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1-29

 

1월도 벌써 끝나가고, 

우연과 상상(2021): 하마구치 류스케의 옴니버스 영화. 3개의 이야기가 들어있는데 마지막이 정말 좋았다. 둘이 즉흥 연극(!)을 하는 장면이 참 감독 답다싶기도 했고, 결국은 잊고 있던 동창생의 이름을 기억해내고 상대에게 알려주기 위해 뛰어가는게 나까지 마음이 뛰었다. ('노조미'인데, 회사 근처 식당 이름이라 나도 잊히지가 않는다..)

대무가 단편(2020): 왓챠에 있길래 이건 또 무슨 똥인가 하고 열어봤다가 생각보다 넘 재밌게 봤다. 근데 영화가 잘 되서 장편으로도 나왔다는데 그건 좀 별로인듯. 주인공이랑 라이벌이 공수배틀 하는게 무슨 쇼미보는 것마냥..ㅋㅋㅋㅋㅋ처음부터 끝까지 미친 플롯인데 그와중에 배우들이 엄청 심각한 톤을 유지하는게 대단했다. 

가가린(2020): 실제 주택단지인 가가린의 철거를 앞두고 이를 주제로 찍은 영화. 최근 본 영화 중에 가장 아름답고, 영화의 목적에 충실한(?) 영화였다. '그래, 이래서 우리가 영화를 보지' 같은 느낌. 여자주인공이 프랑스에서 가장 주목받는 배우라던데 영화 속에서도 그의 재능이 돋보였다. 특이한건 감독이 2명의 공동작업이라고.

더 퍼스트 슬램덩크(2022): 약간 전설로만 내려오던 오타쿠계의 조상신을 만나본 느낌. 근데 이제 등장인물들이 3D로 움직이는.. 정대만도 강백호도 아닌 송태섭이 주인공인 이야기인데, 이게 가장 현재의 정서에 맞지 않나 싶다. 주인공파라 영화 보고나서도 송태섭이 가장 좋았다. 오키나와에 언젠가 꼭 가보고싶다.

연극 <갈매기>: 하마구치 류스케를 보다가 결국 체호프까지 보고 왔다. 사실 생각도 못하고 있다가 운전 중 우연히 전광판에서 이순재 연출의 갈매기를 한다는 광고를 봤다. 그길로 바로 예매하고 극장까지 다녀왔다. 돈내고 연극보는건 거의 30년 만에 처음이었던 것 같은데, 훌륭한 연극이었고 좋은 경험이었다. 앞으로도 극이 올라간다면 종종 보러가고 싶다.

유령(2023): 이해영 감독이 해냈다(!) ㅋㅋㅋㅋㅋㅋㅋㅋ천하장사 마돈나부터 경성학교, 독전에서 쌓아온 그의 오타쿠력이 결국 유령에서 폭발했다, 애국이라는 이름으로. ㅋㅋㅋㅋ수녀복 입고 장총 쏘는게 어딨어요 아ㅋㅋㅋ마지막 기관총 뭔데요 그건 좀 뇌절아닌지 그치만 찍을 수 밖에 없었겠지 너무나 찍고싶었을테니까... 그리고 (이솜) 이하늬, 박소담의 연대와 사랑 앞에 입체적이고 싶었으나 그냥 도구로 죽어간 남캐들... 재밌는 영화였다. ㅋㅋ

400번의 구타(1959): 원제가 'Les 400 Coups'으로 오역이 심한 제목이다. coups는 반항, 소동 등의 의미라고 한다. 영화를 봐도 주인공 앙트완이 끊임없이 학교에, 가족에, 사회에 반항한다. 그에게 유일한 안식처이자 즐거움은 친구 르네와 영화인데, 소년원으로 가면서 둘 모두를 잃으면서 눈물을 흘린다. 마지막 장면에서 결국 한 번도 못 봤다는 바다를 찾아온 모습은 낙킹온헤븐스도어가 떠올랐다. 아마 그게 이 영화에서 영향 받은 거겠지. 흑백 영화는 역시 극장에서 봐야한다.

