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유독 정신(..)이 안정적이어서 주말에 알찬 시간들을 보내고 있다. 여전히 퍼즐게임을 많이 하긴 하지만, 그래도 정해둔 할 일은 다 하고 있다. 특히 이번주부터는 토요일에도 워크샵을 듣고 있는데, 그게 도움이 되는 것 같다.
나는 사실 집 밖에 있는 걸 좋아할지도 모른다고 요즘 생각한다. 예전 조직에서 일할 때 번아웃인지 뭔지 아무튼 혼자만의 시간이 너무 없었고 그래서 그 뒤로 혼자 보내는 시간에 집착하게 되었는데, 요즘은 혼자의 시간이 생긴다고 해서 이걸 내가 생각만큼 의미있게 보내는 것 같지도 않다고 깨닫고 있다. 퍼즐게임이나 하지.. 차라리 사람들이랑 무언가를 하는 게 혼자 누워있는 것 보다 나은 것 같다. 근데 그 '무언가'가 꼭 '일'일 필요만은 없다는 것도 최근에 깨닫고 있다. 재밌는 걸 하는 건 이런 느낌이구나.
워크샵을 처음 등록했을 땐 어떤 포폴을 쌓아야 내가 외주로 돈을 더 벌 수 있을까만 생각했는데, 두 달 정도 수업도 듣고 사람들이랑 얘기도 하다 보니 그냥 이제는 재밌는 거, 내가 하고 싶은 걸 하고 싶다. 그게 죽이되든 밥이되든. 돈이 될 필요는 없다. 재밌는 게 짱이다.
사람들이랑 있는 걸 좋아할지도 모른다고 또 생각이 드는 건, 최근 상담에서 어린 시절의 기억을 다루고 있어서 그렇다. 나는 집 안에서 부모님이랑 있는 걸 좋아하지 않아서 더더욱 밖에서 친구들이랑 노는 걸 좋아했다. 저녁에도 밤에도 놀고싶어했다. 애들이 밤에 노는 건 금지(?)되어 있으니까, 더 짜릿하게 재밌기도 했었다. 아무튼 나는 혼자 있는 걸 안 좋아했다. 게임도, 언제나 온라인에 랜선친구들이 있어서 밤새 했었던 거지.
쓰다보니 횡설수설 레전드지만 아무튼 최근엔 그렇다. 지금 생활도 정신도 안정적이고, 나를 돌아볼 수 있는 상태다. 그래서 오늘은 2019년 이후에, 독일에서 돌아오고 나서의 내 정신상태가 어땠는지 과거의 블로그 글을 보면서 좀 상기시켜봤다. 20-21년도에 불안정한 건 알았어도 22년도는 잘 기억이 나지 않았는데(사실 그 시기가 머리에서 통째로 날아가버렸다) 나는 그때 여름에도 꽤 힘들어하고 있었다. 명절 할머니네 집에서도, 운동하면서도, 그리고 수시로 스트레스 받고 공황이 있었던 것 같다.
마지막으로 공황 비슷하게 올라왔던 게 홍콩에서였는데, 그 뒤로 완전히 다른 삶을 살고 있는 것 같다. 많은 일들이 있었기 때문인지, 아니면 그 일들로 내가 많이 변했기 때문인지 올해 5월 전후로 나는 다른 사람이 된 것 같다. 그냥 그 때가 너무나 멀게 느껴진다. 물론 그 때의 모든 관계들이 지금 내 곁에 없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그리고 그 빈 자리들에 새로운 인연들로 다른 관계로 채워지고 있어서, 또 그만큼 나는 다른 사람이 된 거겠지.
이제 한 두 발짝만 떼면 앞으로 쭉 나아갈 수 있을 것 같은데, 해오던 관성이 있어서 쉽지는 않다. 그래도 이만큼 왔으니까 뒤를 좀 돌아보며 나를 칭찬해주고 싶다. 불안이라는 안개 속에서 그래도 길을 잃지는 않았다고. 사실 후회도 아쉬움도 많지만, 쥐고 있을 수 만은 없다. 미안하게도. 안개가 걷힐 수록 후회가 커져서 혼란스럽지만 그렇다고 뒤돌아 서있을 수는 없으니까, 일단은 앞으로 가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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