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12-28

대화가

대화가 잘 통한다는 것은 누구 한 명이 당신을 좋아해서 참아주고 있다는 뜻이다. 

 

2022-12-27

왜 말했을까

숨기면 평생 아무도 모를 사실을 가장 알아서는 안 되는 상대에게 말해버렸다. 계속 이어지는 호의에 대한 죄책감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그렇게까지 마음이 없다고 얘기하는데도 여전히 미련 가득한 행동을 하는게 답답해서 그런거였을까? 이기적인 선택이었다. 현실로부터 너무 도망가고 싶고, 끝내고 싶었나보다. 

2022-12-18

(귀찮아서 앞으로 포스터는 생략...,,,)


성덕(2021): 정식 개봉하기 전부터 영화제 등에서 엄청 화제작이었던 영화. <내언니전지현> 같은 느낌으로(?) 화제였지만 장르(아이돌) 특성상 그거보다는 좀 더 메이저였다. 구오빠를 떠나보낸 여러 사람들의 인터뷰가 나온다. 그리고 요거트막걸리(?)를 실패하고 gv가 재밌었다. 박근혜석방 태극기 집회까지 가는 정성이 엿보였다.관객들 두 어명 빼고는 전부 여성이었다. 영화를 보는 행위 자체를 통해 경험을 느슨하게 공유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연지구(胭脂扣, 1987): 장국영과 무려 매염방이 같이 나온다고해서 엄청 기대하고 영자원에 갔다. 50년 후는 안 나와도 되지 않았을까.. 다른 시대에 떨어진거 생각하면 괜히 자꾸 성유리만 떠오름(!) 십이도련님과 매염방을 더 보여달라..~~ 장국영은 여기서도 경극을 한다. 홍콩인에게 장국영은 뭐길래.



everything everywhere all at once(2022): 영화 <비밀은 없다>와 <레이디버드>가 생각나는 영화. 그리고 그 곁다리로 <미쓰 홍당무>와 <프란시스 하>도 같이. 엄마와 딸의 이야기, 그런데 이제 미국 이민자들의. 요즘 10대 사춘기(!)를 그린 영화를 보면 좀 보기 힘들다. 자기부정 같은 걸까(?) 사실 미국 십대 사춘기 이제 그만 보고싶기도 하고..어제 본 디즈니시리즈의 <윌로우>도 중세의 갑옷을 입은 미국 고등학생 이야기였다. 애인이랑 각각 따로 봤는데 애인은 내가 양자경, 본인이 남편 캐릭터 같다고 느꼈다고 했다. 나는 양자경의 남편 캐릭터가 너무 비현실적이라고 생각했다.


Black Panther: Wakanda Forever(2022): 음... 음.....~ 와칸다 좋아하고 미국 흑인들의 이야기라는 점도 좋고 그와중에 식민지배 당했던 남미의 이야기도 담아서 흥미로웠지만... 음....~~~ 다음 시리즈를 위한 영화 같았고 설정이 좀 허접하고 슈리 이야기를 좀 더 했으면 좋았겠다 싶다가도.. 마지막 쿠키가 너무 별로였다. 다크페이트 내놔..


Drive My Car(2021): 연극 좋아하는 감독이 갈 수밖에 없는 길(?) 그치만 그 중 최고인 듯.. 사실 <스파이의 아내>랑 같은 감독인줄 모르고 봤는데 알고나니 감독이 그리는 여성들이 어떤 면에서 닮아있는 것 같기도 하고. 거대한 체호프 세계관. 그렇지만 역시 인물들의 대사가 너무 좋았다. 타인을 이해하기 전에 자신부터 알아야 한다는 말이 유독 기억에 남는다. 왜냐면 지금 그런 상태니까..^^..