2023-01-23

자기를 지킨다는 것은


“관계를 유지한다는 것은 그 관계가 기쁨과 즐거움이고나 배움과 성숙, 성찰의 기회일 때다. 그것이 관계의 본질이다. 끊임없는 자기학대와 자기혐오로 채워진 관계레서 배움과 성숙은 불가능하다. 자기 학대와 자기 혐오가 커질 수밖에 없는 관계라면 그 관계는 끊어야 한다. 주변을 찬찬히 돌아보면 끊어야만 자기를 지킬 수 있는 관계들이 의외로 많다. 관계를 끊으면 그때서야 상대방도 자기를 돌아볼 수 있는 최소한의 계기가 만들어진다. 그런 계기로 삼지 못해서 결국 대가를 치르게 되어도 그건 그의 몫이다. 누구도 대신해 줄 수 없다.”


개별 정체성


“역할에 충실한 관계란 ‘모름지기 주부란, 아내란, 엄마란, 며느리란 이러이러해야 한다. 모름지기 가장이란, 아빠란, 아들이란, 사위란 이러이러해여 한다’는 집단 사고에 충실한 삶이다. 역할 놀이 중인 삶이다. 이런 삶, 이런 관계 속에서 상대가 누군지, 나는 어떤 존재인지 알 수 없는 건 당연하다.”


거부당한다는 것


“안전하다는 느낌만 있으면 상처받은 사람은 어떤 얘기보다도 그 얘기를 하고 싶어 한다. 자기 얘기를 잘 들어줄 것 같은 기미가 조금이라도 보이는 사람을 만나면 낯선 상황이나 낯선 사람이라도 어떤 식으로든 그 말을 꺼내는 경우가 많다. 이해밪고 위로받고 싶어서다. 공감을 받고 털어내야만 머릿속에서 자기 상처가 반복적으로 떠오르는 ‘아픈 기억의 습격’ 속의 삶에서 탈출할 수 있다는 걸 본능적으로 느껴서다.”

다시 13년 전으로 돌아가보면

2023-01-22

 일 커질까봐 무섭다던 너의 말처럼

친구 말대로 즐길 만큼 즐기고 빨리 질려버리는 수밖에 없는 것 같다. 깊게 생각하면 나만 힘들다. 

그래 이렇게 혼자 헤어졌다 말았다를 반복하면 어느새 시간이 흘러 있고 점점 무뎌지겠지 제발

인간은 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언니네 5집을 또 듣고

2023-01-21

다시 또 생각이 바뀌어서 눈물이 나는데

내가 또라이인게 맞는 것 같다. 관계가 진전되니 조금씩 도망가고 싶어진다. 끝이 보여서 기운이 빠지는 걸수도 있겠다.

2023-01-20

그래 차라리 아이돌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2023-01-19

저질러버려서 당장의 마음은 편해졌다.

2023-01-17

지난 주말부터 잘 자고 있다. 확실히 전보단 마음이 편해진 것 같다.

그리고 정말로 확실히, 웃는 사람이 매력 있다. 재밌게 말 잘하는 것까진 어렵다쳐도, 일단 웃고봐야 하는 것 같다. 어제 만났던 사람은 목소리도 좋고 얘기도 넘 재밌었는데, 묘하게 베를린에서 친하게 지냈던 언니가 떠올랐다. 그 얘기를 하니 또 자기 입시 때 썰을 한창 풀었다. 뺨과 앞니와 웃음이 매력적이었던 사람. 그래도 인간이 완벽할 수는 없는지, 아쉬운 부분도 있긴 했다. 그래도 아쉬운 부분이 있어야 덜 집착하게 되는 것 같다.

최근 다양한 사람들을 짧게 만나면서 연애에 대해 많이 배우고(?) 있다. 진지한 만남만이 세상에 존재하는 형태의 관계의 전부가 아니구나, 하는 그런 것들. 그래서 적당히 포기하고 적당히 받아들이는걸 좀 연습하고 있다. 그래도 언젠가 다시 처음부터 차곡차곡 쌓는 연애를 해야한단건 알고 있다. 연애, 사랑에 어쩌면 가장 중요한 건 존중이라고 정말로 깨닫는 중이다.

