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을 줄 알았다. 그래도 일을 끝까지 마무리하고싶어서 조금 늦게 출발했더니 30분이나 병원에 늦어버렸다. 상담 시간이 줄을 걸 알고 있었지만 상관없었다. 정신과에서는 상담이 크게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냥 지금은 더 이상 할 얘기가 없었다. 그저 약이나 더 받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안그래도 갑자기 심장이 조금 두근거렸다. 갑자기 신호가 평소보다 더 오래 걸린다고 느껴졌다. 엄청 오래 기다렸다고 생각하고 시계를 봤더니 1분이 겨우 지나있었다. 금요일이라 피곤해서 그런거라고 또 생각했다. 지난주 금요일에도 집에 오는 차 안에서 울었으니까.
선생님이 다음주 화요일에 보자고 했다. 고작 4일 뒤다. 내가 일을 스스로 몰아붙이면서 해서 금요일엔 좀 힘든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정말로 피곤하고 힘들어보인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더 얘기하고 싶은데 시간이 없으니 화요일에 오라고 했다. 알겠다고 했다. 시간 낭비 따위 같은 생각은 들지 않는다. 그저 갑자기 텅 빈 시간을 채울 수 있다면 뭐든 좋다. 그게 요즘은 대부분 일이지만. 일이라도, 성과라도 나한테 남아야 억울하지 않을 것 같다.
나를 과잉되게 채우다가 갑자기 사라져 버린 감정은.. 어디로 간 건지 모르겠다. 그냥 텅 비었다는 느낌만 남았다. 폐허도 아니다. 그저 수거해가고 남은 쓰레기 몇 조각들이 굴러다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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