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도 아마 우울증이겠지

일을 할 지 말 지 어디서 살지 불안정하고 10년 넘게 해온 일에서는 현타온다고 자주 말하고 부동산 투자도 망해서 당장 돈 문제로 머리가 희고 군대 전역 때부터 시작된 우울증은 필리핀에 다녀와도 낫질 않고 여전히 잠은 못 자는데 괜히 도박만 배워왔고 여자를 사랑을 믿지 않고 집은 좁고 더럽고 변기는 언제적인지 모를 때부터 막혀서 가까스레 뚜껑만 닫아두고 설거지도 안 하고 밥솥은 누렇고 커텐도 달지 않고 일요일까지 출근하고 집 안의 유일한 불빛이라곤 초록색 비상등과 리니지 자동전투와 티비 속의 야구중계 또는 유튜브 집 안에서 담배 핀지는 이미 오래고

그런데 내가 좋아? 커피를 마시자하고 담배를 피자고 하고 운동장을 걷자고 하고 손을 잡고 연인 같은 말을 하고 하지만 넌 그것도 책임질 수 없겠지 인정할 수도 없겠지 네가 이 관계에 이름 붙이지 못한다는 걸 알아 그치만 1년 가까이 나한테는 너가 첫번째였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