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9-20


직업으로서의 학문을 벌써 며칠 째 읽고있는 중이다. 학교에서 집에 올 때 지하철에서만 읽는 데다가 어떤 날은 읽지 않기도 해서 진도가 매우 더디다. 하루에 많이 읽어봤자 5페이지를 읽는 것 같다.

오늘 읽은 내용은 매우 형이상학적이었다. 추와 아름다움이 어쩌고저쩌고.. 가치 다신교?? 여튼 그런 거에 대한 얘기였는데 솔직히 하나도 이해 못했음.. ㅠㅠ 그래서 걍 어쩌다가 내가 사회학이란 걸 하려고 마음 먹었는지 생각해봤다.

그냥 매우 일상적인 물음이었다. 일상에 대한 물음. 나는 왜 이러고 있고 저들은 왜 저러고 있는가...에 대한. 실제로 던진 물음들을 되짚어보자면 '왜 국제 경기에서 한국을 응원(해야)하는가'(02년 월드컵으로 대표되는 그 열기를 난 이해할 수가 없었다), '왜 결혼을 해야하며, 결혼을 하면 국가에 신고해야 하는가', '신분증은 왜 발급해야 하는가', '국가는 왜 있는 걸까', '인종차별이나 동성애 혐오는 어디에서 오는 걸까', '어떤 일은 왜 성인은 가능하고 미성년자에겐 법적으로 금지된 걸까'(대표적으로 영화 등급제, 운전, 음주 가능 나이), '왜, 무엇을, 누구를 위해 학교를 다녀야 하는 걸까', '교복은 대체 왜 입고, 복장단속은 왜 하는 걸까'  등등. 뭐 이런 물음들이 그냥 나오지는 않았다. 대부분 그에 대한 반감에서 시작되었다.
-해보지는 않았지만 이런 질문들은 끝없이 이어질 수 있다. '(아침조회 시간에) 교장은 왜 훈화를 하지, 국가는 왜 부르고 국기에 경례를 해야 할까, 나아가 아침조회는 왜 할까', '지금 내 손에 들린 돈은 어디서 나온 걸까, 은행에 저축해놓은 내 돈은 어떻게 되는 거지, 은행은 어떤 시스템으로 돌아가는 걸까, 금융 자본이란 건 대체 뭐지'….

그래서 처음에는 문화인류학을 생각했다. 일단 문화마다(이 말은 이제 국가마다란 말과 거의 비슷하게 되었는데) 생활방식이 다르고, 다르다는 건 그 자체로 (위의 것들이) 불변의 진리 같은 게 아니라는 것이 되니까, 그 다른 것, 차이를 알고싶어했다. 또, 그러려면 제 3자의 시각에서 관찰해야 할 것 같았고. 물론 난 문화인류학이 뭐 하는 건지 잘 몰랐고, 아직도 잘 모르긴 한데, 여튼 그래서 내가 해야 할 학문은 문화인류학이 아닐까 생각했다. 대충 맞는 것 같아서. 그 때 봤던 케이트 폭스의 Watching the English라는 책도 문화인류학적 관점에서 쓰인 것이었고.

1학년까지 딱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2학년이 되면서, 그러니까 1학년 겨울방학에 만난 사회학과 전공하신 선생님께 그런 얘길 하니까 문화인류학보다는 사회학이 더 부합한다고 했다. 일단 문화인류학은 그런 게 아니라고... 여튼 난 그래서 아무 거리낌 없이 사회학을 공부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오히려 더 재밌어 보였다. 여성주의 사회학, 생태주의 사회학 등 말만 들어도 배우는 게 신날 것 같았다! 문제는 그 이후에 대해 생각해보지 않았다는 것..?(..) 그냥 일단 배우고 싶었다. 어떻게든 되겠지라는 심정. 지금도 마찬가지고orz

