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8-12

항상 약한 곳부터 터져나간다. 오늘 아침 대략 6시까지 잠들지 못하면서 하루에 대한 후회와 함께 그런 생각을 했다. 잠으로 인해 하루가 리셋되는데 잠도 안 오고 피곤하지도 않으면 그것도 그것대로 괜찮지 않을까하고. 입술에 바이러스로인한게 분명한 염증이 자꾸 신경쓰였다. 그리고나서 잠들었다.
독일 와서 이렇게까지 불면이 심한 적은 한 두 번 빼고 거의 없었는데 간밤의 불면은 이유가 있었다. 하루동안 내가 한 여러 행위들이 떠올랐다. 낮잠을 꽤 깊게 잤고 물 대신 하루종일 커피와 홍차를 마셨으며 무엇보다 약 한 달 만에 담배를 피웠는데 4개피 연달아 피었다. 아마 그것때문에 미친듯한 각성이 가시지 않았던 것 같다. 그리고 잠자기 전에는 집중하는 일을 하면 안 되는데 두 시간 동안 열심히 아이클라우드 정리를 했다. 반성 또 반성... 그리고 담배 때문에 입술에 뭐가 났다. 담배 때문이 확실하다. ㅠㅠㅠ
엄마가 오늘 프랑크푸르트 공항에 도착하고 내일은 우리집에 온다. 쾌적한 내 방의 침대 위에 그렇게 몇 시간 동안 누워서 생각했다. 당장 한국에서 살게된다면 내 생활의 질은 어떻게 될까, 하고. 습한 것보다 일단 수면이 문제다. 엄마와 고양이와 한 집에 살면 나는 제대로 잘 수 없음이 분명하다. 몇 년 동안 노력해봤지만 제대로 안 됐으니까. 한 쪽 벽을 가득 채우고 있는 초록색의 내 방 창문도 싫다. 암막커튼을 치면 나을까 생각이 들었다. 노란 장판도 싫다. 10월이 되도 사라지지 않는 모기도 너무 성가시다. 그래서 그 집이 아니면 서울생활은 괜찮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해보면 내가 한국을 떠나 여기 온 이유는 그 집을 떠나기 위함이었다. 여기 오는 것 말고는 다른 선택지, 서울에서 다른 집에 산다던가하는, 그런 건 불가능하니까. 그런게 가능했으면 나는 10년 전 나의 결정을 굳이 좇지 않아도 됐을 것이다. 여기에서의 불편한 점은, 물이 깨끗하지 않고 여름에도 해가 안 뜨고 외식할만한 식당들이 없다는 정도지만. 사실 그런 것보다도 남의 나라에서, 특히 백인들과 사는 것은 내가 얼마나 한국인인가를 느끼게만 하는 것 같다. 그래서 그런 생각도 했다. 8살에, 아니면 18살에 왔으면 좀 달랐을까 하고. 그렇지만 38에 이주를 준비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집에서 백인 시어머니와 함께 파인다이닝스러운 감자샐러드를 맛있게 먹는 사람도 있다. 분명. 그치만 나는 뭘까, 나는 왜 그런 것에 만족하지 못하는가에 대한 물음이 끊이지 않는다. 나는 뭘 원하고 있는 걸까.
아 그리고 새삼스러운 깨달음. 어제 그렇게 침대에 누워서 많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인데.... ㅎ 얼마 전에 tci 테스트용지 찍어둔 걸 발견했다. 때마침 딱 1년 전의 검사였다. 눈에 띄는 건 위험회피 말고는 전부 다 낮다는 사실보다도, 자율성이 바닥을 가깝게 찍었다는 점이다. 원래 이렇게 수동적인 사람이었나, 아니면 교육이 삶이 나를 이렇게 만들었나() 싶다가도 아무튼 현재의 나는 참으로 수동적인 인간이라는 점을 깨달았다. 깨달았다고 표현하는 건 한 번도 스스로 그런 유형의 인간이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관점에서 지난날을 돌이켜보니 수동적인 인간 맞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해진대로 살아왔고 그렇게 잘 해냈는데 그런 스스로에 대한 주제파악을 못했던 걸까. 나 왜 창작의 길을 가려고하고있는지... 다시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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