고령가 소년 살인사건(1991): 애인이 포스터 보고 청춘물이냐고 물었다. 포스터에 속으면 안 되는 영화다. 차라리 러닝타임(4시간)을 믿어야 한다.. 한동안 극장에서 틀어준 적이 있어서 볼까하다가 체력이 딸릴 것 같아서 안 봤는데 괜찮은 선택이었던 것 같다. 방에서 누워서 중간에 밥 먹으면서 봐도 힘들었음 특히 뒤로 갈수록.. 근데 앞의 1시간은 힘들었는데 밥먹고 와서그런가 뒤의 3시간은 금방 봤다. 샤오쓰나 밍, 샤오마, 캣, 슬라이, 타이거, 허니 등 한 사람의 이야기라기 보다는 한 시대의 이야기였다. 본래의 자리에서 쫓겨나 새로운 곳에서 알아서 살아남는 법을 터득해야하는 처지의 사람들의 이야기. 그리고 그 속에서 더욱 방황하며 자신의 정체성을 찾고자하는 10대의 이야기들.

2022-12-17

선생님, 생각하기를 멈췄다는 저에게, 30분 동안 생각을 써내려가보라고 하셨죠. 저는 이기적인 사람이에요. 줄 수 있는 건 없고 얻고자 하는 것만 많죠. 후회를 하지 않는 선택이란 뭘까요? 저는 이미 덫에 빠진 것 같아요. 처음부터 이 정도까지 생각하지는 않았대요. 저도 똑같았어요. 그쪽 인생에도 저 같은 이상한 새끼는 여태 드물었겠죠. 똑같은 놈들끼리 만난거에요 사실. 제가 욕할 처지가 못 되는 것 같아요. 

2022-12-16

明白

mingbai. 문득 중국어 배웠을 때 이 단어를 외웠던게 생각난다. 물론 여전히 쓰진 못한다. 뜻도 비슷하지만 조금 다르다. ‘분명하다’ 보다는 ‘이해했다’로 더 쓰인다.

그 누구의 잘못도 아니고 내 잘못인게 분명하고 나조차 그걸 이해하고 알고 있을 땐 어떻게해야 하는 걸까. 그저 내가 이기적이기 때문에 문제라면, 그러면서도 아무도 상처받지 않길 바란다면. 

뭐가 문제였을까. 넌 인생이 어딘가 잘못 흘러가고 있다고 느끼지 않니? 그렇게 물어보고 싶다. 내가 너에게 느낀 동질감은 아마 그거였을 것이다. 분명 좆될걸 아는데도 멈출 수 없는 것, 거기에서도 동질감을 느꼈을 것이다.

썸도 뭣도 아니고 유사연애나 될 수 있을지 모를 이 관계에서 넌 무얼 얻고자하는 걸까. 솔직히 욕망 말고는 보이지도 않는다. 그러면서 청승맞게 카톡 프로필을 바꾸는건 너의 자아를 위한 것일까?

내가 너한테 원하는 것. 사실 난 너와 친구가 되고 싶었다. 지금 깨달았네. 얼마 전에 어디서 봤는데. 연인을 넘어서야 비로소 친구가 될 수 있다고. 근데 뭐 그 말이 꼭 맞는 것도, 너와 나의 관계가 그랬을 수 있던 것도 아니지만. 

그래서 니가 나한테 ‘니랑 나랑 무슨 친구냐’고 했던게 그렇게 잘 기억나는 것 같다. 친구가 되고 싶어서 너의 요구를 다 들어줬던 것 같다. 너의 싸구려 작업멘트도 그 뒤에 이어진 모든 것도. 어떤 ‘고통’을 감수한건 아니지만 그래도 그게 바랐던 전부는 아니었어.

나는 너의 친구가 되고싶었어. 같이 인간혐오도 하고 세상에 대한 원망도 하고 잘못 흘러가는 인생에 대해 한탄도 하고. 나에게 어떤 종류의 해방감을 주는 친구를 원했어. 친구로 지낼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한건 진짜였어. 대충 얼버무린게 아니라 갑작스럽게 진심을 얘기해버렸던거야. 

친구 없다고 했지, 근데. 

