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4-29

내일 상담에서는 오랜만에 상담쌤과 다시 만나게 된 것이니 그간의 일들을, 그리고 3년 전 상담 때 했었던 얘기들을 되짚어본다. 그래서 문득 3년 전의 나는 무슨 생각을 하고 살았나 궁금해져서 그때 블로그에 써 둔 글들을 몇 개 봤다. 그때의 나는 굉장히 과거에 얽매여있고 부모 때문에 답답해하고 그닥 하고싶지 않은, 자신 없는 일을 하면서 도망치고 싶어했던 것 같다. 생각해보면 나는 꽤 오래동안 과거에 붙잡혀있었다. 아마 자꾸 과거의 어느 순간으로 도피하고싶어서 스스로 집착했던걸지도 모르겠다. 나는 항상 엄마가 강박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나도 스스로에대해 만만치 않게 강박적인 인간이라는걸 최근 깨닫고 있다.
여전히 나이는 먹고 있고 미래는 불투명하지만 지난시절만큼 과거에 연연해하지는 않는 것 같다. 과거를 그리 생각하지도 않는다. 내 삶은 독일에서 돌아오기 전과 후로, 아빠가 죽기 전과 후로 나뉜다. 일단 지금은 그렇다. 지금도 약을 먹고 있고 공황이 찾아올까봐 두렵지만 그래도 과거보다는 미래를 생각하는 것 같다. 아마 나에게 어느 정도 자유가 생겨서 그런걸지도 모르겠지만. 예전에 썼던 글들 중에 눈에 띄는 것은, 그동안 연애를 감정 폭발의 도구로 사용했다는 것이다. 지금의 연애와는 딴판이다. 지금의 연애는 내 못난 모습을 스스로 드러내며 이래도 괜찮아?라고 물으며 사랑받는 기분을 최대한 즐겨보려는 중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사랑하는 이에게 인정받음으로 스스로를 더 받아들이는 과정에 있다.

2021-04-27

 만일 이 글을 보는 당신에게. 오늘의 나는 어제와 다르고 내일의 나는 오늘과 다르겠죠. 님 또한 그러하듯이요. ㅎㅎ 매일매일 아예 다른 인격은 될 수 없음에 내 스스로가 지겹지만 똑같은 날들 사이에서 조금씩 달라져가는 나를 찾는 것 또한 삶을 계속해나가게 하죠. 

2021-04-13


晴雅集, 2020
 음양사 청아집. 뭔가 최ㅅ1원(..)닮은 찐하게 생긴 사람들이 도술(?)을 부리며 세계를 구하는 영화(..).
나름 재밌게 봤는데 어쩐지 덕심을 자극할만큼은 아니었다. 역시 찐한 얼굴때문인가(...)
예산이 엄청 투입된 것 같긴 했는데 등장인물들간의 관계가 너무 건조(?)해서그런지 오히려 인물들은 좀 빈 것 같은 느낌. 여자도사분은 현ㅇr 닮았던데 그쪽이 주인공인 편도 나온다해서 기대 중...







甜蜜蜜, 1996
 의외로(?) 애인이 추천해서 보게 된 영화. 그리고 역시 "의외로 끝까지 가는 영화다"라는 간략한 애인의 설명을 듣고 보게 됐는데 정말 의외로 끝까지 가는(..) 영화였다.
미키마우스는 너무 좀.. 그랬지만ㅎㅋ.. 90년대 홍콩을 보는 것도 좋았다. 뭐든지 복작복작 과하고 인생의 어떤 가능성이 있을 것만 같은 젊은 도시의 느낌. 
홍콩에서 보통화를 쓰는 사람들, 그리고 다시 미국으로의 이주. 마지막엔 미국으로 관광온 대륙인들이 나온다. 대륙의 새로운 민족-자본주의적 문화의 첫걸음을 보는 느낌.
 
 
 
 
 
 
 
미나리, 2021
 정말 아무것도 모르고가서 시대극이란 사실에 처음에 놀랐다. 심지어 조금 보다가 알아챔. 그냥.. 그냥 옷이 빈티지라고 생각햇어...ㅋㅋㅋㅋㅋㅋ특히 한예리 배우의 연기가 너무나 현대극의 그것이었기에 더더욱..ㅋㅋ아무리 한인2세 같은 영화더라도 남주에 스티븐연이었어야했나는 의문이다. 왜냐면 그의 한국어 연기를 보는 한국인은 이상한 기분이기땜앸...ㅋㅋㅋㅋㅋ그래도 뭐 오스카의 백인들은 아무 위화감 없겠지만욧..
한줄평: 사업하는 한국남자는 만나면 안 되죠 암요암요
윤여정 배우가 이 영화로 오스카를 넘어서 영국 아카데미까지 수상했다는데 백인들 마음은 알 수가 없다.. ㅎ




Attila Marcel, 2013
 이 영화 오래 전에 홍대에서 포스터가 크게 걸려있는걸 보고 오래동안 판타지 영화(..)로 알고 있었다. 그런데 이럴수가 프랑스 현대극이었고 판타지가 아니라 환각제를 마시는 청년의 이야기였다(!). 내가 식물 키우니까 애인이 자꾸 이 영화 얘기를 해서 궁금해서 결국 봄..ㅋㅋㅋ
뭐 엄청 프랑스영화같지도 않았지만 정말 유럽인들같은 영화였다. 피씨한 히피같은 영화였다. 장애부터 인종차별까지, 너무 많은걸 담으려한 것 같아서 조금 산만하기도 했다.