그 선생님이 말씀하시길, 학부때는 그렇게 사회학 전반에 대해 배우고 대학원에 가서 세부전공을 선택해서 관심있는 분야를 전공할 수 있다고 했다. 그래서 나는 내가 어쩌면 대학원에 가게 될 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솔직히 공부를 계속하고, 공부로 먹고살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지금도 대학원은 좀 부담스런 존재다.
그렇다고 회사 다니는 건 싫었지만, 공부만 하면 거기에 갇혀버릴 것 같았다. 내가 사회학을 하는 이유는 일상 자체가 문제거리로 받아들여지고, 그렇기에 조금이나마 바꾸려는 생각이 있기 때문이다. 일단 그렇게 하기 위해선 대체 이 사회란 것 자체가 무엇인지 알아야 했으니. (그래서 '사회'란 개념 자체가 '원래부터' 존재했던 게 아니라 비교적 최근에 '만들어진' 개념이라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깜짝 놀랐다.) 그런데 그렇게 공부만 하고 있으면 내가 싫어하는 이 사회는 바뀌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내가 살아가는 이 사회를 더 알고 싶어서 경제학이나 정치철학 같은 분야에도 관심을 뒀었다. 그런데 경제학도 역시 마찬가지로 내가 생각하는 경제학이 아니고, 내가 생각하는 경제학은 비주류경제학쪽이라고 한다. 정치철학이래봤자 책 한 권 읽어본 게 전부다. 사회를 구성하는 사람들에 대해서도 알고 싶어서 사회 심리학에도 눈길이 갔다. 이 외에도 책읽는 즐거움을 철학 도서 같은 데에서 찾았다.

반 정도 읽은 책에서 여전히 기억에 남는 구절은 학문은 능가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거기에서 예술과 학문은 차이가 발생하고, 또한 그게 학문의 운명이라는 것. 나도 이에 동의한다. 학문, 적어도 사회학은 현재에 상황에 맞게 연구되어야 하고, 그 해결점을 제시하는 데 일목해야한다고 생각한다. 학문이 학문으로만 그치는 게 아니라 사람들의 생활에 영향을 끼쳐야 한다고. 난 '아직' 그 방법을 모르는데, 누군가가 이미 개척해놓았으리라고 생각한다. 몰라 일단 난 그래서 사회학을 하기로 마음 먹은 것이고, 어떻게 살아갈 지를 모르는 것이다. 정치적인 예술을 해볼까 하는 생각도 들었는데, 아직까진 전혀 모르겠다. 내가 할 수 있는 예술이래봤자 영화 찍는 거겠지만.. 무엇보다 일단 그걸로 과연 생계를 과연 해결할 수 있을까..싶음;
-그래서 누군가가 학문은 매우 보수적이라고 해서 약간 걱정이 들기도 했다. 내가 생각하는 학문이 아닐 것 같아서. 어떤 면에서 보수적인진 그 짧은 말만을 듣고 알수는 없었지만..

여튼 나에겐 저런 물음들이 매우 자연스럽고, 당연한 것이었고(당연하다는 말을 싫어하지만..) 그래서 누가 왜 사회학을 공부하려 하는데?라고 물으면 일단 당황한다. 그건 내 삶 자체에 대해 묻는 것과 같다. 넌 무슨 생각을 하며 사니? 혹은 넌 어떻게 살고 싶니?. 개인적으로 타인에 대해 벽을 많이 친다고 느끼는데, (이런 이유에서) 왜 사회학을 하냐고 물으면 대답하기도 애매하다. 나에 대해 많은 걸 알려주는 게 싫다.


이런 생각을 집에오는 길에 했다. 지하철을 내려서 현관 비밀번호를 누를 때까지. 몇 년 간 걸어왔던 길이라 완벽히 습관적이다. 그래서 길을 걷는 데에 전혀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없었고, 이런저런 생각들이 편안한 상태에서 마구마구 떠올랐다. 하이델베르크에 있다는 철학자의 길도 아마 이런 게 아닐까 한다. 거기서 걸으며 생각하는 사람들은 자신이 걷고 있다는 행위를 인지하지 못할 것이다.


+

그리고 오늘 학교에서 든 생각 한 가지.
학교 교사는 정치적으로 중립을 지켜야 한다. 이 말은 정치적이지 말아야 한다는 게 아니다. 중립을 지키는 일 자체가 정치적인 것이다. 그리고 꼭 정치인이나 정파에 관련된 것만 정치적인 사안이 아니다. 이걸 정말 몰라서 그러는지 아니면 알면서도 무시하는 건지 모르겠다.
예를 들어 우리 반에 들어오는 교사들은 반복적으로 동성애 혐오, 외국인 비하, 지역 차별 발언 등을 서슴없이 한다. 이건 전부 매우 정치적인 사안이고 이에 대해 그들은 중립을 지켜야 한다.
오히려 학원에선 그 반대다. 학생수가 그들의 수입과 관련되어 학생수를 지키려는 의도인지는 몰라도, 내가 다닌 학원의 선생님들은 다들 정치적으로 중립을 지켰다. 정치적 발언을 하지 않은 게 아니라, 이야깃거리가 되었을 때 중립적인 입장을 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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