비슷하거나 똑같은 사람들이라고 생각했다. 처음부터 나랑 너무 잘 맞아서 신기하다고 생각했다. 근데 사실 나랑 너무 다른 인간들이란 것도 알고 있다. 도망가지 않고 그 자리에 서있던 나만 여전히 트라우마로 남아 고통 받고 있다. 사실 그리 좋지도 비슷하지도 않은 평범하게 겁 많은 인간들인데도, 상황을 마주하자던 나만 힘들어야 한다는게 억울하다. '내가 뭘 잘못했다고'.
하나부터 열까지, 그새끼가 나한테 했던 모든 것이 떠올라 괴롭다. 그래도 나는 진심이었다고 생각하면 덜 괴로워진다. 내가 진심이었던 만큼 그새끼가 후회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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