Eternal Sunshine, 2004
무려 초등학생 때부터 알던 영화. 15년만에 보게됐다. 충격적.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심지어 영화 설정도 잘못알고 있었어서 나는 뭔가 시간여행하고 이런 내용인줄 알았는데 전혀 아니었음ㅋㅋㅋㅋㅋㅋㅋㅋ
집에서 애인이랑 티비로 뭐 볼까하다가 애인이 이 영화 좋아한대서 마침 잘됐다고하고 봤다. 덤앤더머 이후로 짐캐리 별로 안 좋아하는데 그래도 이 영화에선 별볼일없는 인간으로 나와서 봐줄만했다.. 젊은 마크러팔로와 일라이저우드가 반가웠고 애인이 커스틴 던스트 계속 넘 좋아함ㅋㅋㅋㅋㅋㅋㅋㅋ귀여운거 좋아하는 애인님^^...
기억이 전부 사라져도 다시 널 사랑하게 될거라는 로맨스 영화.






スパイの妻, 2020
 크......... 
애인이랑 극장에서 같이 봤는데 애인이 나오자마자 이 영화 일본에서 대체 어떻게 취급되냐며 나한테 물어봄ㅋㅋㅋㅋㅋㅋㅋ물론 간신히 NHK의 투자를 받고 저예산 로케로 찍은 영화라고 한다. 
유명한 감독이긴 해도 처음 보는데 이 감독의 첫 시대극이라고 한다. 와 근데 정말 미술이랑 카메라 미쳤고 배우들 연기도 너무 좋았다. 평소 아오이 유우의 얼굴을 좋아하는 편은 아니고 영화에서 보는 것도 처음인데 연기 진짜 너무 짱임. 말투부터 어케 저렇게.. 입고 나오는 옷도 너무 이뻐서 눈돌아감. 애인은 남주 옷도 너무 멋졌다며ㅋㅋㅋㅋ작고 마르고 좀 힘없이 생긴게 딱 애인이 좋아할만한 취향의 배우였다.
영화 아가씨가 생각나기도 했는데, 서로를 위해서 서로 어디까지 속이는지 관객이 궁금하게 만드는 재미가 있었다. 근데 진짜 일본군의 생체실험이나 고문까지 다 나오는데 일본인들 이 영화 어떻게 생각할지ㅋㅋㅋㅋㅋ암튼 오랜만에 극장에서 본 좋은 영화.

2021-04-12

지난 수요일에 공황이 심하게 왔고 2시간 동안 지속됐다. 밤이어서 더 미치는줄 알았고 그나마애인과 선배들이 있어서 어느 정도 진정이 됐고 간신히 잠들었다. 응급실은 안 갔는데 다음날 병원에 가서 얘기하니 담부터 이런 상황에선 응급실에 가는게 좋다고 한다. 상담도 다시 다니기로 했다. 지금은 약도 늘리고 아무튼 몸은어떻게든 괜찮은 상태인데 정신은 간신히 버티고 있다는 느낌이다. 공황이 왔을 때 살아있는게 너무 이상했다. 너무 슬프고 무서웠고 공포스러웠다. 눈물이 계속 났다. 그 다음날 아침에 일어났을때도 계속 눈물이 났다. 꿈에 아빠가 나와서 같이 백화점을 걸었는데 무척이나 그리운 느낌이었다. 

시험공부를 다시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미래가 걱정되는 한편, 결혼하고 애 키우고 다 하고싶다. 앞으로 공황장애와 함께 살아간다면, 무슨 일을 할 수 있을지 어떤 일을 하면서 살아야할지 다시 한 번 고민해봐야겠다. 이렇게 스트레스가 심해질 때마다 공황이 심해진다면 강도 높은 직군의 일은 하지 못할 것 같다. 

지금 당장 너무 쉬고싶은데 이게 시험 공부를 쉴 만큼의 쉬고싶음인지 아니면 그저 지금 잠깐 순간의 휴식이 필요한건지 모르겠다. 엄마 말처럼 어디가서 한 달 동안 쉬고싶기도 하고.

김예슬씨의 글이 생각난다. 나는 내가 우수한 경주마인줄 알았는데 이제 더 이상 그런 사람이 아니게 된 것 같다. 어떻게든 버틸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체력도 정병도 자꾸 아니라고 신호를 보낸다. 한동안은 어떻게든 엘리트반열에 끼어볼까 했는데 나는 그런 사람은 아닌가보다. 사실 어울리지 않는다는걸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그렇게 살아왔기에 앞으로도 그렇게 살 수 있을줄 알았고 그래야한다고 생각했다. 그치만 이제는 정병과, 공황과 함께 사는 법을 진지하게 생각해봐야겠다.

2021-04-05

난 내가 너무 정신없이 졸리고 피곤해서 자꾸 자게될 때 좀 불안한 것 같다. 어제 오늘도 엄청 피곤하고 졸려서 계속 많이 잤는데 오늘 할아버지가 일어나지 못하게 되어서 엄마가 급히 시골집에 가고있다고 한다.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아무 상관 없겠지만 그래도.

2021-04-04

 긴 꿈(장르는아마sf)을 꾸고 아침에 일어나니 애인이 옆에 누워있었다. 너무 안도하고 행복해서 팔에 얼굴을 묻었다. 그렇게 또 잠시 자다 눈을 떴더니 애인이 벽에 살짝 기대어 책을 읽고 있었다. 왼쪽 팔은 여전히 나한테 잡힌 채로. 

2021-04-03

 어떻게 미치지 않고 살아갈 수 있지

2021-04-02

 요즘 역류성식도염에 방광염에, 정신과약까지 먹기 시작해서 그런가 몸이 너무 피곤하다. 이번주에 생리도 했었고.. 이런 시간들이 지나면 내년엔 괜찮아질까. 부디 내년엔 (피곤을) 다 떨쳐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