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 April 2020

최근 빈변불시해당홍을 몇 화 봤다. 자막이 몇 화 안 올라왔다고도하고 요즘 기력이 딸려서 그냥 보고싶어지면 틈틈이 보고있다. BL소설 원작으로 경극 배우인 수와 재벌후원자공의 형제애..와 항일이 주된 내용이다. 경극이란 소재가 낯설었음에도 배우와 세트를 너무 기깔나게 뽑아놔서 보기 시작했다. 전통적인 경극에 반대하고 관객들에게 욕을 먹더라도 내용이나 대사를 바꿔부르는 수가 대단하면서도 가끔 바보같은게 귀엽게 그려진다.
그리고 오늘 패왕별희를 극장에서 보고왔다. 일반판도 안 봤는데 오리지널이 걸렸다길래 냉큼 보고 온 것이다. 영화에 대해서 아는 것이라곤 장국영이 경극 배우로 나오고 뭔가 동성애코드(..)가 있고 문화대혁명 시기에 좌절한다는거였는데 1920년대 국민당 집권시절부터 시작한다.... 학대 당하며 배우가 되기 위해 참아내는 주인공들이 이어져 몰아치는 시대의 광풍 앞에 어떻게 살아남고 또 좌절하는지 보여주는데 마치 감독이 소리치는 것 같았다. 근데 알고보니 그 외침은 어느정도 어린시절 홍위병이기도 했던 감독 자신을 향한 것이기도 했다.
패왕별희에서는 시대가 계속 바뀌고 사상도 상식도 바껴나가는 모습들이 처음부터 끝까지 폭력적으로 그려진다. 20년대 극단에서 학대받고 자살하던 어린이들로 시작한 영화는 1990년 경극 20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가 열렸다는 모순적인 소식 한 줄로 끝이 난다. 그에 비해 같은 베이핑(북경)을 배경으로하고 경극 배우와 경극 무대가 나오는 빈변불시는 괴롭도록 자기비판적인 영화와는 완전히 기조가 다르다. 2019년, 2020년의 중국은 패왕별희가 만들어지던 1993년도와는 정말로 사람이 아예 바뀌었을 때의 생소함을 맞닥뜨리는 것같은 기분이 든다. 시장개방도 이젠 옛말이 되고 자본주의의 선두인 중국은 먼저 앞서나간 국가들이 그러했던 것처럼 자기 자신을 근사하게 포장할 줄 알게된 것이다. 마치 히어로물을 끊임없이 만들어내는 할리우드처럼. 괴로웠던 과거와는 이제 몇 발짝 떨어졌으며 비극의 주인공들은 영웅서사의 주인공이 된다. 비극의 원인이 나 자신의 비굴함에 있었다면 이제는 일본이라는, 제국주의라는, 어쨌거나 타에 의한 악으로 옮겨간다. 그리고 거기서 주인공들은 동시대적 시점에서도 납득할만한 깨끗한 행위로만 꾸며져있다. 어쩌면 패왕별희가 보여준 시대적 단절들보다 패왕별희에서 빈변불시로 넘어가는 그 단절의 간극이 더 클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