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12-16

明白

mingbai. 문득 중국어 배웠을 때 이 단어를 외웠던게 생각난다. 물론 여전히 쓰진 못한다. 뜻도 비슷하지만 조금 다르다. ‘분명하다’ 보다는 ‘이해했다’로 더 쓰인다.

그 누구의 잘못도 아니고 내 잘못인게 분명하고 나조차 그걸 이해하고 알고 있을 땐 어떻게해야 하는 걸까. 그저 내가 이기적이기 때문에 문제라면, 그러면서도 아무도 상처받지 않길 바란다면. 

뭐가 문제였을까. 넌 인생이 어딘가 잘못 흘러가고 있다고 느끼지 않니? 그렇게 물어보고 싶다. 내가 너에게 느낀 동질감은 아마 그거였을 것이다. 분명 좆될걸 아는데도 멈출 수 없는 것, 거기에서도 동질감을 느꼈을 것이다.

썸도 뭣도 아니고 유사연애나 될 수 있을지 모를 이 관계에서 넌 무얼 얻고자하는 걸까. 솔직히 욕망 말고는 보이지도 않는다. 그러면서 청승맞게 카톡 프로필을 바꾸는건 너의 자아를 위한 것일까?

내가 너한테 원하는 것. 사실 난 너와 친구가 되고 싶었다. 지금 깨달았네. 얼마 전에 어디서 봤는데. 연인을 넘어서야 비로소 친구가 될 수 있다고. 근데 뭐 그 말이 꼭 맞는 것도, 너와 나의 관계가 그랬을 수 있던 것도 아니지만. 

그래서 니가 나한테 ‘니랑 나랑 무슨 친구냐’고 했던게 그렇게 잘 기억나는 것 같다. 친구가 되고 싶어서 너의 요구를 다 들어줬던 것 같다. 너의 싸구려 작업멘트도 그 뒤에 이어진 모든 것도. 어떤 ‘고통’을 감수한건 아니지만 그래도 그게 바랐던 전부는 아니었어.

나는 너의 친구가 되고싶었어. 같이 인간혐오도 하고 세상에 대한 원망도 하고 잘못 흘러가는 인생에 대해 한탄도 하고. 나에게 어떤 종류의 해방감을 주는 친구를 원했어. 친구로 지낼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한건 진짜였어. 대충 얼버무린게 아니라 갑작스럽게 진심을 얘기해버렸던거야. 

친구 없다고 했지, 근데. 

근데 사실 나도 이쯤되면 너 같은 인간이랑은 친구하기 싫어져야하는데. 아니 오히려 친구 정도의 거리니까 괜찮다고 생각했던 걸까. 근데 너는 나를 저금통 정도로 생각하는 것 같던데. 역시 친구는 어렵겠지. ‘친구로만’ 지내자는 건 아닐 수도 있지만 ‘친구조차’ 될 수 없는 관계는 나도 어려울 것 같아. 

No comments:

Post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