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6-30

요즘 유독 정신(..)이 안정적이어서 주말에 알찬 시간들을 보내고 있다. 여전히 퍼즐게임을 많이 하긴 하지만, 그래도 정해둔 할 일은 다 하고 있다. 특히 이번주부터는 토요일에도 워크샵을 듣고 있는데, 그게 도움이 되는 것 같다.

나는 사실 집 밖에 있는 걸 좋아할지도 모른다고 요즘 생각한다. 예전 조직에서 일할 때 번아웃인지 뭔지 아무튼 혼자만의 시간이 너무 없었고 그래서 그 뒤로 혼자 보내는 시간에 집착하게 되었는데, 요즘은 혼자의 시간이 생긴다고 해서 이걸 내가 생각만큼 의미있게 보내는 것 같지도 않다고 깨닫고 있다. 퍼즐게임이나 하지.. 차라리 사람들이랑 무언가를 하는 게 혼자 누워있는 것 보다 나은 것 같다. 근데 그 '무언가'가 꼭 '일'일 필요만은 없다는 것도 최근에 깨닫고 있다. 재밌는 걸 하는 건 이런 느낌이구나.

워크샵을 처음 등록했을 땐 어떤 포폴을 쌓아야 내가 외주로 돈을 더 벌 수 있을까만 생각했는데, 두 달 정도 수업도 듣고 사람들이랑 얘기도 하다 보니 그냥 이제는 재밌는 거, 내가 하고 싶은 걸 하고 싶다. 그게 죽이되든 밥이되든. 돈이 될 필요는 없다. 재밌는 게 짱이다.

사람들이랑 있는 걸 좋아할지도 모른다고 또 생각이 드는 건, 최근 상담에서 어린 시절의 기억을 다루고 있어서 그렇다. 나는 집 안에서 부모님이랑 있는 걸 좋아하지 않아서 더더욱 밖에서 친구들이랑 노는 걸 좋아했다. 저녁에도 밤에도 놀고싶어했다. 애들이 밤에 노는 건 금지(?)되어 있으니까, 더 짜릿하게 재밌기도 했었다. 아무튼 나는 혼자 있는 걸 안 좋아했다. 게임도, 언제나 온라인에 랜선친구들이 있어서 밤새 했었던 거지.

쓰다보니 횡설수설 레전드지만 아무튼 최근엔 그렇다. 지금 생활도 정신도 안정적이고, 나를 돌아볼 수 있는 상태다. 그래서 오늘은 2019년 이후에, 독일에서 돌아오고 나서의 내 정신상태가 어땠는지 과거의 블로그 글을 보면서 좀 상기시켜봤다. 20-21년도에 불안정한 건 알았어도 22년도는 잘 기억이 나지 않았는데(사실 그 시기가 머리에서 통째로 날아가버렸다) 나는 그때 여름에도 꽤 힘들어하고 있었다. 명절 할머니네 집에서도, 운동하면서도, 그리고 수시로 스트레스 받고 공황이 있었던 것 같다.

마지막으로 공황 비슷하게 올라왔던 게 홍콩에서였는데, 그 뒤로 완전히 다른 삶을 살고 있는 것 같다. 많은 일들이 있었기 때문인지, 아니면 그 일들로 내가 많이 변했기 때문인지 올해 5월 전후로 나는 다른 사람이 된 것 같다. 그냥 그 때가 너무나 멀게 느껴진다. 물론 그 때의 모든 관계들이 지금 내 곁에 없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그리고 그 빈 자리들에 새로운 인연들로 다른 관계로 채워지고 있어서, 또 그만큼 나는 다른 사람이 된 거겠지.

이제 한 두 발짝만 떼면 앞으로 쭉 나아갈 수 있을 것 같은데, 해오던 관성이 있어서 쉽지는 않다. 그래도 이만큼 왔으니까 뒤를 좀 돌아보며 나를 칭찬해주고 싶다. 불안이라는 안개 속에서 그래도 길을 잃지는 않았다고. 사실 후회도 아쉬움도 많지만, 쥐고 있을 수 만은 없다. 미안하게도. 안개가 걷힐 수록 후회가 커져서 혼란스럽지만 그렇다고 뒤돌아 서있을 수는 없으니까, 일단은 앞으로 가야한다.

2024-06-27

요즘 꾸준히 운동을 하고 있긴한데, 한 달 만에 근육이 2키로 늘고 체지방이 4키로 줄었다. 살면서 이런 적은 처음이다..; 심지어 과체중도 아니고 표준체형 범위에서.. 요즘 몸무게는 크게 변화 없길래 그런가보다했는데 근육이 이만치 늘었을 줄이야. 심지어 체지방량이 18%다. 20% 미만으로 떨어진 게 인바디 재고나서 처음인 것 같다. 지금 한창 운동선수 시절인 초5때 몸무게가 되었다.

운동도 하고 집 와서도 청소하느라 바쁘고 이것저것 병원도 많이 다니고 가끔 야근도 하고 영상워크샵도 듣느라 요즘 좀 바쁘긴 했는데. 약을 바꾼 것도 한 몫하는 것 같고. 암튼 결과가 거짓말 처럼 좋아서 인바디 기계 고장난 줄 알았다. 

