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8-27

최근 우연히 두 가지 글을 봤는데 둘 다 내가 요즘 생각하던 것들이었다




친구는 외로움의 보험이 아니다 https://news.v.daum.net/v/20190825091611561?f=m
타지에 와서 혼자 살면서 나에 대해 알아가는 건 또 내가 맺었던 관계들에 대해 알아가는 시간들이다. 여기서 지내면서 가장 그리운 걸 꼽으라고 하면 서울에서 친구들과 함께했던 과거의 시간들이면서도 내 손으로 간신히 붙잡고 있었던 관계들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관계에 수명이 있다는 말 그대로 그건 정말로 우연찮은 일이다. 관계의 생명력은 현재와 미래의 상호작용 속에서 나오는 것이지 관성 속에서 생겨나지 않는다. 그러고보면 운동을 하는 동안 무기력 다음으로 가장 고민했던 부분이 관성이기도 하다. 목표를 모르겠고 그냥 하던대로 사는 삶에서 필연적으로 마주하게 될 수밖에 없는 것. 어쩌면 나는, 아니 확실히 나는 나의 성장과 목표를 바라는 인간이었기때문에 항상 그 부분에서 부딪히고 앞으로 나아갈 수 없었던 것 같다. 그래서 지금 다른 길에 서있고. 어쨌든 나의 삶은 나라는 인간의 수행이니 그게 인생의 진로든 인간관계든 비슷하게 흐를 수밖에 없다. 비슷한 지점에서 고민하고 부딪히고 또 새로운 길을 찾게되고. 지금 역시 그런 시점인 것 같다. 생각하지 않았던, 혹은 참고 넘어갔던 부분들에 대해, 미뤄둔 것들에 대해 재고하고 나를 위한 선택과 다독임을 하는 시기. 그렇게 새롭지도 않지만 또 필요한 크고 작은 일들을 하는 때.
가끔 이런 생각을 하면서 스스로 너무 늙었다고 생각한다. 너무 생각이 많고 말도 무겁고, 글도 그렇지만 실제로 누군가와 이야기하면 더 심하다. 생기 있는 인간이 되고싶다....

함빡 사랑할 일 없는 나라, 독일 https://brunch.co.kr/@ribbit/1
시리즈를 시작하는 글이 처음부터 끝까지 푸념으로 이뤄져있다는 사실에 아 저사람 얼마나 숨통이 트이는 기분일까하는 생각부터 들었다. 그 중에서도 "문화를 금지당한 나라"라는 말이 너무 웃겼다. 너무 맞는데 아무도 하지 않는 말이라서.
어제도 서로 이런저런 푸념을 하는 사이의 언니를 만나서 비슷한 얘기를 했다. 독일에서의 삶이 예상했던 불편함보다 더 별로고, 결국엔 한국에서의 삶과 독일에서의 삶의 불편함들을 저울질하게 되지만 이곳에서 나는 한국에서 살 때처럼 분노할 수 없다고. 그리고 그게 내 예상보다 더 큰 부분을 차지한다고. 그렇지만 그건 정말 내가 느낀 부분의 반의 반도 안 되는 감정전달이었다. 거칠게 말 할 수밖에 없어서 아쉬웠다. 내가 느낀 불편함들, 맘에 들지 않는 구석들은 그것보다 정말 세밀하고 작은 부분들이었다. 정말 미묘한, 느껴봐야만 알 수 있는 지점들, 한국에서 생각했던 아시안여성으로서의 살아감의 인종차별 이런 것은 이미 문제범위가 아니고, 애초에 차단되었고 결코 이어질 수 없음을 느낄 때의 허무함. 제도적인 측면에서야 어떻게든 끼워맞춰서 살아가겠지만 정서적인 부분에서 결코 충족될 수 없음을 느낄 때의 그런 허무함들을.
한 번도 맛있는 것을, 재밌는 것을, 찐득한 감정들을 느껴보지 않은 사람들을 마주할 때의 내가 이방인으로서 느끼는 답답함. 영어로 번역될 수 없는 문화에서 성인으로 자란 사람이 느끼는 상호이해불가능성. unnie로 번역되지 않는 것들.
독일에서 느끼는 건 여기는 정말 유럽이라는 것. 뭔 비문이냐 싶겠지만 정말 그렇다. 내가 느끼는 이런 뭐라할 수 없는 감정들이 독일이라서 느끼는 게 아니라 여기가 유럽이라서 느끼는 거라고 요즘은 생각된다. 다시 말해 유럽 어딜 가든 내가 느끼는 감정은 비슷할 거라고. 내가 백인들, 특히 백남에 대한 적대감과 재수없음과 관련된 인종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문화의 문제가 훨씬 크다. 나도 이런 문화차이에 내가 이렇게 힘들어하고?? 적응 못 할 줄은 몰랐다. 그냥 사람 사는데 다 똑같지 생각했는데 얘네들은 차원이 달랐다. 그 말은 즉슨 또한, 비독일 유럽인들은 독일에서 굉장히 잘 살 거라는 거고. 같은 외국인이어도, 같은 비백인유색인종이어도 내가 느끼는 문화적 이질감은 얘네는 절대로 모를거라고. / 지향의 차이라고도 느껴지는 건, 그 언니는 암튼 헤테로인데 백인의 문화를 꽤 좋아하고 잘 받아들이고 백남이랑 연애도 하고. 애초에 여기서 살고싶어서 왔는데 잘 살 수 있을 것 같아보였다. 나는 아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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