근데 사실 나도 이쯤되면 너 같은 인간이랑은 친구하기 싫어져야하는데. 아니 오히려 친구 정도의 거리니까 괜찮다고 생각했던 걸까. 근데 너는 나를 저금통 정도로 생각하는 것 같던데. 역시 친구는 어렵겠지. ‘친구로만’ 지내자는 건 아닐 수도 있지만 ‘친구조차’ 될 수 없는 관계는 나도 어려울 것 같아. 

2022-12-09

늦을 줄 알았다. 그래도 일을 끝까지 마무리하고싶어서 조금 늦게 출발했더니 30분이나 병원에 늦어버렸다. 상담 시간이 줄을 걸 알고 있었지만 상관없었다. 정신과에서는 상담이 크게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냥 지금은 더 이상 할 얘기가 없었다. 그저 약이나 더 받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안그래도 갑자기 심장이 조금 두근거렸다. 갑자기 신호가 평소보다 더 오래 걸린다고 느껴졌다. 엄청 오래 기다렸다고 생각하고 시계를 봤더니 1분이 겨우 지나있었다. 금요일이라 피곤해서 그런거라고 또 생각했다. 지난주 금요일에도 집에 오는 차 안에서 울었으니까.

선생님이 다음주 화요일에 보자고 했다. 고작 4일 뒤다. 내가 일을 스스로 몰아붙이면서 해서 금요일엔 좀 힘든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정말로 피곤하고 힘들어보인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더 얘기하고 싶은데 시간이 없으니 화요일에 오라고 했다. 알겠다고 했다. 시간 낭비 따위 같은 생각은 들지 않는다. 그저 갑자기 텅 빈 시간을 채울 수 있다면 뭐든 좋다. 그게 요즘은 대부분 일이지만. 일이라도, 성과라도 나한테 남아야 억울하지 않을 것 같다. 

나를 과잉되게 채우다가 갑자기 사라져 버린 감정은.. 어디로 간 건지 모르겠다. 그냥 텅 비었다는 느낌만 남았다. 폐허도 아니다. 그저 수거해가고 남은 쓰레기 몇 조각들이 굴러다니는 것 같다.

2022-12-07

런던써킷은 마음에 묻어두고

그날 밤 찬바람을 맞으며 함께 헤매다 발견한 토끼와 이름 모를 새들도, 노량진 맥도날드 같은 분위기를 풍기는 먼 이국 땅의 맥도날드에서 본 복고풍의 학생들도, 닫혀진 밤거리를 떠도는 젊은이들을 유일하게 맞이해주는 ‘런던 써킷’에 자리한 조그마한 클럽도, 너의 오늘 밤은 잊을 수 없겠다던 싸구려 같은 감상도, 다음날 늦은 밤 잠시나마 내 품에 안기던 너의 체온도, 그 다음날 아침 네가 내 꿈에 나왔다하니 정말로 웃고야 말았던 너의 얼굴도 그저 모두 마음 한 구석에 묻어두기로 했다. 그렇지 않고서는 너의 그 감상과 구분할 수 없이 초라해질까봐 두렵다. 그럼에도 사실 좋은 기억으로 남겨두고 싶어. 네가 아무리 나한테 못되게 굴었어도 나는 그때 모든게 진심이었고 좋았던 기억마저 진짜였으니까, 내 기억마저 부정하고 싶지는 않다. 그 짦은 기간 내가 보았던 너는 사실 내가 보고 싶어했던 너였으니까,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믿고 싶은 것만 믿은 나였으니 사실 더는 너를 탓하지 못할 것 같다. 네가 그랬듯이 나도 나만의 로맨틱을 찾고 있었던 거라고, 그래서 실재하지 않는 또 다른 너를 내 안에서 만들어냈던거라고 이제는 생각이 들어. 그래서 그렇게 그냥 좋은 기억으로 남겨두려고, 그래도 여전히 좀 슬프다. 짧은 시간 내가 만든 환상을 넌 더 짧은 시간 안에 깨버렸지. 그 안에서 잠시 꿈 꿀 수 있을거라 기대했는데 너는 뭐가 그렇게 무서웠는지 난 아직도 잘 모르겠어. 지나간 꿈을 계속해서 뒤돌아보면 안 된다는걸 알면서도 인간은 금기를 참지 못하나봐. 난 정말 네가 좀 더 건전한 인간이 되어서 나에 대한 후회를 하기 바라. 그래서 일단은 너의 인간으로서의 치유를 기원한다. 좋은 사람이 될수록 네가 했던 쓰레기짓을 깨닫고 아쉬워하겠지. 아닌가, 이것도 다 꿈이고 집착인가. 내 인생에서 그 일주일은 뭐였을지 아직도 의미를 찾고 있어. 네가 고의였다고 생각하지는 않아, 그저 못났을 뿐이었겠지. 그래도 너보다는 덜 못난 나는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해. 설사 그것 때문에 네가 도망쳤다하더라도, 나는 그럴 수밖에 없었어. 특별히 너라서가 아니라 난 원래 그런 사람이라서. 그래서 후회는 없어, 그냥 남은 건 안타까움 뿐이야. 

