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도 벌써 끝나가고,
우연과 상상(2021): 하마구치 류스케의 옴니버스 영화. 3개의 이야기가 들어있는데 마지막이 정말 좋았다. 둘이 즉흥 연극(!)을 하는 장면이 참 감독 답다싶기도 했고, 결국은 잊고 있던 동창생의 이름을 기억해내고 상대에게 알려주기 위해 뛰어가는게 나까지 마음이 뛰었다. ('노조미'인데, 회사 근처 식당 이름이라 나도 잊히지가 않는다..)
대무가 단편(2020): 왓챠에 있길래 이건 또 무슨 똥인가 하고 열어봤다가 생각보다 넘 재밌게 봤다. 근데 영화가 잘 되서 장편으로도 나왔다는데 그건 좀 별로인듯. 주인공이랑 라이벌이 공수배틀 하는게 무슨 쇼미보는 것마냥..ㅋㅋㅋㅋㅋ처음부터 끝까지 미친 플롯인데 그와중에 배우들이 엄청 심각한 톤을 유지하는게 대단했다.
가가린(2020): 실제 주택단지인 가가린의 철거를 앞두고 이를 주제로 찍은 영화. 최근 본 영화 중에 가장 아름답고, 영화의 목적에 충실한(?) 영화였다. '그래, 이래서 우리가 영화를 보지' 같은 느낌. 여자주인공이 프랑스에서 가장 주목받는 배우라던데 영화 속에서도 그의 재능이 돋보였다. 특이한건 감독이 2명의 공동작업이라고.
더 퍼스트 슬램덩크(2022): 약간 전설로만 내려오던 오타쿠계의 조상신을 만나본 느낌. 근데 이제 등장인물들이 3D로 움직이는.. 정대만도 강백호도 아닌 송태섭이 주인공인 이야기인데, 이게 가장 현재의 정서에 맞지 않나 싶다. 주인공파라 영화 보고나서도 송태섭이 가장 좋았다. 오키나와에 언젠가 꼭 가보고싶다.
연극 <갈매기>: 하마구치 류스케를 보다가 결국 체호프까지 보고 왔다. 사실 생각도 못하고 있다가 운전 중 우연히 전광판에서 이순재 연출의 갈매기를 한다는 광고를 봤다. 그길로 바로 예매하고 극장까지 다녀왔다. 돈내고 연극보는건 거의 30년 만에 처음이었던 것 같은데, 훌륭한 연극이었고 좋은 경험이었다. 앞으로도 극이 올라간다면 종종 보러가고 싶다.
유령(2023): 이해영 감독이 해냈다(!) ㅋㅋㅋㅋㅋㅋㅋㅋ천하장사 마돈나부터 경성학교, 독전에서 쌓아온 그의 오타쿠력이 결국 유령에서 폭발했다, 애국이라는 이름으로. ㅋㅋㅋㅋ수녀복 입고 장총 쏘는게 어딨어요 아ㅋㅋㅋ마지막 기관총 뭔데요 그건 좀 뇌절아닌지 그치만 찍을 수 밖에 없었겠지 너무나 찍고싶었을테니까... 그리고 (이솜) 이하늬, 박소담의 연대와 사랑 앞에 입체적이고 싶었으나 그냥 도구로 죽어간 남캐들... 재밌는 영화였다. ㅋㅋ
400번의 구타(1959): 원제가 'Les 400 Coups'으로 오역이 심한 제목이다. coups는 반항, 소동 등의 의미라고 한다. 영화를 봐도 주인공 앙트완이 끊임없이 학교에, 가족에, 사회에 반항한다. 그에게 유일한 안식처이자 즐거움은 친구 르네와 영화인데, 소년원으로 가면서 둘 모두를 잃으면서 눈물을 흘린다. 마지막 장면에서 결국 한 번도 못 봤다는 바다를 찾아온 모습은 낙킹온헤븐스도어가 떠올랐다. 아마 그게 이 영화에서 영향 받은 거겠지. 흑백 영화는 역시 극장에서 봐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