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5-26

0. 
우아아앙 없어져버리고싶다

1. 
어제는 힘든 날이었다. 그저께 연행되는(..) 집회가 있었고-나는 일찍 왔다만-어제 애잉님은 일찍부터 면회가고 집 와서 자고 하루종일 머리아프고. 상태가 심각한 줄 몰라서 코엑스로 불러냈더니 만나자마자 집에 갈 뻔함;; 그런데 그게 나았을지도 모르겠다. 그 뒤로 계속 힘들었음.ㅠㅠ 마침 저녁식사도 맛이없었음 우엉어어이ㅏㄴㅁㅎ;ㄴ아호

2. 
그렇게 간신히 애잉님을 진정시키고 정도전을 보고 1박2일을 보고. 맥주를 먹더니 이젠 또 덥다고 잠을 못 잔다. 나는 나대로 고민이 넘 커져버려서 잠들지 못하고. 
코엑스로 엄마가 데려다줬는데 그 길 위에서 유학얘기를 했다.



3. 
책임질 수 없는 말과 행동은 하기 싫다. 운동에 폐 끼치기도 싫다. 내가 하고싶은게 뭔지 모르겠다. 그래서 앞으로 어떻게 살지도 모르겠는 것 같다. 여태까지는 그냥 흘러가는대로 살아왔는데 이제부터는 어떤 결정이 필요하다고 느끼고 있다. 정말 본격적으로 뭔가 해야할 시기라고 생각한다. 운동에서도 그리고 내 삶에서도.

근 몇 주간 운동을 그만두는 상상을 계속해서 해왔다. 그런데 그 이후가 도저히 그려지질 않을 뿐더러 당장은 그럴 수 없다고 생각한다. 준비된 것도 하나도 없고. 그래서 나의 시간을 갖기로 했다. 얼마간의 기간이 될 지는 몰라도 실험을 해 볼 생각이다. 내가 선택할 수 있는 다른 삶의 모습은 어떤지에 대해서. 부디 시간이 지나서도 내게 선택지들이 남아있기를.

사실 그런 상상(운동을 그만두는 상상)을 했을 때 제일 두려웠던 건 다시 예전의 삶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주위에 아무것도 없는 텅 빈 삶. 처음 운동을 시작했을 때 좋았던 건 정말 좋은 사람들이 주변에 많이 생겼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 관계들을 유지하려면 나에게도 책임과 의무가 필요했다. 단순한 놀이가 아니라 '일' 적인 관계이기 때문에 나도 일을 해야한다. 물론 운동이라는 점에서 이상을 공유하고 행동하는 '동지'적 관계이지만 어쨌거나 일은 일이다.

그렇다면 운동을 하지 않고도 (그게 어디가 됐던간에) 나에게 좋은(?) 인간관계는 존재 가능한가.  그리고 연애때문에 너무 골치다. 애인님이 애인님으로 남는 한, 어찌해야할 지...으으.

3-1. 
운동을 그만뒀던 친구(얼마 전 다시 시작했지만)를 보고 그때 들었던 생각은, 운동을 재고할 때는 내가 아마 다른 이들의 고통을 참을 수 있게 되었을 때라는 것이다. 타인의 고통에도 불구하고 나의 안락함과 행복이 그리 영향받지 않을 때. 연대의 원칙이 깨져버렸을 때.

그런데 그 시점이 오기도 전에 내가 지쳐 떨어져버렸다. 나약하다고 표현하기도 좀 그렇지만, 어쨌든 내가 해왔던 활동의 내용은 나의 성질과 전혀 맞지 않는 것들이었다. 많은 사람들 앞에서 말하고, 운동을 위해 사람을 조직하고. 조직만큼 운동에 중요한 게 없다고 참 많이 느꼈다. 그런데 소질도 없을 뿐더러 내가 견디기 너무 힘들다. 나는 매우 내향적인 사람이다. 막 떠들고 나면 얼마간은 나만의 시간도 필요하고, 어쨌든 나는 내 안에서 에너지를 얻는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내가 해온 일들은 정말로 나와 맞지 않는다.

그리고 운동을 하는 과정에서의 폭력도 너무 견디기 힘들다. 동지들이 공권력에 얻어 맞고 성추행까지 당하는 걸 보면 정말 멘탈이 산산조각나버린다.

내가 운동을 힘들어할 수록 동지들에 대한 존경은 높아져갔다. 새벽같이 일어나서 밤늦게까지 일하는 그들에 대한 존경과 신뢰. 운동을 함에는 이상의 추구와 동지애 두 가지가 있다고 생각한다. 적어도 나에게는 그러하다. 나는 정말로 나 하나가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해본 적은 단 한 순간도 없다. 앞서 말했던 연대의 원칙, 나의 안락함과 타인의 고통은 같은 것이기에, '그렇게 살 수 밖에 없어서' 운동을 했던 거고, 또 그 과정에서 함께하는 사람들이 좋아서, 내가 충분히 믿고 신뢰할만한 인격들이기에 함께했던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그 두 가지를 가능하게 하는 것, 그 두가지의 전제가 사라진 것 같다. '나' 자체가 너무나 고통스럽고 불안한데 이 상태로 무엇을 하겠는가. 선배의 말대로 운동을 지키기에 앞서 나를 지켜야하지 않을까. 그리고 그 두 가지-운동과 '나'-가 결코 양립불가하다면 나는 운동을 그만둔다는 결론을 내릴 것 같다.


3-2. 
그렇다고 운동을 그만두고 말만 하는 사람이 되고싶은 생각 역시 없다. 앞으로도 쭉 그럴거라고는 장담 못하겠는데, 일단 지금 너무 예민하다. 대체 행동 없는 말같이 쓸모없고 재수없는게 뭐가 있겠는가-.-. 더군다나 나처럼 운동을 하다가 그만둔 사람에게는... 으으. 지금 막 대학생들이 과제로 사회 문제를 다루는 것도 너무 짜증난다. 혁명이 어떻고 세월호가 어떻고. 아 진짜 화남.. 화가 나서 눈물이 날 정도로 빡친다. 


4.
일단 내가 너무 불안하고 예민하다. 200일 좀 넘도록 운동과 연애를 함께하면서 내 자존감은 바닥을 친 것 같다;; 연애보단 운동을 일단 보류하는게 맞는 것 같아서 활동을 쉬기로 했다.

쉬는 기간 동안 다른 삶은 어떠한가 체험(?)해볼 생각이다. 재미없으면 관두고(..)

남들보다 유리한 조건이니 가능성을 놓치고 싶지 않다. 그리고 내 주위에서 놓치고 있는 것들도 되짚어보고 싶다.

아 근데 일단 제발 여행을 가고 싶은 것이다..ㅠㅠ 하고싶은 걸 찾는거고 뭐고 다 필요없고 제발 속세와 별개인 곳으로 떠나고싶다. 뻐킹 과제&기말...ㅗ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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