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허무함을 어떻게 견디지?
그저 고통뿐인 이 삶을
결국 한밤중에 걔가 내 집에 찾아왔다. 3번의 거절 끝에 처음으로 제대로 된 대화를 나눴다. 이번주말에 같이 보내자했지만 결국 오늘 새벽에 부산으로 떠났다. 정말로 진짜로 그가 퇴사를 할까? 그건 잘 모르겠다.
배운대로 학습한대로 되지 않는다. 누구보다 자기검열이 심하지만 애착의 부분에서는 그게 잘 작동하지 않는다. 그냥 마음이 가는데로 살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는 걸지도 모르겠다. 다만 바라야하는 건 그 과정에서 내가 나를 지킬 수 있기를.
마음이란 건 참 마음대로 안 되지. 이번의 이별이 당분간의 것이기를 빈다. 여름쯤에 당당하게 돌아올 수 있기를. 가지 않는 시간들을 어떻게 가게 할지는, 고민이다.
담배를 나눠 피고 서로 다른 갈래로 헤어지기 직전, 잘 지내라는 말을 이해하지 못하는 나에게 걔는 몸을 자기 갈 방향으로 비스듬히 돌린 채로, 주머니에 손을 넣고, 약간 어이없다는 혹은 귀찮다는 듯이 ‘아주 나중에 보자고’ 했다. 이런 상황에서 쪽팔려서 어떻게 만나냐고. 그 모습이 참 마지막까지 일관되게 추하다고 생각이 들었다. 멋있는 모습이 아니라, 그냥 똥가오(..)밖에 남지 않은 모습. 그 뒤 걔의 말을 이해하고 충격 속에 슬퍼하는 와중에도, 걔의 마지막 모습은 떠올릴 만큼 아름답지 않았다.
사람이 그렇게 없어보일 수가 있나.
그냥.. 걔가 나를 그렇게 찌질하게 대하면 나도 그냥 내가 가진 좋은 것들을 좀.. 누리고 과시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 같다. 자존감 회복이 이상한 데서 되는 것 같지만.. 그치만 니 인생은 빚밖에 안 남은 개인회생 5년 굴레 초입이지만 나는 돈이 좀 많은걸.. 어쩌누..
결핍에의 욕구라고 볼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상담쌤한테 추천 받아 <애착 장애로서의 중독>이란 책을 읽고 있지만, 맞는 말도 별로 아닌 말도 있는 것 보면. <소유냐 존재냐>도 추천받았지만, 사실 너무 철학적인 책이고 나는 100% 소유파(?)이기 때문에..
부족하니까 갈구하고 집착하고, 만족하면 다음 결핍을 찾아 떠나고. 그럼 그렇게 영원히 충족될 수 없는 상대를 만나면 행복해지는 걸까. 그걸 행복이라고 부를 수 있나, 하하.. 그만 만나자고 하는 이유가 "질렸어", 더 풀어 이야기하면 더 이상 흥미 없어, 정도이려나. 역시 원인은 만족해버렸기 때문에. 특정 누군가가 아니라 모든 헤어진 연인들이 그랬고 이 말을 또 한 번 해야할지도 모르는 상황에 놓였다. 사실 그건 큰 문제 아니고, 문제는 눈 앞에 영원히 가지지 못할 것 같은 상대가 역시 닿을 듯 말 듯한 위치에 놓여있기 때문이다. 나는 그렇게 영원히 행복해질 수 없는 행복에 가까워지고 있는 걸까. 이게 다 무슨 소용이람.
내일모레 상담쌤을 만나면 무슨 말을 해야하나. 다 제 잘못인 걸 아는데 이제와서 나를 고치고 싶은 마음도 없다. 그냥 받아들이고 이 상태에서 최대한 행복해지고 싶다. 그 끝이 낭떠러지일지라도. 이미 겪을 수 있는 최악과 모든 불행은 다 겪었지 않나. 더 이상 나빠질 수도 없다는 생각에 이상하게 안온하고 진정이 된다. 조금 눈물이 날 뿐.
어제 마사지샵(?)에서 주구장창 2006년쯤의 노래를 들어서 그랬을까, 특히 너를 생각나게하는 ‘더 넛츠’의 노래가 나와서 그랬을까. 오랜만에 네가 꿈에 나왔어. 언제인지 기억 암 나는, 조금 친했던 친구 1명과 그리고 언제나처럼 ‘걔’도 나왔고. 꿈은 생각보다 행복한 내용이어서, 이대로 계속되면 좋겠다는 기분이 들었던 것 같기도 해. 여태 네가 나오면 다 악몽이었는데, 아름다운 산의 풍경을 찍기도 했지.
‘행복은 금세 싫증나지만 비극엔 끝이 없다’는 말이 내 삶을 관통하는 것 같아. 그래서 너 역시 끝이 나지 않고 12년이 지나도록 내 꿈에 나오는 걸까. 난 항상 비극만 쫓고 있는 것 같네.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 스핀오프 할리우드 대작전! (2019) : 이상한 추억팔이 아류작(?) 같은 영화. 왜 만들었을까,,
폴른 리브스 (2022) : 아키 카우리스마키 감독이 2017년의 은퇴를 번복하고 만든 작품. 담백하게 맛 좋은 휴먼코미디. 전작들이 궁금해졌다.
빅슬립(2023): 가출청소년을 거두는 공장노동자의 이야기 같지만, 사실 그 아저씨를 사랑하는 것 같은 영화.
6번 칸(2021) : 중반쯤 보고나니 90년대가 배경이었다는 나름 충격적인(?) 반전. 그냥 빈티지 캠코더 쓰는 줄 알았지. ㅋㅋㅋ아마 잠깐의 여행이기 때문에 사랑할 수 있는 것들 그리고 북부의 눈.
시민 덕희(2023) : 순전히 배우들(+무대 인사) 때문에 보러간 영화. 다 보고나니 약간 몇 년 전에 무슨 중국영화 본 후에 학교폭력 근절 메시지 뜰 때의 느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