12살 많은 그 사람과의 관계는 뭐였을까, 썸이었을까 연애였을까 생각하다가 무슨 의미인가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말 잘하고 또 재밌게 느껴지는 사람은 오랜만이었지. 근데 또 어제 훨씬 재밌는 사람을 만나보니 그냥 내가 너무 경험이 없어서 잘 판단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든다. 좀 더 여러 사람을 만나봤으면 그렇게 매달리진 않았을텐데, 기존의 연애도 좀 더 존중하면서 끝낼 수 있었을텐데.

나에 대해 문제제기를 했다는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처음에는 무서웠고 불편했다가 지금은 화가 난다. 선생님 말대로 정말 명예훼손의 영역일 수도 있는 것을. 그래서 우리가 뭘 해야하냐는 대표 말처럼 사적 영역에 대한걸 그렇게 건너건너 이야기가 흘러간게 화가 난다. 우리가 모르는 사이도 아닌데 그런 문제의식이 든다면 나한테 직접 말을 하면 좋았을걸. 뭐, 어차피 결국은 당신의 이야기고 당신의 문제라고 다른 사람은 이해해줬지만 화가 나는건 어쩔 수 없다. 명예훼손 당할까봐 아무 말도 못했던 두 달 전의 내가 떠올라서 살짝 억울하다. 

어쩌면 어제 만난 사람을 마지막으로 정말로 이제 누군가를 좋아하는건 그만해야지. 그만 초조해하고 싶다. 지금은 나를 좀 더 안아주고 싶다.

그냥 이 모든 상황과 상처를 감내할 만큼 그 사람을 좋아했구나 싶다. 사실 지금도 좋다. 힘들수록 그만한 가치가 있었지, 생각하게 된다. 비이성적인걸 알면서도 마음은 그렇다. 너무 보고싶다. 

2023-01-14

처음 보는 사람한테 넋이 나가보인다는 소릴 들었다. 마지막에 눈물이 조금 났다. 

2023-01-13

서른살의 짝사랑, 이 나이 먹고 이러고 있을 줄 몰랐다. 그것도 아주아주 엉망진창인 채로. 

2023-01-11

풍선

아빠가 죽고 엄마가 아빠 구남친을 만났을 때, 헤어진 후 (아마)최근 몇 년 간 아빠의 모습은 ‘바람빠진 풍선’ 같다고 했다고 한다. 아빠 핸드폰에 있던 어플의 메시지목록들이 생각난다. 

2023-01-08

공대 출신 공무원은 세상에서 제일 재미없는 인간이다.


도쿄의 밤하늘은 항상 가장 짙은 블루(2017): 원작은 시집이라고 한다. 뭐랄까, 살아 있을 이유를 찾기 힘든 일본 청년(..)들이 나온다. 그렇게 평범하게 부족하게 살아가도 혼자보다는 친구든 연인이든 동료든 함께가 낫다는 이야기. 제목보다 좋은 영화였다.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홀리데이 스페셜(2022): 디즈닝 올라온 40분짜리 스페셜 에피소드. 멍때리기 좋은 와중에 노래가 좋았다.


에놀라 홈즈2(2022): 시작할 때 아 너무 노잼이군.. 하면서 기대 0인 상태로 꾸역꾸역봤는데 중반부 넘어가니까 그래도 재밌었다. 마지막 파업으로 끝나서 참 영국스럽다고 생각했음. 그래도 성냥공장 파업 멋있었다. 최초의 한국 여성고공농성자인 강주룡도 생각나고.