2022-12-03

나한테서 도망친 사람들

지난 일기에 종이에 감정을 써내려 간다고 썼던데 아직 그래보지는 않았다. 계속 바쁘게 지냈다. 친구들을 만나 하소연을 하고 일을 많이하고 저녁까지 밥과 술을 먹었다.

그럼에도 어제는 너무 힘들었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하루하루 너무 과잉된 정신으로 살았는지 한 주가 너무나 길게 느껴졌다. 정말로 긴 한 주를 견뎌냈다. 일과 사람들로 채웠지만 그럼에도 시간은 뎌디게 흘러갔다. 그리고나서 퇴근길에 남자친구와 대화를 하는데 막판에는 눈물이 났다. 바로 옆의 남자친구의 별로인 점과 그새끼와 대화하던 좋은 기억이 겹쳐져서 마음이 너무 힘들어졌다.

그새끼와 버스에서 처음 대화한 날이 20일 일요일이었고, 그 전에도 나한테 좀 집적댔으니까 벌써 2주 정도 된 일이다. 귀국으로부터는 딱 일주일이 지났다. 그새끼가 갑자기 '좀 무섭다'라고 지 감정을 통보한게 월요일이니까 그로부터는 5일이 지났다. 상담선생님 말대로 너무 짧은 기간 동안 너무 많은 일이 일어났으니 일단 무얼 하기보다는 내 감정을 잘 들여다보라고 했다.

사실 아는 감정이다. 그리고 사실, 이렇게 될 줄 알고 있었다. 그냥 경험에 의해 혹은 감각에 의해 알고 있었다. 처음부터 그새끼가 진지하지 않았다는 것, 말과 태도에서부터 알 수 있었고 관계가 급속히 가까워진 이후에는 더 쓰레기처럼 굴었다. 알고 있었다. 그래도 저새끼랑 나는 대화 한 번 해보고싶었다. 또 예전 처럼, 17살과 21살 때처럼, 대화 한 번 못 해보고 끝날까봐 그게 불안했다. 그리고 정말 그렇게 되었다. 나는 대화를 차단당했다.

다들 그렇게 도망갔다. 회피형 인간들이 싫다. 웃긴 건 그 셋 다, 17살, 21살 그리고 이새끼 까지 셋 다 나랑 비슷하거나 똑같은 사람들이라고 생각했다. 처음부터 나랑 너무 잘 맞아서 신기하다고 생각했다. 근데 사실 나랑 너무 다른 인간들이란 것도 알고 있다. 도망가지 않고 그 자리에 서있던 나만 여전히 트라우마로 남아 고통 받고 있다. 사실 그리 좋지도 비슷하지도 않은 평범하게 겁 많은 인간들인데도, 상황을 마주하자던 나만 힘들어야 한다는게 억울하다. '내가 뭘 잘못했다고'.

하나부터 열까지, 그새끼가 나한테 했던 모든 것이 떠올라 괴롭다. 그래도 나는 진심이었다고 생각하면 덜 괴로워진다. 내가 진심이었던 만큼 그새끼가 후회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