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9-30

모도에 다녀온 날 아빠의 방을 정리하는 꿈을 꿨다. 까맣게 잊고 있다가 어제 상담시간에 ENDR하면서 떠올랐다. 엄마랑 남자친구랑 우연히 하게 된 밤낚시 중에는 문득 여기에 아빠가 있었으면 좋았을텐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순간 이제 더는 아빠를 볼 수 없다는 사실이 실감났다.

오늘 저녁 라디오에는 소중한 사람을 잃은 사람들의 문자가 많았다. 아마 추워지는 날씨만큼 허전한 곁도 더 생각나는게 아닐까. 아침 라디오에선 오페라 장미의기사의 마샬린의 대사를 들을 수 있었는데, 왜 신은 시간이 가는걸 목격하게 하고 슬픔을 느끼게 하냐고 한탄하는 내용이 있었다. 그러게, 왜 인생의 고통은 빗겨갈 수 없는 걸까. 마치 전속력으로 벽을 향해 달리는 기차 같다고 느낀다.

2022-09-16

 이상하게 큰 일이 나면 그 상황에 대한 걱정이나 두려움보다는 해야 할 일들이 명료하게 머릿속에서 정리되는 것 같다. 애인이 주차장에서 기둥을 박아서 쓰는 말이다... ^_ㅠ 천만다행으로 아무도 다치진 않았다

2022-09-12

 할머니집에서 공황을 겪은 후 이틀이 지나고 오늘 운동 할 때 다시금 패닉이 아슬아슬 할 만큼 올라왔다가 간신히 눌렀다. 남자친구가 있기도 했고 심호흡도 열심히 했고 지금 이곳에 있는 나를 생각해보려고 하기도 했다. 다행히 불안이 왔다 간 걸로 그쳤지만 식은땀과 함께 온 배앓이는 멈추지 않아서 마무리 운동은 하지 못했다. 안 하길 잘한 것 같다. 올 때도 오늘은 터널을 지나면 간신히 눌러놓은게 다시 튀어나올 수도 있을 것 같아 바깥 길로 돌아갔다. 그치만 공황이 다시 올까봐 좀 불안한 상태지 공황 자체는 아니라서 약은 먹지 않았다. 어제도 집에서 잠만 자는데도 너무 피곤해서 산책을 두 번이나 하고 불안약을 먹기도 했다. 그래도 공황에 상태에 나를 두지 않기 위해 하루하루 노력하고 있고 어느정도 해내고 있는 것 같다. 

2022-09-10

 쉬헐크를 조금 봤는데 어쩐지 공감이 가는 부분이 많았다. 최초 증상 발현(..)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고 달라진 삶을 받아들여야 한단 점이 지금의 내 모습을 보는 것 같았다. 

어제는 시골에 갔다가 친척 때문에 스트레스가 심해져서 밤에 공황이 왔는데 어떻게 또 넘겼다. 정신질환 쪽에 자꾸 명상이 등장하는게 이런 이유일까 싶었다. 공황이 아예 없어질 수는 없어도 관리 가능한 수준으로 되는 것, 그게 현실적인 치료의 방향인 듯한데 역시 이 사실을 받아들이는게 쉽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