사랑할 땐 누구나 최악이 된다(2021): 영화보다 짤이 더 유명한 영화. 결국 배우가 직접 리뷰까지...ㅋㅋㅋ이제 막 서른살이 되는 노르웨이 여성의 다큐 같은 영화였다. 전공을 여러번 바꾸고 알바로 살아가지만 어쨌든 뭔가는 하고 싶은, 여전히 뭔가를 찾아 헤매는 서른의 여성. 한국이나 노르웨이나 똑같구나 싶었다. 14살 연상의 남성을 만나는데, 헤어지면서 '넌 내 감정을 자꾸 분석하려고 하는데, 난 내 감정을 있는 그대로 두고 싶다'고 하는 부분이 마치 내가 하는 말 같았다. ㅋㅋㅋㅋㅋㅋ

명탐정 스테이홈즈(2022): 드라마이긴한데 에피소드 2개가 영화 1개 분량과 같고 스토리도 이어져서 그냥 여기에 리뷰를. 그냥 가벼운 코미디 수사물 정도로 생각하고 봤는데 생각보다 무거운 이야기였다. 아, 갑자기 구경이 마지막화 안 본 거 생각났네. 암튼 주인공 언니가 찌질한 주인공 옆에서 더 많이 빛났으면 좋겠다.

분화구의 두사람(2019): 소설 원작의 영화. 자꾸 왓챠에 추천으로 떠서 신경쓰여서 보게되었다. 내용 설명만 봤을 땐 그냥 성인영화인데 직접 보니까 훨씬 뭐랄까 동일본 대지진을 겪은 세대의 이야기였다. 아이를 낳으려 결혼을 결심하고, 또 몸이 말하는 것에 따라 결혼식 이삼일 전에 결혼을 취소한다. 사실 너무나 현실적 아닌가. 결혼식을 올렸다면 오히려 너무 픽션 같았을 것이다.

2023-01-01

새해가 또 밝아버렸다. 다들 나한테 올해는 무탈하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그러게, 무탈하게 행복했으면 좋겠다.


고독의 지리학(2022): 헤어진 거의 직후 전남친과 보러간 영화. 대자연을 보면서 멍때리려고 했더니 찐광기의 캐나다 여성이 90분 동안 스크린을 지배했다. 난 대충 눈뜨고 봤는데 전남친은 자고 싶은데 잠도 못 자고 괴로웠다고. ㅋㅋ..

아사코(2018): 주인공들이 휘적휘적 대는게 마치 산책하는 침략자들 같았다. 아사코는 정말 료헤이를 사랑할까? 1년 후에도? 2년 후에도? 영화의 비하인드가 사실 더 논란인 영화인데, 히가시데 마사히로가 드라이브 마이 카의 젊은 남배우 같이 느껴졌다.

러브레터(1995): 겨울 홋카이도에 다시 가보고싶은데 독감으로 앓아 누워 대신 선택한 영화. 2000년대 초반 영화인줄 알았는데 내 나이 비슷했다. 마치 한국인들이 서울사투리 쓰듯이 영화 속 일본 여성들도 말투가 옛스러웠다. 이와이 슌지 감독거를 거의 안 보긴 했는데 대충 필모를 보니 다 이런 느낌인 듯했다. 익명성에서 시작하는 어떤 인연들. 릴리 슈슈도 딱히 보고싶진 않은데 궁금해서 조만간 볼 것 같다.

노바디즈 히어로(2022): 영자원 설명만 보고 오.. 진지한 영화.. 하면서 들어갔는데 나오면서 감독 이름 검색해봤다. 올해의 개또라이 영화. 근데 너무 재밌음. ㅋㅋㅋㅋㅋ약간 웬만해선그들을막을수없다 2022년 프랑스판임

헤이트풀8(2015): 누가 타란티노 최근작이 초기작보다 낫다 해서 봤는데 개뿔 똑같잖아요. 

지구 최후의 밤(2018): 누군가 영화로 시를 쓴다고 하면 피해야댐... 30분 보고 2시간 꿀잠 잤다.. 그래도 꾸역꾸역 나머지를 봤는데 음.... 너무 가오와 간지로 도배된 느낌 

그나마 2부에서 남자애와 뤄홍우가 오토바이를 타던 장면은 멋있었는데 찾을 수가 없네. 초록 새틴 드레스의 탕웨이를 보고 박찬욱이 헤어질결심을 만들었던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