근데 이렇게 누가봐도 건강한 몸이 되었어도, 가끔씩 (플러팅하는) 다른 사람들이 왤케 말랐냐하는 몸이 되었어도 내 눈엔 그냥 평범 정도로 보이고, 군살이 있는 곳만 신경쓰인다. 연예인들 몸이 아닌 이상 자신의 몸에 만족하기 힘든 사회다. 

2024-06-23

어제오늘 미뤄둔 모든 일들을 다 하고(고양이 화장실 전체갈이는 아직이지만..) 쓰는 최근 영화 리뷰




악은 존재하지 않는다(悪は存在しない, 2024)

하마구치 류스케의 개쩌는 신작이래서 달려갔는데 머리에 물음표 백만개 띄운 채로 극장에서 나왔다. 영화를 배우고 보면 더 좋을 법한, 영화적 장치들이 많은 것 같다. 다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난해한 결말만큼이나 명료한 것 같다. 제목에 있으니까(?)



Fly Me to the Moon (但愿人长久, 2023)

홍콩에서 본 영화. 엉엉 울면서 나왔다. 마지막에, 왼쪽 사진에서의 장면이 정말 슬펐다. 예고하지 못한 갑작스런 이별을 이보다 더 잘 그려낼 수 있을까 싶었다. 자매들의 서로 다른 삶의 길도 잘 담겨서 좋았고, 처음부터 끝까지 정말 너무 좋았다. 영화 속 아내이고 딸이고 여친이고 여행가이드였다. 

얼핏 감독의 첫 장편이라고 본 것 같은데, 다음 작품도 기대되고 한국에서 한 번 더 보고싶다.





퍼펙트 데이즈(Perfect Days, 2023)

이것도 홍콩에서 본 건데, 사실 이거야 말로 기대를 하고 보러 갔는데 진짜 최악이었다. 독일 할배가 만들어내는 동양 중년남 판타지. 아름다운 포스터와 그렇지 못한 정서. 마지막에 우는 장면은 연기가 훌륭한 만큼 조커 같기도 했다(조커 안 봄)






르네에게(2023) : 뮤직드라마(?) 같았던 영화. 뭐.. 다 좋다 해도(사실 많이 심심했다) 사운드가 아쉬웠다. 노래부르는 장면에 비해 다이알로그가 너무 작아서 어색함이 느껴졌다.


퓨리오사(Furiosa: A Mad Max Saga, 2024) : 전작이 굉장히 잼썼기 땜에 기대하고 보러 갔는데 대체 왜 주인공을 비롯한 등장인물들은 자살을 안 하나 처음부터 끝까지 의문인 채로 나왔다. 나만 재미없나했는데 이걸 본 친구도 '주인공이 점점 뼈만 남는다' '크리스 헴스워스 연기는 대체 왜 그러냐'라고 해서 나만 그런게 아니구나 싶었다. 굳이굳이 머리를 기른 이유도 이해되지 않았다. ㅋㅋㅋ



존 오브 인터레스트(The Zone of Interest, 2023)

최근 본 영화 중에 가장 인상깊었다. 좋았다, 별로였다를 떠나서 거대한 에너지가 느껴지는 영화였다. 감독을 비롯한 제작진도 참 치열한 것 같았다. 조너선 글레이저의 오스카 수상소감까지 영화의 한 부분이라해도 지나친 말이 아닐 것이다. 극장에서 영화를 보는, 영화적 체험으로 어디까지 갈 수 있나 시도한 영화 같다. 화면과 사운드의 이질감 그리고 동시에 화이트노이즈 정도의 불쾌하고도 생생한 경험은 영화관을 나와서 우리의 일상을 지옥으로 만든다. 극장을 나오면서 생생하도록 잘 들리는 복도의 발걸음 소리, 사람들의 조용한 말소리, 화장실의 환풍기 소리 등. 그리고 거기에서 아 내가 살아가는 곳이 영화 속 나치의 사택이었구나, 깨닫게 된다.

4월 말에 홍콩 여행을 다녀온 후로 계속 체중이 줄고 있다. 심각한 정도는 아니고 그냥 살면서 가장 마른 체중이 유지되고 있다. 여러 이슈들이 있었는데, 이렇게 장기간 유지되는 건 중간에 강박증 약을 추가해서 그런 것 같다. 의사쌤은 그 약이 나랑 잘 맞는 것 같다고 하신다. 한 번은 쌤한테 약에 체중감량 효과(?)가 있는지 물어봤는데, 약 자체에 그런 기능은 없고 조심스레 내게 나의 hunger가(실제로 이렇게 말하셨음) 먹는 걸로 그동안 나타났을 수도 있다고 한다. 10살 11살 무렵 갑자기 살이 쪘던 걸 생각하면 그럴 수도 있겠다 싶다. 아빠 말이 맞았나보다. 그 뒤로는 계속 조절하는 삶이었다.

2024-06-11

익숙한 걸 자꾸 찾게되는 게 무서운 것 같다. 특히 감정적인 영역일수록 낯선 것들이 쉽지만은 않지만 언제까지 과거에 잡혀살 수만은 없다. 미래는 과거가 아니라 현재에 있다는 걸 잊지 말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